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까지만 해도 주말과 휴일에 비가 온다고 그랬다...
그래서 순진한 나는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또 그래야 정상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번에는 기상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정보를 확인하니 주말과 휴일에 비가 아니 오거나 와도 아주 조금만 온다고 한다...허걱.
대체 이제부터 일기예보는 기상청이 아닌 다른곳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뭐야 이게...
뭐.....좋아 질 날이 오겠지...그런데 어느 세월에.
암튼 아침일찍 출발 했는데도 영동 고속도로는 이미 차량들로 꽉 차 있다.
아마도 추석을 2주 앞두고 조상님들의 묘역을 깨끗하게 정리하러 가는 모양이다.
조상님들의 묘역이 깨끗한 것도 물론 좋지만 벌초를 하는 나의 곁모습과 속마음이 같은 마음인지 스스로 살펴 볼 일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연풍에서 후배와 합류하고 조령산 자연휴양림 입구에 도착했는데 웬일로 입구가 활짝 열려있다...아싸
덕분에 룰루랄라 하면서 조령3관문까지 아주 쉽게 도착한다.
휴양림의 오솔길을 달리는 기분이 참으로 좋다.
나무는 우거지고 그 사이로 비치는 햇살 조각들이 마치 그림처럼 멋있다.
예전에는 주차장에서 부터 3관문 까지 한참을(30여분) 걸어 올라 갔는데 말이지...
자 이제부터 산행을 시작하자...
조령 제3관문
그런데 허걱....3관문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후배들의 마음이 왠지 수상한다.
그러면 그렇지...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그래 내 그럴줄 알았다.
3관문 바로 근처에 주막집이 있는데 그것을 본 후배 왈....
"시간도 많고 급할 것도 한데 막걸리나 한사발 하고 갑시다"
뭐....말린다고 들을 것도 아니고 사실 시간도 널널하고 해서 그러마 하고 나도 덩달아 산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막걸리 한사말을 꿀걱꿀걱 마신다.
산채전도 맛있고 무엇보다 과하지 않고 적당하게 마시고 산행을 하면 허기도 피할 수 있고 해서 좋다...
막걸리 한사발에 행복해진 마음을 안고 10시50여분에 드디어 마폐봉을 향해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일정은 제3관문에서 마폐봉을 오른 후 부봉을 거쳐 다시 3관문 까지의 원점회귀 산행이다.
마폐봉 삼거리.
걸죽한 막걸리 탓인지 후배들이 초반부터 "천천히"와 "좀 쉬었다 가자"를 연발한다....팍팍
사실 막걸리 탓도 아니고 원래 그런다...시간이 많은 걸 아니깐 더 여유 부리며 띵까띵까...세월아내월아...
입으로는 그러면서 산행은 또 잘 한다.
중간에 여러번 휴식도 했고 가파른 곳도 있었지만 늦지 않은 1시간 만에 마폐봉에 도착한다...
예전에는 신성봉으로 올라서 3관문으로 하산을 했고 오늘은 그 연장선에 있는 동암문으로 간다.
어렵지 않게 능선에 올랐고 이제부터 능선 길이라 조금은 편안하리라...
대간 길이라 사람들이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등산로는 인적없이 한적하고 고요해서 더 좋다.
가끔씩 들려오는 새소리와 솔솔 불어 오는 바람의 느낌이 좋고 푸른 하늘과 녹음이 우거진 숲길이 좋고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적당한 구름도 너무 좋다.
동암문
마폐봉에서 동암문 까지는 후배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야말로 장난이다.
주변은 온통 바위로 이루어 진 산이지만 이 길은 편안한 흙 길에는 오름내림도 없이 그냥 부담없이 자연을 느끼고 노래하면서 걸으면 그만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참으로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미쳐 몰랐다...그랬다
동암문에서 부봉 삼거리 까지 조금 힘들었다.
편안한 길에 익숙해진 다리가 가파르지만 멀지 않은 거리를 오르는데도 꽤나 많이 힘들어 한다.
시간이 여유롭다는 것이 정말 좋다.
그냥 느긋하게 푹 쉬며 땀을 식히고 있을뿐 눈 앞의 어러움을 느끼지 못 하고 있다.
아 ! 짧은 거리를 힘들게 오르니 눈앞에 환상의 풍경이 펼쳐진다...
부봉에서 월악산의 영봉을 배경으로 그림같은 증거자료 한장...
너무 여유있게 산행을 했나....
마폐봉에서 부봉까지 3시간이나 걸렸네....그래도 상관없지 뭐.
오늘 산행의 목적은 부봉에서 6봉까지의 암릉산행이라서 이제부터 어떤 멋진 그림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부봉을 지나서 그냥 생각없이 걷다 보니 이제부터는 어디가 몇번째 봉이고 어디가 몇번째 봉인지 알 수가 없다...
몰라도 산행을 하는데는 아무 지장도 없고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부봉을 지나 그 어디에선가 만나는 지붕바위(내 맘).
산행을 하다가 혹시라도 소나기를 만난다면 비를 피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인듯 싶다.
암튼 왜게 오르내림이 심한거야.
힘들거 죽겠네...우쒸.
급경사에 맨 밧줄이고.
그래도 조심하면 크게 위험한 곳은 없다.
그러나 비가 왔을때나 겨울에 산행을 하다 혹시라도 미끄러지면 그냥 바로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할 수도 있으니 가급적 산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으리라...
헥헥 거리며 네발로 힘들게 올랐다 내려갔다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나도 모르게 벌써 6봉에 도착한다.
허걱...이게 어게 된거야...지도상의 시간하고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나.
부봉에서 6봉까지의 소요시간 1시간 20여분...
하긴 사람도 없고 해서 중간에 죽치고 앉아 참 길게도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생각보다 다소 힘들기는 했지만 그동안 꼭 해 보고 싶던 부봉을 산행에서 너무 좋다...
6봉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하산길을 따라 쉼없이 내려 오다가 중간에 졸졸 졸린듯 흐르는 계곡을 만나 시원하게 세수하고 다시 느낌상 한참을
내려 오니 바로 세제길을 만나고 바로 동화원이다.
이제부터 산책로를 걷는다...
산책로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모습과 각각의 표정으로 걷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얼라들의 천진난만한 모습, 풋풋한 연인들의 모습, 즐겁게 친구들과 함께, 노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음
걷는데 지장이 없거나 차량 회수에 문제가 없다면 3관문에서 1관문 까지 세제길(영남대로)을 걸어 보는것도 꽤나 좋으리라 생각한다.
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졸립다고 동암문에서 먼저 내려간 후배가 용케도 조령산휴양림에 텐트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아유...착해라...
자고 있을 줄 알았던 후배는 혼자서 텐트치는 모습이 얼마나 불쌍하게 보였는지 옆 텐트에서 처음보는 사람과 벌써 한잔하고 있다...재주도 좋아.
이제 우리도 본격적으로 먹어 보자.
휴양림 내에 있는 가게에서 이것저것 샀는데 이상하게 많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
아마도 다른 물품은 비슷할 텐데 김치를 달라고 했더니 파는 김치는 없다고 자기네 먹는 포기김치를 한포기 줬는데 그걸 대빵 비싸게 많은 것 같다.
그래도 김치 없이 고기를 먹는 것 보다는 설령 조금 비싸게 받았더라도 마음 넓은 내가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하여 다시 얼떨결에 옆 텐트의 부부와 얼라들까지 합세하여 7명이 맛나게 삼겹살 구워 먹고 옆집에서 부침개 사 와서 그것도 맛나게 먹고
한잔 술이 오가고 그러다가 옆 텐트는 꿈나라 여행을 위해 돌아가고 후배는 여행은 필요없이 그냥 단순히 졸려서 자러 들어 가고 다른 후배와
단 둘이 다시 이슬에 대해 그리고 인생에 대해 그리고 종교와 와이프에 대해 영원히 끝나지 않는 답도 없는 폭풍 질문과 어설픈 답을 주고 받는다.
예전에 비헤 체력이 많이 떨어지듯 후배는 벌써 취기가 동해서 누가 부르지도 않는데 이리저리 왔다리 갔다리를 하기에 먼저 텐트 안으로 보낸다.
제발 그냥 푹 자라...
이제 홀로 남은 나...
바로 옆 계곡에서 흐른 물소리가 맑고 깨끗하다.
하늘에는 별이 떴는지 달이 떴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나무 때문인지....이슬에 취해서 인지...
아니면 그리움이 너무 깊어 하늘에는 아예 눈길을 주지 않았는지도...
남은 이슬이 초라해 보여 그의 슬픔과 한잔 더 하려 했으나 그냥 흰 담배 연기만 하늘에 날려 보낸다.
흰 연기가 비틀거리며 흔적도 없이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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