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섬진강 펜션 그리고 형제봉

산빛사랑 2012. 3. 19. 16:34

저렴하게 5만원에 예약해 놓은 섬진강펜션에 도착해서 보니 주변에 식당은 물론 가게도 없다...어쩌쓰까.

 

펜션은 계곡주변에 아담하게 꾸며 놓았다.

그 뒤로는 내일 산행할 형제봉이 있겠지.

 

배가 고픈 관계로 일단 주인 아주머니께 사정을 얘기하고 라면 두개만 파시라고 했더니 어이도 없고 불쌍해 보이기도 했는지 고맙게도 그냥 두봉을 주신다.

단순하게 라면 두봉에 흐믓해진 마음으로 일단 짐을 다 방으로 옮겨 놓고 맛나게 라면을 끓여 먹는다.

그리고 후배가 도착할때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에 맑은미소와 맑은이슬을 만난다.

 

라면을 안주삼아 이슬 한모금의 낮술을 한잔하니 졸음이 밀려온다.

애기야...자자.

 

폭 자고 일어나서 통화를 하니 도착 30분 전이란다.

허걱...너무 많이 잤다.

다른건 몰라도 침대 하나는 정말 좋다.

후배와 간만에 만나는 후배의 와이프와 얼라까지 함께 오니깐 정말 반갑고 좋다.

평일이라서 다른 사람들이 없기에 넓은 공간을 여유있고 아주 맘 편하게 쓴다.

이제 슬슬 먹거리를 준비 해 볼까나.

맑은미소는 김치전을 맛나게 하고...

후배는 부대찌게를 열심히 끓이고...

얼라는 마냥 좋아라 하며 즐겁게 놀고...

 

그러는 사이에 김치전도 다 하고 부대찌게도 맛나게 끓고 삼겹이와 목살도 익어 가고...

이제 즐겁게 모두가 자...건배.

 

이 많은 모든것을 준비해준 맑은미소가 너무나 고맙다.

그리고 변함없는 후배와 맑은미소를 보고 싶어 함께와준 후배 와이프도 반갑고...

간만에 보는데도 삼촌이라 부르며 잘 따르는 얼라도 이쁘고 귀엽고.

오고가는 대화의 즐거움속에 이슬이는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고 밤은 깊어 간다.

내일의 산행을 위해 1차는 이것으로 만족하고 뒤정리를 다 끝낸 다음 이제는 방으로 장소를 옮겨 간단하게 2차를...

깊어가는 밤을 즐겁게 보내며 담소를 주고 받는다.

그러나 후배...또 시작이다...팍.

슬슬 자기 와이프의 속을 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와이프가 울컥하며 자기 방으로 가버린다.

너...왜 그러냐...제발 그러지 마라...부탁한다.

즐겁게 놀러와서 왜 와이프를 울리고 열 받게 만드냐.

 

그러나 울컥했던 와이프 잠시후에 다시 돌아와서 마지막 커피까지 함께 마시고 각자의 방으로 꿈나라를 향해 간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콩나물김치국으로 맛있는 아침을 먹고 후배와 나 그리고 맑은미소는 형제봉을 향해 출발하고

후배 와이프는 뒤정리를 하고 얼라와 함께 지리산 온천으로 간다.

청학사 가는 길이 예전과는 많이 변했다.

주변에 못 보던 건물도 많이 들어 섰고 전원주택을 짓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반갑지 않은 모습이지만 내가 막을 방법도 힘도 없다....내버려둬야지.

 

주변 공터에 주차를 한다.

 

10여전에는 청학사 왼편으로 밖에 길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산행시작부터 내린 비로 인해 아름다운 경치도 못 보고 그냥 말 그대로 오로지 등산만 하고 왔던 기억이...

 

오늘은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 수리봉을 거쳐 형제봉을 오르기로 한다.

3km면 대략 2시간쯤 걸리리라 생각하며 9시45분경에 가볍게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시작부터 후배는 투덜투덜대기 시작한다.

와이프...배낭...차...하산...등등...

 

육산인가 싶더니 갑자기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힘들어 지고 시간도 점점 길어진다.

고도를 조금씩 높여 가지만 자욱한 안개속에 발아래로 펼쳐지는 경치는 하나도 안 보이고 십여미터 앞도 흐릿하게 그 형체만 분간할 수 있을 뿐이다.

 

악양 형제봉을 오르는 이유는 발 아래로 그림처럼 펼쳐지는 섬진강과 악영들판을 보기 위해서인데...헉.

 

조금 더 기다려 보자...저도 생각이 있으면 사라지겠지.

가도가도 끝이 없을것 같은 형제봉이 드디어 저 앞에 보이는듯 하다.

그런데...헉...다가가서 보니 이게 뭐니...수리봉이다...허걱

지금 시간이 11시50분...두시간을 왔는데 정상은 커녕 이제겨우 수리봉이라고...에고에고

1.3km을 두시간 동안이나 왔네...어찌 이런일이.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아직도 1.7km...

뭐 그래도 지금부터는 능선 길이니깐 좀 더 수월하게겠지.

착각

능선길이라 편안하게 생각했는데 지리산 일대의 다른 능선들과 다르게 바위들이 많이 나타난다.

그렇게 조금씩 힘겨워질때쯤 서서히 하늘이 열리더니 저 발아래로 악양들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맑은미소에게 어쩌구저쩌구 설명을 해 준다.

기회는 이때다....언제 다시 안개가 밀려올지 모르기에 증거자료를 남긴다.

그런데 요 사진은 얼굴이 검게 나와서 포샵을 약간했네.

열린 하늘을 보며 잠깐의 여유를 부린다.

오늘 날씨는 산행하기에는 그만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아주 기분좋게 빗나가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어제 내린 비로 인해 등산로는 촉촉해서 먼지도 없고

나무들에 맺힌 물방울이 싱그럽고 깨끗해서 더 기분이 좋다.

 

그리고 드디어 안개도 사라지고...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다시 안개가 밀려오고 한쪽 하늘은 검게 변하고...흠.

 

살살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정상에서 먹으려고 했으나 이대로 정상까지 진행했다가는 뱃속에서 반란을 일으키리라...

 

그리하여 그 어디쯤에선가 바람을 피해 허기진 뱃속에 충분항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이제 다시 든든해진 배에서 힘을 내어 오르니 드디어 활공장 갈림길이 나오고 이제부터는 한결 여유롭고 편한다.

잠시 후 형제봉 중에 아우격인 형제2봉에 도착한다.

언듯 형제봉쪽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반갑다.

 

산행을 하면서 또 하나 느끼는 것은 아직 필 생각도 안 하고 있는 철쭉이다.

맑은미소도 철쭉이 필때 오면 정말 멋있을 거라면 아쉬워 한다.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나중에 황매산이나 소백산을 가기로 한다.

 

둘이서 함께라면 그 어딜 가든 다 좋겠지.

잠시 후 산행 시작 후 처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드디어 산행 4시간20여분 만에 형제봉 정상이다.

맑은미소...고생했네.

참으로 다행인 것은 나도 힘들어 하는데 너무나도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노고단 산행때 보다  숨소리가 조금 더 거칠어지기는 했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은 짙은 안개 때문에 제로에 가깝다.

대신 저 아래 악양들판이며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을 상상으로만 그려 본다.

 

조망이 없기에 증거자료만 남기고 2시10분경에 물 한모금 마시고 바로 출발한다.

이번 산행에서도 섬진강을 보는 행운을 누리지 못하는구나 하고 생각할때쯤 거짓말처럼 안개가 사라지고

발 아래로 악양들판과 섬진강 그리고 구름다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그래...바로 이거야...

맑은미소도 한없이 좋아라 한다.

그러면서 이런맛에 산행을 하는구나...라며 조금씩 산행의 묘미를 느끼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참으로 좋다.

 

저 아래 형제봉의 상징인 구름다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악양들판과 섬진강을 배경으로 맑은미소를 담는다.

앞으로도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산행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

여기까지 오르느냐고 고생했지...조금만 참아...이제부터는 하산이니깐 괜찮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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