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이화령에서 백화산까지...

산빛사랑 2011. 10. 4. 10:45

10월의 시작과 함께 3일간 이어지는 연휴을 맞아 2박3일간의 산행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투덜이 두 후배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계획은 그냥 계획으로 잠들고

간단하게 산행은 하루만 하고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 속에서는 부글부글 얼굴은 생글생글 ...

 

하산 지점인 분지리에 차 한대를 놓고 산행 출발잠인 이화령에 도착하니 대형버스에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왕창 내린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도 승용차로 온 사람들도 모두가 조령산을 가기위한 사람들이리라...

 

예전에 조령산을 산행할때 정상에서 활어회를 먹기도 하고 하산할때 쯤에는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서

3관문까지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산행을 한 기억이 생생하다.

 

암튼 예상했던것 처럼 버스와 승용차의 모든 사람들은 조령산으로 가고 백화산으로 가는 사람은 우리 세명뿐이다.

다행이다...등산객이 너무 많으며 줄서기 산행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번에도 우리들만의 오붓한 산행을 할 수 있으리라...

이화령에서 문경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계단이 보이고 10시 5분경에 드디어 산행시작이다.

 

 

바로 능선으로 붙을것 같은 등산로는 8부 능선쯤을 한참 돌아선 후에야 능선으로 붙는다.

능선에 오르니 이건 뭐 능산로가 아니라 완전 산책로가 따로 없다.

연인끼로 팔짱을 끼고 걸어도 좋을만큼 길이 산책로 같다.

중간중간에 만나는 밤나무에서 어설프게 밤도 몇개 주워서 먹어 본다...맛있다.

 

당일 산행이고 시간제한도 없고 길도 좋고 완전 띵까띵까 산행이다.

그래서일까 길은 좋은데 시간은 예상보다 많이 걸렸다.

 

그래도 후배들은 느긋하다...

그냥 이렇게 여유있게 걷다가 너무 늦으면 그냥 황학산에서 내려가잔다...팍.

 

 

길이 너무 좋아 증거자료를 남긴다.

사실 지금까지 지나 온 길이 더 좋고 아름다웠는데 이미 지나 온 길을 카메라에 담을 수는 없기에 마음에만 담는다.

 

 

비록 많이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등산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길은 처음 만난다.

돌도 없는 완전 흙길에 경사도 거의 없고 나무는 울창하고 마치 한적한 산책로를 걷는 기분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들때는 웬지 마음속에 허전함이 밀려오곤 한다...

 

 

잘 가꾸어 놓은 전나무(?)숲

거침없이 하늘로 하늘로 그 높이를 더해간다.

가을은 하늘높이 걸려있고 태양은 밝게 빛나지만 울창한 숲속에는 빛이 스며들어 오지 못한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주흘산

 

길은 좋고 숲은 울창하지만 그 때문에 숲과 길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만나는 전망좋은 곳에서 바라 본 주흘산과 그 왼쪽 바위 부봉의 모습.

약 한달만에 주흘산과 부봉을 거의 반대방향에서 바라본다.

지난번에 부봉을 산행하고 난 후에 후배가 일주일 정도 고생을 했단다.

엄살이기는 해도 사실 힘들기는 했으리라...

문경쪽에서 바라보는 주봉에서 영봉으로 이어지는 주흘산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으로 남는다.

 

밑에는 연풍에서 문경쪽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국도

 

 

완전 룰루랄라 산행으로 2시간 40여분 만에 황학산 정상에 도착한다.

 

올레길이니 둘레길이니 하면서 무슨무슨 길이 많지만 지금까지 지나 온 길이야 말로 그 어디에 내 놔도 절대 손색이 없는 길이리라.

 

그런데 걷는 중간중간에 이상해서 살펴보니 오토바이 자국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서 괭음이 들리더니 오토바이 한대가 힘겹게 길을 올라 오고 있다.

나름 산악 오토바이를 즐기는 사람이겠지만 고요한 산속에서 들려오는 괭음이 귀에는 아주 거슬린다.

황학산 정상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있는 사이에 괭음은 백화산쪽으로 갔다가 다시 괭음을 내며 이화령쪽으로 사라진다.

지금까지의 인적없는 등산로에서 만난 유일한 한 사람이다.

 

 

황학산에서 바라 본 앞으로 가야 할 백화산

 

점심을 먹으며 후배둘이서 바로 내려갈려고 작전을 세운다.

내려가서 먹거리도 사야하고 어둠기전에 텐트도 칠라면 늦어도 4시까지는 내려가야 한단다.

그래 알았다....내려가라 내려가...퍽

암튼 나는 백화산까지 갔다가 늦어도 4시30분까지 내려간다...며 반 억지를 부린다.

결국 한명은 동행하기로 하고 다른 한명은 황학산 정상에서 바로 내려가기로 한다.

 

그러나 너무빨리 지나쳐서 인지 아니면 길의 흔적이 희미해서 인지 암튼 바로 내려가는 길을 지나치고 만다.

그래서 한명도 얼떨결에 백화산까지 동행을 한다...짝짝짝.

나도 얼떨결에 보고 싶던 억새밭을 놓치고 무심결에 그냥 지나친다.

 

그러면서도 장난삼아 내가 일부로 길을 지나쳤느니 뭐니 하면서 투덜투덜...궁시렁궁시렁.

그러나 나도 길을 찾고 싶었으나 이미 늦어버린걸 어떻하냐고...

 

체력이 불량한 후배에게 스틱을 준다...

제발 아프다고 하지말고 잘 쫓아와라...

 

 

산행시작 4시간여 만에 도착한 백화산 정상

 

황학산에서 백화산 까지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올랐다.

중간에 두군데 로프가 설치된곳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지나 온 길처럼 아주 편안하다.

후배도 좋은 길 덕분인지 불평없이 아주 잘 걷고 투덜거리지도 않는다.

 

정상에 도착하니 오늘처음으로 등산객 두분을 만난다.

서로 인사를 하며 어디서 오셨느냐 물으니 마을회관에서 올라 오셨다고 하길래 그냥 "네" 하고 만다.

허걱....마을마다 있는...마을회관.....대체 어느 마을회관이냐고요.

 

두분은 희양산쪽으로 먼저 가고 우리는 잠시 더 휴식을 한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희양산은 안 보이고 문경과 가은쪽의 들판이 눈에 들어 온다.

 

이제부터는 내리막 길이라서 늦어도 4시 30분까지는 분지리에 도착할 수 있을것 같다.

백화산에서 희양산 방향으로의 길은 지금까지 지나 온 길과는 완전 다르다.

금방 나올 줄 알았던 평전치가 안 나온다.

그래서 중간에 한번 휴식을 하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분지리에 세워 놓은 산행 안내판

백두대간이 분지리를 U자 형태로 감싸고 있다.

 

얼마를 걷다 보니 백화산에서 만난 마을회관 두 분을 다시 만난다.

우리보고 어디로 내려가느냐 묻길래 분지리로 내려간다고 하니 자기들도 그리로 내려갈려고 하는데 길이 없단다.

오잉...그래서 지도를 꺼내 살펴보니 분명 지도에는 길이 있다.

마을회관...왈...분지리로 갈려고 갔다가 이 길로 쭉 가면 이만봉으로 간다기에 다시 되 돌아오는 중이란다.

아아....여기에서 좀 더 신중하게 잘 판단을 했어야 하는데....

그분들의 "길이 없다"는 말만 듣고 그만 너무 일찍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분들은 백화산에서 황학산으로 간다고 출발한게 지금 여기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거였다.

 

"하긴 누구 탓을하랴"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 그냥 믿어버린 내 잘못이지.

암튼 길이 없다기에 후배에게 조금 기다리라 하고 길을 찾는다.

얼마 후 흐릿한 길이 보이길래 후배와 마을회관 두분을 부른다.

그 와중에 후배는 미끄러져서 바지는 흙 투성이고 손 바닥은 조금 찢어져서 피가 나고...

다행히 마을회관 한분이 밴드를 줘서 응급조치를 하고...

 

후배들은 길을 잃어버려도 가끔 있는 일이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지만 마을회관 두분은 몹시 당황한듯 했다.

그래서인지 길을 찾았다고 하니 불안했던 얼굴에 살짝 웃음과 함께 안도하는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뭐.....성급한 결단에 후배는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그 분들에게는 좋은 일을한것 같다.

마을회관...왈...오늘은 오지산행을 한단다...

그렇게 흐릿한 길을 걷다 보니 이내 뚜럿한 길을 만나고 곧바로 평전치에서 내려오는 길인듯 보이는 길과 합류을 한다.

그럴줄알았어.....거기에서 그냥 조금 만 더 갔으면 고생도 안 하고 피도 안 봤을텐데...

 

길은 뚜럿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듯 잡목이 우거진 길을 한참을 걸으니 드디어 임도가 나온다.

임도에서는 셋이서 농담같지도 않은 농담을 하면 즐겁게 웃으면서 내려온다.

SUV 어쩌구...절단기 저쩌구...마을회관 어쩌구...인생 저쩌구...

 

생각보다 긴 임도를 한참을 걸으니 드디어 문제의 마을회관인 듯한 건물이 보이고 이내 차를 세워놓은 곳에 도착한다.

이렇게 오늘도 사람없는 곳을 여유있게 산책겸 등산을 하고 얼떨결에 약간의 오지 산행을 보너스로 챙기며

6시간 40여분의 즐겁고 행복한 산행을 마친다.

 

산행을 마치고 연풍에서 야영에 필요한 장을 본다.

장이라고 해 봐야 고기만 사면 된다.

그런데 피를 본 후배가 흘린 피도 보충해야 하고 너무 긴 산행으로 인한 체력소모도 보충해야 한다며 소고기를 먹자 한다.

그래.........먹자 먹어...

그래서 이것저것 사며 시간을 보내고 조령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여 텐트를 친다.

이제부터는 이슬이를 만나는 시간이다.

그런데 배가 너무 불러서 이슬이가 안 넘어간다...이건 아닌데.

소고기도 이슬이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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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를 만나고 일찍 잠이들었다가 한밤중에 일어나 바라 본 가을의 밤 하늘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쏟아질듯 수 많은 별들이 가을 밤 하늘에서 손에 잡힐듯 밝게 빛나고 있다.

 

어둠속에서 빛나는 것이 있다.

아니 어둠이 있어야만 빛나는 것이있다.

아니다 밝음이 있어야 어둠이 있고 어둠이 있어야 밝음도 있다.

 

어둠속에서 빛나는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밝음속에서도 빛나고 있는 것이다.

밝음속에 있기에 밝음을 보지 못한다.

 

밝음이라면 언제 밝음을 느낄것인가.

아니

 "지금은 밝음속의 어둠인가 어둠속의 어둠인가"

"어둠이라면 언제 밝게 빛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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