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소백산 - 국망봉에서 고치령 그리고

산빛사랑 2011. 6. 20. 10:47

 

 

어의계곡 방향의 눈부신 푸르름.

무슨 나무인지 모르겠으나 마치 나무에 꽃이 핀듯하다.

 

 

아쉬움에 다시 돌아보니 수줍은듯 비로봉이 다시 모습을 살짝 보여 준다.

잘 있거라...

내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올 지 기약을 할 수가 없다.

 

식사 후 부실체력 한명은 초암사로 하산을 시작하고 이제 다른 후배와 단 둘이서 고치령까지 걷는다.

 

 

식사 후 출발과 함께 뒤로 국망봉을 배경으로...

 

 

엄동설한에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이 길을 넘었을 마의태자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김산의 "아리랑" 에서도 역시나 나라없는 설러움이 얼마나 큰지 아니

차마 말로는 못 할 인간적 무시와 경멸과 고통을 느껴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어가야 하는지...

아마 저 세상에서도 눈 감지 못 하고 원한의 피를 흘리고 있으리라...

 

지난날은 과오는 용서하자...

누가 누구를...용서한단 말인가.

이 말은 결코 그 일을 행한 그 당사자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지난날의 용서는 그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과를 할 때

그 때 비로서 그 피해자 만이 용서를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상의 은사 리영희 선생님의 말씀으로 기억한다.

 

 

지금의 나는 나라을 잃은 설움은 없다.

그러나

나를 잃어 버리지는 않았으나 진정한 나를 찾아야 한다.

 

 

다시 바라 본 상월봉 방향.

국망봉에서 얼마간의 초원지대를 지나면 이제는 그 형태를 완전히 바꾸어 나무가 우거진 완전 숲속을 걷는다.

한여름에도 모자도 썬그라스도 필요 없을 듯 햇빛 한조각 들어오지 않는 길이다.

길은 굴곡도 경사도 없이 숲속의 평지를 걷듯 완전 산책로다.

 

 

평지를 걷듯 하다 보니 빨리 걸어서 인지 생각보다 빨리 거리가 줄어 든다.

아쉬움이 있다면 전망좋은 경치를 구경할 수가 없다는 거다.

 

 

이곳에서 한번쯤 가 보고 싶은 신선봉에서 구인사 방향의 등산로는 출입금지가 버티고 있다.

이제 남은 거리 9km에 4시간 정도만 더 가면 오늘의 목적지 고치령이다.

 

 

이제 쉴 곳을 따로 찾지 않고 그냥 이정표에 조금씩 쉬였다 가기로 한다.

이곳에서 살짝 연화동 삼락정사로 하산을 생각하기도...그냥 생각만...

 

 

생각보다 빠른 하산으로 인해 지금 느긋하게 쉬고있을 후배에게 전화을 한다.

그런데...이런 안 받는다.

내리막길을 더 힘들어 하는 후배가 다리가 아파서 아직 하산을 못 했나...

뭐...암튼

5시까지 고치령에 도착한다고 문자 날려 주고 조금은 천천히 하산을 계속한다.

 

허걱 그런데

지도에는 분명히 있는 칼바위가 없다.

그냥 무심결에 스치고 지나 온 것인지 아니면 그 어느 누군가가 쓸려고 꼭 필요해서 무거운 칼을 빼 가지고 간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후배도 나도 칼은 커녕 칼 비슷한것도 못 봤으니 말이다.

 

문제는 두갈래 갈림길이 나왔는데

그 이정표가 바로 칼바위라는 거다.

한길은 능선길이고 다른 한길은 사면으로 뚝 떨어지듯 하다.

 

잠시 쉬면서 생각하자.

그 중에 능선길을 조금 갔다 온다.

어찌보면 다시 만나는 길 같기도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래 그럼

너는 그쪽...나는 이쪽...

서로 멀어져서 이별하는 일이 없기를...그래서 꼭 다시 만나 길 바라며...

결국에는 그렇게 다시 만나고 이제 얼마남지 않은 길을 여담을 주고 받으며 여유롭게 걷는다.

 

 

5시에 고치령에 도착하니 후배가 보인다.

방금 도착했단다...반갑다.

우리가 생각보다 빨리 내려오는 바람에 삼가야영장에서 관리소 차를 타는 특별혜택을 누리기도...

 

오늘 산행은 약 18km의 거리에 9시간 정도 산행을 했다.

간만의 장거리 산행이라 마지막에 약간 다리가 아파 오기도 했지만 정말 좋은 산행을 했다.

칼바람만 기억하던 소백산을 다시 새롭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슨무슨 축제때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로 그 곳을 찾지 않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백산 철쭉제는 꼭 와 보고 싶다.

다른 곳은 잘 모르겠으나 국망봉에서 상월봉부근 까지는 정말로 철쭉이 많다.

아니 완전 철쭉뿐이다...

잘 하면 철쭉터널을 걸을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다음 어느날에는 고치령에서 다시 백두대간을...

 

 

하산을 완료한 후에 이동을 하며 오늘 다시 삼가야영장에서 자고 내일은 간단하게 청량산을 오르기로 한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는 서로에게 자신이 없는 듯 하다.

왜...

오늘 산행도 힘들고 또 이슬이 한잔하고 내일 일어나면 귀찮아서 안 갈 수도....부글부글.

그래 그럼 내일 일은 내일 일어나서 결정하자.

예정에 없던 야영을 하루 더 할려고 하니 먹거리도 없고 현금도 부족하고...헤헤

해서...약간의 쑈를 하고 삼가동 입구 민박집 "빨간 기와집" 야외테이블에서 취침을 하기로 하고

백숙을 한마리 부탁한다.

 

계곡 옆 정자에 자리 잡고 뽀얀 살결의 백숙과 맑은 이슬이 3병이 자취를 감출때쯤....오잉

주인장이 이슬 한병과 토마토를 가지고 등장 하신다.

 

결국은 이 상황때문에 청량산이 울어야 했다.

 

의용 소방대 주인장

 

소백산에서 조난자 구출한 일...시신 수습한 일...젊은이들의 무모한 등산...어쩌구...

과거에 어쩌구 저쩌구...

후배도 어쩌구 저쩌구...

이쁜 딸이 이슬 한병 더 가지고 오고...

다시 어쩌구 저쩌구...

주인장 가시고 남은 3인...

어...원례 계획은 이게 아닌데...어쩌구 저쩌구.

이슬이 한병 더 등장 하시고...

어쩌구 저쩌구...

이제 자자.

 

시원한 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무거운 머리의 단잠을 깨우고

아침으로 미리 부탁한 구수한 시골 된장찌게에 밥도 푸짐하게 주시고

와...정말 많다...그러면서 밥도 찌게도 다 맛있게 먹고...

 

청량산은 근처에도 못 가 보고 이제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