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갓봉에서 바라 본 왼쪽의 남덕유와 오른쪽의 서봉
구름이 태양을 가려 어둡다.
아무리 뜨거운 태양이라도 구름을 뚫지는 못 한다.
"약함이 강함을 이기는 것"
그러나 나는 내 자신에게 좀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남덕유에서 보다 향적봉의 모습이 조금 더 가까워 졌다.
바로 앞이 무룡산...
내일은 저기만 오르면 동엽령까지는 아주 수월한 길이다.
영각사에서 12시20분에 출발해 남덕유에 2시50분경에 도착하고 휴식후에 3시20분에 남덕유를 출발해서
5시40분경에 삿갓재에 도착해서 나름의 마찬을 준비한다.
그런데 이런 얼어죽을...
후배가 김치를 안 가지고 왔단다...허걱
후배 왈....자기를 믿은 내가 잘못이란다...그래 웃자 웃어.
그래서 보시다시피 목살을 먹는데 김치는 물론이요 그 흔한 고추도 없고
그냥 쌈장에 밥과 일회용 미역국만 먹는다....참...불쌍하다.
그런데 살짝보니 옆에 혼자 온 사람의 김치가 보인다.
그래서 술 한잔 같이 하면서 김치를 먹을까 잠깐 생각해 본다.
그런데 아니다...안 된다...절대...왜.
그러면 술이 부족하다..
그냥 차라리 김치없이 아니 안주없이 이슬을 마시는 한이 있더라도
산속에서 이슬이 부족한건 절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대단한건지 한심한건지....참.
김치는 없어도 아주 맛있게 저녁을 먹고 조금은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빠져든다.
그런데 아무리 참으려 해도 굳은 인내력도 이겨낼 수 없는게 있으니
바로 생리현상인지라...
새벽 1시30분경에 그 반갑지 않은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밖에 나가니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이건 또 뭐냐.
하늘이 하는 일....날이 밝으면 괜찮겠지.
다시 돌아 와 참을 청하나....옆에서는 뭐 하는지....밤새 부스락 부스락...으으...
산장에서는 누구나 그렇듯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잘 수가 없다.
산행으로 피곤할텐데도 아침일찍 잘 일어난다.
몇명이 아직도 꿈나라 여행을 하는 것을 보고 밖으로 나오니 벌써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도 간단하게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을 먹는다....뭐 편하다.
또 다시 찾아오는 이별의 시간이다.
불량 체력의 후배 왈...나는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나는 그냥 황점으로 내려 갈 테니깐 형 혼자 가라...
흐미...어쩌쓰까...개뿔
조금은 예상했던 일이기는 하진만 그래도 아쉽다.
체력의 부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벌써 세번째 덕유산을 찾는 후배가
온전한 산행을 같이 할 수 없다는게 너무 안타깝고 또 서운해진다.
이제 언제 다시 덕유산을 찾을 수 있을지 알수가 없기 때문에...
밥상을 차려 줄 수는 있지만 강제로 먹일수는 없다.
길을 안내해 줄 수는 있지만 강제로 끌고 갈 수는 없다.
서운함은 그냥 서운함으로 남겨두고 7시30분에 각자의 길로 향한다.
후배는 황점으로 나는 동엽령을 거쳐 안성매표소로...
이제부터 투벅투벅 나 홀로 산행이다.
신경쓸 사람도 없고 내 맘대로 산행이만 왠지 허전하고 심심하다.
때마침 짙은 안개가 밀려와 갑자기 어두워진다...
"하나 보다는 둘이 낫다"
그렇게 도착한 무룡산이지만 쉬자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대충 증거자료 남기고 혼자서 감상에 젓는다.
무룡산에서 바라 본 남덕유 방향의 지나 온 능선들...
수없이 많은 고추잠자리들은 푸르른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 다닌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의 고추잠자리들이 모두 다 덕유산으로 휴가를 나온 듯이 그 수가 엄청하다.
저 멀리 향적봉 정상과 S자로 굽은 가야 할 능선.
이 길은 정말 능선길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만큼 굴곡없이 평탄한 길이다.
오늘의 일정에는 없는 백암봉과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인다.
그리고 중앙에 안성 갈림길인 동엽령이 보이는듯 하다.
화창한 날씨 덕분에 저 멀리의 서봉과 남덕유 그리고 삿갓봉과 무룡산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아............말 그대로 한폭의 그림을 가슴에 담는다.
무룡산에서 동엽령까지는 길은 평탄하지만 그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는 듯이
거짓말 많이 보태고 거기에 과장을 조금 더 보태면 길이 완전 밀림수준이다.
때로는 허리 밑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숲을 헤치면 걸어야 한다.
동엽령을 코 앞에 두고 당겨 본 향적봉의 모습
그 옆으로 무주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고 올라 오는 설천봉이 있다.
혼자 산행을 하니 증거자료 남겨 줄 사람도 없고...개뿔
실패한 셀카놀이의 흔적을 남긴다.
동엽령에서 잠깐의 휴식후에 녹음이 짙게 우거진 계곡과 숲을 지나 안성매표소 까지 한걸음에 내려 온다.
역시나 들리는 건....자연의 소리뿐이다.
중간에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혼자 기달릴 후배를 위해서 최대한 빨리 내려 온다.
삿갓재에서 7시30분에 출발해서 무룡산에 8시25분에 도착하고 엉뚱한 감상놀이 하며 잠자리가 부럽고
어둠의 밀림속을 말없이 걷고 말 할 줄 모르는 카메라와 셀카놀이 하며 외로움을 달래 보기도 하며
동엽령에 도착하니 10시15분.....허걱...정신없이 문자가 도착하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통화하고...
부디 아무일도 아니기를....
그래서 마음에 여유조차 없이 급하게 하산을 해서 안성매표소에 도착하니 11시30분.
어제는 7.7km을 5시간 20분에
오늘은 10.7km을 4시간에...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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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걷고자 원하지도 않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으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사람이리라.
어디 인생이 내 생각대로 다 이루어지겠는가...
때로는 생각지도 못 했던 행운이 찾아 오기도 하고
또 때로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행복이 사라지기도 하고...
세잎크로버는 행복이요
네잎크로버는 행운이라.
어쩌면 오지 않을 행운을 찾기 위해 눈 앞의 행복을 짖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은 행복을 찾기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가...
물소리,새소리,바람소리,풀벌레소리,
그리고 이 들과 함께 묻어나 코을 간지럽히는 싱그러운 자연의 냄새.
물질적으로는 가진 것 없어 가난하더라도
마음은 순수한 자연을 닮은 맑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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