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만복대 산행 - 2

산빛사랑 2011. 12. 19. 12:13

 

 

만복대에 거의 도착할 쯤에

사랑하는 여인의 품속같이 편온하던 날씨가 갑자기 급변하기 시작하더니

하늘은 안개가 자욱하게 가려 버리고 바람은 거세게 불어 오고 갑자기 차갑게 변한 여인네처럼 한겨울로 변해 버린다.

말그대로...난리도 아니다.

흐미...춥다 추워.

 

배가 살짝 고파하기에 후배가 처음 사 온 즉석밥을 시험삼아 먹어 보기로 한다.

사실 견딜 수 없을만큼 추우면 밥이고 뭐고 그냥 빨리 내려 가는게 최고다.

밥은 무슨...얼어죽을.

 

거센 바람을 피해 예전 태극종주때 너무 늦어 텐트도 못 치고 그냥 비박을 했던 정상 바로 밑 바위옆에서 밥을 먹기로 한다.

그런데 이건 밥을 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바람 왕창 불어 눈발 날리고 잠깐 사이에 손은 꽁꽁 얼어 버리고...에고에고

 

암튼 그래도 펼쳐 놨으니 일단 어려워도 먹어 보자.

요 즉석밥에 뜨거운 물을 붓고 10여분후에 대충 비벼 먹는다.

군대있을때 이 후 처음 먹어 봐서 그런지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

그러나 살려고 밥 먹다 얼어죽을 것 같아서 그냥 막 퍼 먹고 부랴부랴 대충 잘 정리한다.

 

그리고 변심해 버린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서 완전무장을 하고 만복대로 간다.

 

 

누구나...넌

 

완전무장을 하고 정상에 올랐는데도 정신없이 춥다.

그래서 증거자료 없이 통과하려고 하는 데 후배가 그래도 사직한장 찍고 가시죠...한다.

헉...네가 웬일이냐...

그래서 금방 떨어져 나갈것 같은 손을 비비며 대충 찍고 갈려고 하는데...

이건 또 뭐야...웬 일인이 사진 좀 찍어 달란다...이걸 그냥...

뭐...착한 내가 이해해야지.

그래서 한장도 아닌 두장이나 찍어 주고 서둘러 하산이다.

고맙지.

 

정상에는 거센 바람에 눈도 모두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예전같은 내 마음도 바람따라 구름따라 정처없이 이리저리 흔들렸을 텐데...

 

만복대도 종주이후에 처음이구나...

미안해...만복아.

또 올께.

 

 

검게 몰려오는 먹구름과 안개

 

바람이 불어 구름이 밀려 가면서 저 멀리 묘봉치에서 부터 걸어 온 능선이 보인다.

자연의 변화는 예측은 가능하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의 변화는 때로는 전혀 예측 불가능할때가 많다.

하긴...천길 물속 어쩌구 한길 사람속 저쩌구...속담이 괜히 있겠어.

 

하긴 때로는 내가 내 자신을 모를때도 있으니...

 

뭔가 비슷한게 떠오를듯도 한데...

 

여러마리의 사슴들이 모여서 누구누구 뿔이 제일 잘 생겼나...자랑하는것 같다...

아닌가...흠...아님 말고.

많이 춥지.

얼굴이 뻘게졌네.

 

정상에서는 그렇게 바람도 요란하게 불고 대빵 춥더니 조금 벗어나니깐 다시 하늘이 열리고

눈꽃도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마치 고난을 이겨낸 후에 맞이하는 기쁨처럼.

 

엥...배경도 좋고 인물도 좋고 다 좋은 데 포즈가 영...

그래도 괜찮아.

나 잖아.

 

 

뭐 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보는 순간 그냥 예쁘다...멋있다...감동이다...

또 다른 표현은 뭐가 있을까.

 

후배가 만복대에서 정령치 방향으로 걷다가 약 10여분에 다름재 갈림길이 있다고 한다.

잘 찾아보자.

 

그런데 다행이도 얼마 후에 우연히 누군가가 지나간 발자국이 보여서 어렵지 않게 갈림길로 접어든다.

이제 하산길이라 좋기는 한데 정상에서 보았던 눈꽃도 눈도 이제는 안녕이다...아쉽다.

 

잔설과 낙엽이 어우러진 길을 여유롭게 걷는다.

앞선간 이의 발자국이 있어서 길 잃을 염려도 없다.

 

 

다름재에서 바라 본 엔골과 월계저수지.

 

띵까띵까 눈이 없는 아쉬움속에 다음 산행을 계획하며 걷다 보니 다름재에 도착한다.

만복대에서 여기까지는 그 흔한 리본이 하나도 없다...아니 못 봤다.

 

그리고 산행기에서 보았던 요강바위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으나 개념상실 어느 일인의 붉은 낙서가 싫어서 그냥 지나친다.

그러고 싶었을까 싶다...누가 아니래.

하긴 그 속을 들여다 볼 수가 없으니.

 

 

한겨울에도 봄날같은 날이 있고 얼음이 어는 추위에도 물은 졸졸 흐른다.

 

마치 얼어붙은 가슴에도 따뜻한 사랑이 싹트듯이...

사랑은

한겨울의 얼음도 녹이고 추위도 이기고

한여름 사막에 오아시스도 만들수 있다.

 

 

이게 무슨 나무지.

암튼 나는 자연하고는 친한데 무슨무슨 이름하고 안 친하다니깐...

 

혹시 이게 편백나무...아니면 뭐지.

 

다름재에서 월계마을 까지의 길은 처음에는 이게 길인지 뭔지 분가하긴 힘들다.

헹여 비라도 와서 그 흔적이 사라진다면 왔다리갔다리를 반복하며 길이 아닌 길에서 길을 찾아 방황을 할수도...

하지만 두 눈 크게 뜨게 잘 찾아보면 분명 길은 어디 도망가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 있으리라.

 

 

후배왈....자기가 찍은 사진이라며 예술이란다.

그래...예술 맞다...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우리를 빠르게 지나간다.

그래도 우리는 띵따띵까 룰루랄라다.

오히려 너무 일찍 내려가면 아주 안 좋다.

왜...오늘 민박하면서 이슬과의 데이트 약속이 있으니깐...

침...꼴깍

 

 

상위마을에서 바라 본 지리산온천일대

붉은 해가 힘겹게 산마루를 넘으며 오늘의 마지막 열정을 태우고 있다.

 

가을산행과 겨울산행과 봄산행을 다 경험하고 상위마을에 도착하니 4시40분이다.

그 어느때 보다 많이 쉬고 그 많큼 많은 대화를 하며 7시간 40분만에 산행을 마친다.

 

눈도 없고 생각했던 것 보다 바람도 덜 불어서 나름 편안 산행을 했다.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면 눈이 제법 많고 또 그 누군가의 발길도 닿지 않은 깨끗하고 고요한 순백의 길을 조금 힘들더라도

러셀을 하며 겨울등산 같은 등산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뭐 아주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뭐 이제 겨울의 시작이니깐 다음 산행에는 더 많은 눈속을 산행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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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건 민박집 잡고 속살도 뽀얀 백숙에 이슬이를 만나는 거다.

그런데 이런 우라질.

산수유시즌이 아니라 상위마을이고 어디고 그 많은 민박집에서 민박을 안 한단다...뭐야 우쒸.

그럼 "민박절대안함" 이라고 써 놓던지.

괜히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게 만들고...에라이.

 

암튼 백숙은 먹고 싶으면 먹고 잠은 알아서 잘 자라는 거다.

 

그래서 하는수 없이 온천단지 까지 내려와서 생각속에는 절대로 없던 여관이라는 것을 잡아 놓고

백숙대신 무슨 흙돼지삼겹살을 먹기로 하고 나름 좋아 보이는 식당을 골라서 들어 갔으나...허걱.

 

누가 유원지 아니랄까봐 암튼 삼겹이는 좀 비싸다고 쳐도 나오는 반찬이 영 흔한말로 개판이다...원래 이런 말 잘 안 쓰는데.

기름장을 달라고 했더니...헉...소금도 없이 그냥 딸랑 기름만 준다...뭐니 이건.

이동네는 원래 이런건가...암튼 뭐 내 다시는 안 온다...AC

하긴 어제 아침을 먹을때도 그랬다.

된장찌게에....깍두기처럼 생긴 두부 두세게만 둥둥 떠 다니고...

 

간만에 천천히 좀 마셔볼까 했는데 영 아니라서 이슬 한방울만 마시고

이번에는 뜨거운 물에 몸바친 닭이 아니라 끓는 기름에 투신한 닭을 먹는다...나...참

이런데까지 와서 통닭을 먹을줄이야...

 

또 무슨 할말이 그리도 많은지.

요가 어쩌구 문자가 어쩌구 기독교 이렇쿵 불교 저렇쿵 미국이 이러니 중국이 저러니

 

그렇게 절대 끝날것 같지 않은 세계정세와 더불어 종교문제 정치문제도 깊어가는 밤과 맑은 이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어느 차갑고 허름한 여관방 한 구석에 쓰려져 깊이 잠이든다.

 

궁금하지도 않은가 보다.

별은 말없이 조용하다.

이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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