가족들과 함께

2012년 어머님 생신 - 1

산빛사랑 2012. 7. 16. 15:08

어머님 생신을 맞아 대관령의 삼양목장을 가기로 하고 숙소는 대관령800마을 펜션의 하나비로 정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미소는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당연한 일이지만 생전 처음으로 시어머니의 생일상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원래 현지에서 간단하게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착한 미소가 이것저것 나름의 정성을 담아 준비를 한단다.

이쁘고 착하고 사랑스럽고 고맙고...

밤늦게까지 힘들게 준비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또 이것저것 준비하고...

나는 마늘찧고 파를 한단이나 썰고 더덕 손질하고...에고에고 허리야.

 

막상 먹을때 보면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만 요리를 할때는 얼마나 많이 준비를 하고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도 요리를 하면서 마음이 행복한건,

이 요리를 먹을 사람들이 맛난거 먹을걸 생각하면 흐뭇하기 때문이리라...

미소는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맛이 없으면 어떻하나...라면 걱정을 한다.

그냥 갈 걸 괜한짓을 하는건 아닌지라며...

걱정할거 하나도 없어 애기...

내가 장담하는데...진짜 맛있어.

 

많은건 아니지만 미소가 준비한 맛난 반찬을 가지고 룰루랄라 신나게 고석도로를 달린다.

그런데...우라질레이션...

영동고속도로의 어디쯤을 달리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야비야...제발...참아다오...부탁한다.

그러나...

비는 나의 간절한 기도를 완전 무시하고 더 세차게 내린다...허걱

뭐...그래 좋다...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흠.

 

암튼 내일은 내일 걱정하기로 하고...

내리는 비를 뚫고 거의 같은 시간에 형님들이 모두 도착한다.

펜션 주변 풍경은 내리는 비와 자욱한 안개로 동화속 그림같다.

해발 800고지라서 800마을이라고...

 

막내와 조카을 포함한 몇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을 못해서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 자체로 너무나 좋다.

 

상의 끝에 오늘의 저녁메뉴는 어머님이 손수 준비하신 콩국수로 정하고 간단한 장을 보러 횡계시내로 다섯명이 나간다.

왜.....그냥 가고 싶으니깐.

간간하게 찬거리 몇가지와 생일케익 두개를 산다.

왜...두개냐고 물으면...

 

펜션은 좋다.

넓은 거실과 함께 방도 세개 화장실도 세개.

그러데 조금 아쉬운 점은 펜션의 크기와 다른거에 비해서 주방이 조금 협소하다는거...

비만 아니오면 주변을 산책하는것도 꽤 운치있고 좋을것 같은데...어쩌랴

뭐 거기까지...

 

주방에서 형수님들과 함께 음식 준비를 하고 있는 미소를 보니 나도 모르게 그냥 입가에 미소가 배어 나온다.

^ 0 ^

^-^

-

다른집 같으면 누구누구의 생신이나 펜션에서의 하루라면 너무나도 당연한 고기가 없다.

나름 고기를 굽는 재미도 솔솔하지만 우리 가족은 아예 관심도 별로 없다.

아주 어쩌다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거나 왠지 허전한 느낌도 없다.

왜...원래 그래왔고 또 익숙하니깐...

 

코를 찌를듯한 고기굽는 냄새대신 어머님이 직접 갈아서 만드신 아주아주 고소한 콩국수를 아주아주 맛나게 먹는다.

이슬이와 막걸리와 백세주도 한자리씩 차지하고...

어머님의 생신을 축하드리며 다 같이 축가를 부르고...

 

어마마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지금까지 못한 효도 이제부터 이쁘고 착한 넷째며느리와 함께 더 많이많이 할께요.

내년에도

그 내년에도

그리고 그 내년에도

또 그 내년의 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낸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에도....

항상 건강하신 모습으로 생일케익을 받으시길 바래요...

엄마

선물증정식

대세는 이런저런 선물보다 현금이라...

 

먼저 형수님이라기 보다는 엄마에게는 딸같고 나에게는 누나같은 느낌의 큰형수님부터...

그리고 엄마가 항상 걱정하고 신경쓰시는 큰조카...

 

엄니가 너무 좋아라 웃으시느냐고 눈이 다 감기셨네...

이어서 집안의 요리담당이신 둘째형수님...

 

미소에게는 호칭이 원장님에서 형님으로...

예예

그리고 늦게 봐서 누구보다 더 이쁘고 사랑스런 넷째며느리...

 

어마마마...

미소의 마음씨가 참으로 기특하고 이쁘지요.

혹시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예쁘고 귀엽게 봐 주세요.

 

간단한 증정식이 끝나고 이제부터는 담소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다.

지글지글 고기가 없어도 홀짝홀짝 술에 취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나오는 애기는....이건 아닌데.

괜히 딴청을 피우며 시선을 피하고 얘기를 다른데로 돌린다.

 

때문인지 엄마와 형님도 굳이 더 이상의 긴말씀은 안 하신다...휴...다행이다.

 

내리는 빗속에 밤은 깊어 간다.

나름 약간의 부족한 이슬을 더 하고 싶지만 웬일인지 세째 형님이 그만 마신단다.

어.....이러면 안되는데...이건 아닌데...헉.

 

한잔 더 할 생각에 불판도 가지고 오고 고기도 사 왔는데...

이건 반칙입니다.

 

그렇다고 미소하고 단둘이 더 마실수도 없는 상황이고...에이.

아쉽지만 그냥 자자.

 

내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펜션에서 자면서 술에 취하지 않고 자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맨날 술에 취해서 헤롱헤롱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기억에도 없는 걱정을 하며 부시시 눈을 떴는데 말이다.

사실 이렇게 약간의 술기운이 잇지만 온전한 정신상태로 잠자리에 드니깐 정말 좋다.

그런데 예전에는 왜 그렇게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고 나 혼자서만 술에 취해서 골아 떨어졌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한심하지만

행복을 만끽하는 많음속에서 외로움의 고독을 느껴야만 했던 지난 날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음을 나 스스로에게 인정한다.

 

하지만 오늘은 미소가 항상 옆에 있기에 고독이나 외로움이 단 한순간 일분일초라도 끼어들 틈이 전혀없다.

때문에 내리는 비가 외로움이나 쓸쓸함이 아닌 소곤소곤 들려주는 자장가로 들린다.

 

밤이 깊어도 빗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 들린다.

내일은...

오늘은 어제보다 더 강한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난다.

 

형수님과 미소가 아침준비를 하는 가운데 형님들과 함께 비의 오늘을 계획한다.

원래는 대관령삼양목장과 용평리조트를 갈려고 했으나 자욱한 안개와 함께 비가 많이 내려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잠시의 상의 후에 내린 결론은...

여기까지 왔으니깐 일단 바다을 보자.

그리하여 일단 정동진을 가고 그 다음은 둘째 형님이 자주 간다는 헌화로 입구의 쉼터식당에서 감자옹심이를 먹고 헌화로를 달려보고 백봉령을 넘어 정선으로 가자.

그래서 정선에 도착해서 다행히 비가 안 오면 레이바이크를 타고 그래도 비가 계속오면.....그럼 그때봐서...

 

큰형수님 생신이 어머님과 하루차이.

그래서 오늘 아침은 두분의 생일상과 함께 형수님의 생일케익에 촛불을...

 

형수님도 지금처럼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래요.

미소가 힘들게 준비한 반찬이 비로소 그 빛을 보는 순간이다.

 

아침이 준비되기 전에 어제 이유도 모르고 그냥 냉장고구석에서 잠이 든 돼지를 꺼내어 더덕과 함께 간단하게 이슬을 맛 본다...좋다.

 

두부부침, 호박부침, 연근부침, 더덕구이.....

애기의 정성이 들어 간 반찬들을 가족들이 맛나게 먹으니 내가 참으로 기분이 좋다.

모두들 한마디씩 한다...

수고했어. 맛있네.

 

나도 한마디.

애기야

고맙고 수고했어.

이쁘고 착해.

으하...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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