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사동리에서 죽령까지 (도솔봉)

산빛사랑 2011. 1. 24. 10:13

어디로 갈까 하다가 예전부터 꼭 가 보고 싶었던 도솔봉으로 향한다.

원래 도솔봉은 철쭉으로 유명한 산행지이지만 겨울산행도 멋 있으리라.

기상청의 예보에 의하면 간만에 날씨도 풀리고 햇빛도 반짝인다고 하니

내 마음은 이미 백두대간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단양의 사동리에 도착해서 산행 준비를 하고 9시 30분쯤에 산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하긴 기상청이 아닌 구라청의 예보가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썩을.

틀리기를 발랄때는 맞고 맞기를 바랄때는 틀린다.

오늘 산행은 묘적봉으로 올라서 도솔봉 경유하고 다시 사동리로 하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도솔봉에서 사동리로의 등산로는 미지정등산로 이기에 아마도 길 찾기가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이 기회에 마음은 이미 죽령까지 가기로 생각한다.

 

 

산행 시작 후 임도를 따라 30여분 만에 도착한 등산로 초입.

여기에서 임도를 버리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역시나 오늘도 등산하는 사람들은 한사람도 없는듯 하다.

그래도 등산로에는 얼마지나지 않은 듯한 발길의 흔적이 뚜렷하다.

 

 

 

지도에서의 설명처럼 대미산에서 소백산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산들의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산행초입에서 50여분 만에 도착한 임도 삼거리.

산행초입에서 부터 이곳까지는 계곡을 옆에 두고 등산로가 있다.

길은 아주 순하고 여유있게 걸을 수 있을만큼 아주 좋다.

그러나 계곡을 몇번씩 건너야 하기에 수량이 많은 우기에는 많이 조심해야 할듯 싶다.

 

 

기상청의 예보와는 달리 잿빛의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고

저 위의 능선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 또한 그 느낌이 심상치가 않다.

내 전생에 무슨 죄를 그리 많이도 지었는지 대체 알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물어 볼 수도 없는 일이고...

 

 

어느덧 묘적봉 정상이다.

예상했던것 처럼 임도 삼거리에서 부터는 사람들의 발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가끔은 러셀을 하며

예상에도 없던 칼바람과 싸운다.

임도 삼거리에서 부터 묘적령까지는 짧은 거리지만 가파른 오르막과 눈길이 힘들게 한다.

능선에 오르니 기대와는 달리 보이는 것은 멋있는 산들의 모습이 아니라

시계 제로에 흩뿌리는 눈과 안개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도 가지않은 길을 처음으로 가는 길은 항상 기분이 좋다.

미지의 세계이며 때로는 동경의 세계이다.

흔적은 없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느낌으로 등산로를 찿을 수 있다.

원래 도솔봉을 찾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죽령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체력 소모가 덜 하기 때문이겠지만 사동리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을것 같다.

그러면 줄을 서서 산행을 하는것은 피할 수 있을테니깐.

도솔봉에 이르기 얼마전까지는 단 한사람도 만나지 못 한다.

그러나 죽령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으리라 생각 해 본다.

가끔은 흔적이 없는 등산로를 찾으며 걷지만 그럴때면 무릅까지 빠지는

눈길이 나를 더 기쁘고 행복하게 만든다.

그러나 자욱한 안개와 바람에 기대했던 백두대간의 모습을 포기한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산행 3시간 50분에 도착한 도솔봉 헬기장.

정확한 도솔봉 정상은 헬기장에서 죽령 방향으로 100미터 거리에 있다.

도솔봉에 도착하기 전부터 한 무리의 안내산행 회원들이 우리를 비켜가기 시작한다.

모두들 사동리 방향으로 하산을 하리라...나의 흔적을 따라서...

그러나 묘적봉을 안 거치고 사동리로 하산을 한다고 하는데 길을 잘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긴 지금 내가 다른 사람들을 걱정할 때가 아닌데.

과연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눈으로 보이는 것 그 이상인데 사진 찍는 솜씨가 영 꽝이다.

하긴 더 잘 찍고 싶어도 그럴수가 없다.

조금만 손을 내 놓고 있으면 금방 손 끝이 아픔과 함께 아려온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이 사진찍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 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증거자료는 남겨야하기에...

왜...언제나 그렇듯 어느 시점을 지나면 추위와 귀차니쯤에 사진 찍는것을 포기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

 

 

눈이 내리기를 멈추었으나 바람은 거침없이 계속 불어 온다.

그나마 등 뒤에서 때로는 옆에서 불어 오기에 다행이다.

그래도 그런 추위 덕분에 어설픈 상고대를 감상할 수 있어 좋다.

 

 

도솔봉 정상...

아...이 곳에서 저 멀리 소백산을 꼭 봐야하는데...정말 아쉽다.

가끔 하늘이 열리면서 지나온 묘적봉과 사동리 계곡을 어설프게 보여줄 뿐

오늘도 하늘은 더 많은 그 이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이것만으로도 만족하자.

부질없는 욕심은 그 욕심에 끝이 없으리라.

대신 만족할 줄 알면 항상 행복하리라.

도솔봉을 지나면서  원래 계획되로 사동리로 내려가는 길을 열심히 찾았으나

아무리 찾아도 그 희미한 흔적조차도 찾을 수 없다.

그래...차라리 잘 됐다 싶다.

이 기회에 예전부터 꼭 가 보고 싶던 죽령까지 가자.

여기에서 사동리로 내려가나 죽령까지 가나 그 시간은 비슷하리라.

다만 몇 만원의 택시비가 나올뿐이다.

뭐....이슬이 한잔 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죽령휴계소다.

서로가 엇갈려 가는 산행이기에 이제 마주오는 사람도 없고 뒤 따라 오는 사람도 몇 명밖에 없다.

여유있게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죽령을 향해 걷는다.

조금전부터 파아란 하늘이 뒤늦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 새하얀 소백산의 모습이

나뭇가지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금방일것 같은 거리를 한참을 걸어서 죽령휴계소에 도착하니 5시다.

오늘은 얼떨결에 12.5Km 정도의 거리에 7시간 30분간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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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 옛휴계소에서 동동주 한잔 하고픈 생각이 굴뚝 같지만 참기로 하고

대신 식당에서 따끈따끈한 오뎅을 먹는다.

그러면서 쉬고 있는 사이에 콜택시가 도착하고 거금 25000원을 주니

30여분 만에 사동리로 원점회귀 시켜준다.

50000원 가까이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참 저렴하게 이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칼바람속에 오늘도 점심을 안 먹으려고 아니 못 먹겠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오늘은 배가 너무 고파서 정신이 아찔아찔하고 체력도 바닥이 나는것 같은 기분이다. 

하긴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밥을 먹는 사람들을 못 봤다.

아...그러나 개념을 저 멀리 우주로 날려버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그냥 버너도 아닌

나뭇가지에 군불을 피우며 밥을 먹는 보기 싫은 모습을 보기는 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

암튼 체력이 바닥난 나는 밥을 먹기는 먹어야 겠는데 이것저것 다 귀찮아서

그냥 맨 밥에 따뜻한 물을 부어서 후루루 마시듯 순식간에 먹는다.

그렇게라도 먹으니 이제 살것 같다.

그렇게 체력을 보충하고 산 넘어 산을 또 넘는다.

산 넘어 산이 어디 등산에서 뿐이랴.

이내 인생도 굴곡진 산 넘어 산이리라.

 

도솔봉은 생각과는 달리 등산로가 능선으로 나 있는게 아니라

능선을 우회하듯 대부분 8부 능선이나 9분 능선으로 나 있다.

비록 오늘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멋있는 백두대간의 모습을

만끽하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죽령까지 다녀올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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