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앞두고 토요일에 시골집에서 약간의 일손을 돕고 슈퍼문이라는 아주 큰 보름달을 보고 잠들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챙겨서 생각만 가득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가 보지 못했던 구병산으로 향한다.
옆자리의 와이프는 속이 불편하다고 약국먼저 가자고 하는데.....이런
시골이 시골인지라 약국도 없고 또 바로 고속도로 올라타고 또 내리면 바로 또 시골인지라 약국이 없다.
조금만 참아.....등산하면 괜찮아질 수도 있으니깐....바램.
도로옆 적암휴계소에 도착해서 마실물과 함께 다행스럽게도 소화제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약을 먹고 다시 새롭게 단장한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볼 일 보고 산행을 시작한다.
와이프는 속이 불편하다며 조금은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도 배낭을 자기가 매고 가겠단다....아유....이뻐라.
적암휴계소에 있는 등산 안내도.
그러나 큰 차이는 없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산행지도와는 조금 다르다.
봉학대도 신선대도 ...암튼
주차장에서 바라 본 구병산의 능선들
왼편의 구병산 정상에서 중앙의 853봉과 오른편의 신선대까지...
무겁지는 않지만 어쟀든 와이프에게 배낭을 주고 9시20분경에 산행시작이다.
배낭없이 옮기는 발걸음이 가볍기는 한데 왠지 허전하기도 하다.
오늘의 일정은 성황당고개로 올라서 위성기지국으로 하산을 하는 코스다.
마을 통과하고 잠시 후에 만나는 입산통제소에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묻기위한 이름석자를 남겨준다.
그러는 사이에 조용하던 주변이 갑자기 시끄러워지면서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우르르 몰려 온다..
50여명이 단체로 온듯 한 분위기로 봐서 나는 조금 천천히 걸으며 그네들이 앞서 가기를 기다린다.
그네들이 모두 앞서 가기를 기다렸지만 어쩔 수 없이 뒤쳐지는 사람들이 있는 법.
때문에 일행인듯 아닌듯 따로 또 같이 걷는다.
산책로 같은 편안 길을 잠시 걷노라니 853봉 갈림길이 나 오고 나와 와이프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여기에서 853봉으로 오른다.
와이프도 지도를 보더니 여기서 직접 올라가는 길은 매우 가파를 것 같다며 마음을 나와 같이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한적한 등산로 아니 산책로를 둘이서 오붓하게 걷는다.
아직 본격적인 등산이 아니기에 길은 아주 좋다.
이런저런 얘기를 오손도손 나누며 걷다보니 또 다른 갈림길인 신선대 오름길이 나오는데 이 길도 통과하고 얼마간을 더 걸으니 성황당산신각이 나 온다.
그러나 성황당하면 언듯 떠오르는 화려한 리본이나 그런것은 없고 왠지 그냥 조금은 을씬년스러운 모습이다.
성황당을 지나면서 이제 길은 본격적인 등산로로 변한다.
그러나 길이 좁아진것을 의미할뿐 힘들다거나 어렵다는 뜻은 아니다.
아주 조용하고 완만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성황당고개에 도착한다.
출발할때 속이 불편하던 와이프도 걱정했던 모습과는 달리 아주 잘 따라 와 주니 정말 고맙다.
성황당고개를 지나고 부터는 능선길이다.
그런데 와이프는 가끔씩 뭐를 하는 건지 나보고 먼저 가란다...
능선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이제 봄도 지나 여름으로 향하는 계절의 변화속에 갑자기 가을느낌 물씬 풍기는 낚엽길이 나온다.
나무에는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고 하늘의 태양은 뜨거운 가운데 발 아래는 낚엽이 말목까지 빠지는 가을이라...
편안하던 능선길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더니 하산을 하듯 능선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지도상의 틈새바위인 듯한 곳이 나 온다.
바위틈 사이로 낚엽이 쌓이고 쌓이고 또 싸여 발이 푹푹 빠지는 길을 조심스럽게 오른다.
주차장에서 성황당고개까지 걸어 온 골짜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틈새바위를 통과한 후에 만나는 꿀맛나는 휴시시간.
아침에 어머님이 김밥을 가지고 가라고 하시기에.....도시락 가지고 가는데 김밥은 필요없다며 안 가지고 오려고 했다...
그런데 어머님이 김밥을 안 드시는 걸 알기에 그냥 혹시 몰라서 가지고 왔는데...
산행 두시간만에 배가 고파서 김밥을 아주 맛나게 먹는다...
안 가지고 왔으면 어떻게할뻔 했어...
고맙습니다...어머님.
사람도 없는 한적한 길에 파릇파릇 연녹색으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과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가끔씩 만나는 철지난 진달래와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려는 철쭉의 수줍은 모습.
봄내음 가득한 향기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살방살방 즐겁게 걷다 보니 신선대가 나타난다.
신선대 표지석에 카메라를 올려 놓고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속리산 주능선을 배경으로 찰칵.
둘러보면 탐구생활을 할 일이 많다.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며 혹한의 추위를 이기고 피어나는 꽃들이며...등등...
죽는 날까지 인간의 탐구생활은 끝이 없으리라...
신선대에서 등산객을 태우고 왔다는 버스 기사님을 만나서 증거자료를 남겨주고 조금 걸으니 저 멀리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한편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이제 많은 사람들속을 걸어야 하나 생각하니 조용함이 사라질까봐 아쉽기도 하다.
구병산은 곳곳에 전망좋은 곳이 참으로 많다.
뒷에 보이는 것이 853봉인가.
자연이 주는 맑은 공기와 요란함이 없는 고요와 생각하는 마음의 침묵속에서 명상을...
등 뒤로는 아찔한 절벽이지만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하면 몸도 편안해지고 흔들림도 없는 법.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한 이 몸은 살짝 발끝으로 온 몸을 지탱하며 그냥 아주 편안하게...
삶을 마감한 노송이 멋있는 여기는 또 어디쯤인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우쒸.
극한장소와 어떤 열악한 조건이라도 극복하고 무조건 셀카를 찍는다.
허걱.....그런데 머리는 왜 그 모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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