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간만에 나 홀로 산행을 계획한다.
목적지는 치악산의 주봉 비로봉이 아닌 남대봉을 오르기로 한다.
영동지방에 대설경보가 발효중이지만 치악산에는 약간의 눈발만 날릴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 예전에 친구와 셋이서 눈 내리는 겨울에 구룡사에서 올라 관음사로 하산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치악산 줄기의 그 나머지 반땅인 남대봉이 발길을 유혹한다.
금대리 야영장에 도착하니 대형버스에서 내린 산꾼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등산화를 싣는 사이 그네들은 저 멀리 사라지고 이제 나 혼자 덩그러니 남는다.
준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하려고 하다가 우연히 차를 봤는데...이런 우라질.
차의 조수석이 큰 상처로 얼룩져있다.
간밤에 그 누군가 양심을 밥 말아 먹은 인간이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감행했으리라.
아.......인간아....그러고도 맘이 편하겠느냐...
차는 몸의 상처로 아프고 나는 마음의 상처로 아프다.
뭐...암튼 이제 올라 가자.
9시 10분경에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첫 발을 내 딛는다.
야영장에서 부터 비포장 길과 시멘트 길을 따라 30여분 오르니 앞서간 사람들의 후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뒤로 영원사가 살짝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뒤에서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도 양심을 밥 말아 먹은걸까.
하얀 구름과자도 날려 주고 급한 민원도 해결한다.
계곡을 끼고 있는 등산로가 산속으로 산속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그리고 때로는
그들과 일행인듯 함께 걷는다.
사람들이 별로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혼자 보다는 좋다.
끝없이 계속될것만 같던 계곡길이 끝나고 2시간여만에 드디어 능선에 도착한다.
여기서 다시 버스 산꾼과 그리고 또 다른 산행팀을 만난다.
헉...그런데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포함한 모두가 초행길이란다.
그러면서 서로들 비로봉과 상원사중에서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라 우왕좌왕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시냐고 물으니 향로봉에 간다고 한다.
엥...그러면 당연히 비로봉쪽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 드렸다.
그런데...누군가는 아무 의심없이 고맙다고 하면서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아직 오지않은 일행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를 한다.
아.....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로구나...
그러나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리라.
누가 누구를 탓하랴.
드디어 남대봉 정상이다.
예상처럼 눈은 거의 없고 예상외로 사람들은 대빵 많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라 왔는지 남대봉 헬기장이 완전 시골장터 분위기다.
라면을 먹는 사람, 막걸리 마시는 사람, 아자아자 외치는 사람.
너무나 많은 등산인파를 보니 이제부터 줄서기 산행을 해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예감이 밀려온다.
장터를 뒤로하고 조용히 앞서 산행을 시작하니 여유롭다.
앞으로 가야 할 비로봉 방향의 능선들.
중앙의 흰색 봉우리가 향로봉인듯 하다.
그리고 오른쪽 저 멀리 희미하게 비로봉 정상이 희미하게 보인다.
능선에서 내려다 본 원주시가지의 모습.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몰라도 아무상관 없다.
날씨가 흐린것도 아니면서 맑지도 않고 맑은것도 아니면서 흐리지도 않다.
이것도 아니면서 저것도 아니고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다.
향로봉 방향에서 올라 온 사람에게 증거자료 부탁해서...찰칵.
소나무 좋고.....사람은 더 좋고.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 멀리 비로봉 정상이 보이리라.
띵까띵까 사진찍기 놀이에 열중하는 사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줄서기 산행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이 몸도 줄서기의 흐름속에 합류한다.
금대리에서 출발한지 3시간여만에 향로봉을 500미터 앞둔 헬기장에 도착한다.
치마바위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가.
뭐 그냥 앞 사람 엉덩이 보면서...내 뒤에서는 그 누군가가 내 엉덩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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