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피아골에서 화엄사까지 - 1

산빛사랑 2012. 2. 13. 11:47

 

 

최참판댁 대문 사이로 보이는 악양들판과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

 

 

이리와요........그 한마디에 담긴 의미.

내 그 마음을 알기에...혼자가 아님을.

그리고 함께하는 행복과 기쁨을...

 

 

별채에 있는 작은연몫

 

습관이란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것인가.

연몫속의 잉어와 금붕어들...

그냥 사람 발소리만 들리면 먹을거 주는 줄 알고 그 곳으로 졸졸 몰려든다.

그리고 어떤 놈은 먹이도 안 줬는데 먹을게 있으려니 해서인지 몰라도 그냥 입을 뻐급뻐급 거린다.

 

나의 나쁜 습관은 무엇인가....

 

 

점심을 먹으려고 화개장터에 왔다.

그런데 장날인지 아니면 주말이라서 그런지 차량도 많고 사람들도 바글바글 하다.

대충 한바퀴 둘러 보고 너무 복잡하고 심란스러운 관계로 점심은 피아골 입구에서 먹기로 한다.

내가 고집을 조금 더 부리는 건데 후배말을 듣다가 결국...에고에고

 

피아골 입구에 도착했으나 문을 연 식당들도 거의 없고 행여 문을 연 집에서는 간단한 식사는 안 하고 돈 되는 요리만 한단다...팍.

어찌하리요...내 잘못인것을...그래도 좋잖아.

그리하여 산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술상을 차린다.

닭볶음탕에 이슬 한방울 마신다.

빈속이라 그런지 한잔술에 벌써 취기가 오른다...

 

더 마시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산행을 위해서 그리고 저녁 만찬을 위해서 일절만 하고 3시20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은 피아골 대피소까지 2시간여만 가면 되기 때문에 아무 부담없이 룰루랄라 발걸음도 가볍다.

 

 

오늘은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정도지만 그녀도 힘들다는 한마디 없이 잘 걷는다.

생각보다 눈도 없고 따뜻한 날씨 덕분에 우려했던 빙판도 없어서 걷기에도 수월하다.

그 무엇보다 함께하기에 그 자체만으로 너무 즐겁고 의미있는 그녀와의 첫 산행이다.

 

 

구계곡폭포...맞나...그런데 에게 이게 폭포야...

뭐...폭포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그냥 여유있게 휴식도 하면서 계곡을 배경삼아 즐거운 시간을...

 

힘든표정 하나없이 잘 걷는 그녀 덕분에 생각보다 이른 5시40분에 피아골대피소에 도착한다.

대피소에는 많이 피곤한지 화엄사에서 부터 등산하고 내려온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이른 잠을 청하고 있다.

 

포근한 날씨지만 산속에서는 급방 추워지기에 우리도 서둘러 저녁만찬을 준비한다.

아직 적응중이라 조금 추워라 하는 그녀를 위해 후배가 따뜻한 옷을 준다...고맙다.

오늘의 메뉴는 즉석 부대찌게와 겹살이.

 

즉석부대찌게를 기다리다 지칠것 같아 본격적인 산행은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서로에게 수고했다면 일잔을 한다.

애기야.....고생했다.

 

밥도 익어 가고 찌게 다 끓고 이제 본격적으로 만찬을 즐길 시간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얘기 저런얘기...또 그렇고 그런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제는 겹살이를 먹을 시간...

배도 든든하고 살짝 술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추위는 못 느낀다.

느낌에 오늘은 술이 남으리라 생각했는데 또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허걱 술이 부족하다.

 

그러나 어찌하랴...산속에서 술이 떨어지면 바로 그 시간이 잠들 시간이다.

난방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산장에서 처음으로 밤을 보내는 그녀.

춥지 않을지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그래도 다행히 잘 잔다.

남몰래 침낭속에서 손을 잡고 자려고 하는데 장난꾸러기 후배가 순간순간 방해를 하면서 좋아라 한다.

그래도 나름 즐거웠다는 거....알란가 모르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침 바람도 차갑지 않고 하늘도 푸르고 산행하기 참으로 좋은 날씨다.

아침은 간단하게 전투식량이다.

처음 먹어 보는 사람은 나름 신기하고 맛있으리라...

 

전투식량 맛있게 또는 맛없게 먹고 커피 한잔하고 9시5분에 임걸령을 향해 출발한다.

 

 

피아골대피소에서 임걸령까지는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산행시간은 보통은 2시간...오늘 예상시간은 2시간30분 정도.

 

그런데 그녀...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고 먼저 쉬자고도 안 한다.

간만에 산행하는 내가 오히려 더 힘들고 지치는것 같다.

 

순간순간 뒤돌아 봐도 쳐지지 않고 바로 뒤에 있고 표정을 살펴 봐도 힘들어 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아싸......이제 어디든 함께 산행을 할 수 있으리라......이 기쁨을 누가 알리요.

에헤...몰라도 상관없다...암튼 함께 산행하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걱정했던 그녀는 전혀 힘들어 하지 않고 잘 오르는데 이런...

에고에고 부끄부끄...

 

주능선에 다 올랐을쯤에 고질병인 허벅지에 신호가 오기 시각한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주능선에 다 와서 이제부터 오르막 길은 전혀 없다는 거다.

 

주능선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빠른 11시20분이다.

주능선에 오니 그나마 눈이 제법 있어 겨울산임을 느낄 수 있다.

착한 후배가 임걸령샘으로 물을 뜨러 간 사이에 그녀을 위한 어설픈 연출을 한다.

 

 

그래...애기야.

고생했어...짧은 시간이지만 푹 쉬도록 해.

 

 

연출을 하다가 신발에 눈이 들어가서...

주능선에는 눈이 제법 있어서 이제 좀 겨울산행 다운 산행을 할 수 있으리라.

 

토요일에 출발할 때는 혹시 바람이라도 불고 눈이라도 오면 어떻하나...나름 걱정을 했었다.

그냥 소리없이 눈만 내리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산행은 없겠지만 바람이라도 불면 그녀가 몹시 힘들어 할텐데...

 

그러나 눈꽃과 상고대를 볼 수가 없어서 많이 서운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라서 그녀를 생각하면 산행하기 더 없이 좋은 날씨다.

 

 

저 멀리 왕시루봉을 배경으로.

 

언젠가는 저 왕시루봉을 꼭 가 봐야 하는데...

통제구간이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멧돼지는 바글바글 하다고 하고...

 

 

노고단을 배경으로

 

가능하면 저 노고단에도 올라 봐야 하는데...

시간은 충분하겠지만 예약을 안 했는데...

뭐...일단 가 보자.

 

 

저어...멀리 지리산의 주봉 천왕봉을 배경으로...

 

날씨가 좋으니 이런 행운도 누리는구나...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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