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민주지산
이번이 민주지산을 세번째 찾는거다.
그 첫번째는 모년 모월 모일...안개가 자욱한 날 이였다.
황룡사를 지나 삼도봉 갈림길 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내 무모한 큰 욕심에 더 긴 산행을 하고 싶어 음주골폭포를 보려고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갑자기 길도 희미해지고 뭔가 이상하다.
어딘지 모를 정상에 올랐으나 너무 짙은 안개에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인다.
큰 나무에 올라 방향을 가늠해 보지만 내 맑은 눈이 짙은 안개너머를 볼 수는 없는가 보다.
지금 생각해도 결코 믿을 수도 없고 절대로 이해도 안 가지만 정말이지 안개에 홀린듯이
갔던 길을 또 가고 그 갔던 길을 다시 또 가고 이렇게 똑 같은 길을 세번이나 반복을 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산행이였지만 그래도 함께했던 모두는 뭐가 그렇게 즐겁고 재미있는지
걱정 같은것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정말 많이도 웃고 또 웃으며 참 즐거운 시간이였다.
그리고 안개속에서 헤메이다 어떻게해서 삼도봉 갈림길을 찾았으나 이미 그때는
이제 산행은 아예 할 생각도 안 한다...그래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산행은 못 했지만 그래도 산행 비슷한 건 했으니깐 맛난 걸로 몸보신을 한다.
그리고 그 두번째는 09년 12월의 어느날...나 홀로
몇달간 산행을 휴식했다고 산신령님을 벌을 주신건지 모르겠다.
한동안 산과의 거리를 멀리 하다가 간만에 겨울산을 찾았다.
황룡사에서 삼도봉과 석기봉까지는 아무 무리없이 하얀 겨울산을 만끽하며 즐겁게 걸었다.
그러나...석기봉을 지나면서 갑자기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한다.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며 마비가 오기 시작하다...이런...우라질...이 다리가 내 다리 맞는건가.
그래서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고 다시 걷고 그러다가 너무 아파 주저 앉고.
다시 파스 뿌리고 아픈 다리를 질질 끌듯 하고 걸으며 민주지산 정상 바로 턱밑 갈림길까지 왔다.
아...이 상태로 꼭 정상을 가야하는건가...꼭 그럴필요까지 있는건가.
정상을 간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또 그냥 내려간다고 누가 욕을 하는것도 아는데...
잠시 생각하다가 이번에는 파스를 왕창 뿌리고 정상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이런...뭐니 이건.
조금 걸으니 정상이 가까워서 인지 아님 파스 때문인지 다리가 언제 아팠냐는듯 멀쩡하다.
헉...이건 웃어야 하는건지...어이없어 해야하는건지.
그래서 정상에서 여유있게 겨울산의 경치 감상하고 하산을 했던 기억이...
암튼 간만의 산행에 기상여건을 제외한 산행으로는 내 생에 가장 최악의 산행이였지 싶다.
그리고 그 세번째...
주차장에 도착하니 대형버스가 10대 가까이 그리고 작은 차들 엄청 많이.
아..오늘은 무조건 줄서기 산행이겠구나 생각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어느 골짜기 어느 능선으로 다 흩어졌는지 우려했던 줄서기 산행은 없어서 다행이다.
고독을 안고 대중속으로 들어 가는 것인가.
대중속에서 나 만의 고독을 느끼는것인가.
10시45분 대형버스에서 내린 ( 나도 그중 일인) 수 많은 등산객들과 어우려져 산행을 시작한다.
쪽새골 갈림길에 단체촬영을 한다.
사람들이 많으니 간단한 사진촬영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원래 그런거다.
왜...원래 그런거지...안 그럴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시작이다...모두들 아이젠을 할까 말까 고민들이다.
눈이 녹는 상태에서는 아이젠을 해도 상관없고 아니하여도 좋으리라.
겨울의 끝은 봄의 시작이고
봄의 시작은 겨울내내 움추려 있던 들과 산에 파아란 새싹이 움트는 것이리라.
어느덧 나뭇가지의 새순도 물기를 머금고 새싹을 틔울 만만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오늘은 쪽새골로 해서 각호산과 민주지산 정상의 중간쯤인 능선으로 오른다.
능선에 오르니 정상에 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각호산 쪽에서 오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능선에서 조금 더 가니 드디어 무인대피소가 나 온다.
뭐...여긴 거의 시골장날 풍경이다.
여기저기 한 무리씩 모여 맛난 식사들 한다...좋다.
그러나 대피소 풍경이라니...
대피소는 말 그대로 위급할때 대피하라고 만들어 놓은 곳인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완전 쓰레기 하치장 수준이다.
정녕 이런 모습이 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등산객들의 모습은 아니길 바란다.
암튼 맛난 식사를 하고 삼도봉을 향해 서둘려 출발해서 민주지산 정상에서 증거자료를 남긴다.
저 뒤로 무주리조트와 덕유산 정상이 보여서 분명 사직을 찍은것 같은데 얼라...없다.
민주지산 정상에서 바라 본 석기봉과 삼도봉의 하얀 능선과 그 뒤로 뿌연 하늘.
오른쪽 높은 곳이 석기봉, 좌중앙이 삼도봉, 그리고 왼쪽 움푹 들어간 곳이 심마골재.
우리가 알고있는 정상은 민주지산이지만 실제로는 석기봉이 조금 더 (3cm) 높다.
석기봉에서 바라 본 각호산 방향의 회색빛 능선과 파아란 하늘의 모습.
왼쪽이 민주지산 정상, 중앙이 1185봉, 그리고 오른쪽 저 멀리 각호산.
비록 눈이 없는 겨울의 민주지산이지만 그 모습이 장쾌하고 멋있다.
석기봉에서 당겨 본 삼도봉의 모습과 사람들.
너무 여유로운 산행을 했고 삼도봉까지 가야 하니 이제 조금 발걸음을 빨리 한다.
석기봉에서 바라 본 물한리 방향.
민주지산은 충북에서도 아주 오지에 속한다.
중앙 하얀게 보이는 곳이 산행 출발점인 주차장.
석기봉에서...
충북 영동군과 전북 무주군 그리고 경복 김천시가 만나는 삼도봉.
삼도의 화합을 위하여 만든 기념탑이다.
저 멀리 덕유산에서 부터 삼도봉까지 힘차게 달려 온 백두대간.
나름의 증거자료 찰칵.
삼도봉에서 다시 바라 본 석기봉과 민주지산 그리고 각호산.
날씨는 좋은데 시계는 불량하다.
뒤로 희미하지만 고산준령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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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밑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좋아라 하지는 않지만 여건상 빨리 걷는다.
후미도 빨리 따라 오길 바라면서.
그러나 처음부터 그렇게 큰 기대는 안 한다.
왜...조금 더 늦는다고 해도 크게 문제기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암튼 삼도봉에서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고
혼자서 때로는 노래를 부르며 때로는 무언의 대화를 하며 무상속의 상념의 시간속에
걷다 보니 1시간 만인 5시 35분에 황룡사에 도착한다.
오늘 산행시간은 대략 6시간 50분.
비록 각호산에서 삼도봉까지의 종주는 아니지만 세번째만에 민주지산에서 산행다운 산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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