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설악산 첫째날 - 소공원 -> 울산바위 -> 천불동계곡 -> 희운각대피소

산빛사랑 2012. 6. 13. 17:35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설악동 소공원으로 향한다.

 

오늘의 일정은 몸풀기로 가볍게 울산바위에 오른후에 소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천불동계곡을 통해 희운각대피소 까지의 여정이다.

 

아! 설악산

이 얼마만에 만나는 것이며 또 이 얼마만에 느끼는 벅찬 감정의 표출인가.

 

마지막으로 설악산을 오른게 아마도 10여년전인가.

사정없이 몰아치는 눈보라와 몸을 날려버릴듯 폭풍같이 불어오는 바람과 힘겹게 사투를 벌이며 중청에 오른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 오른다.

 

그러나 지금은 바람도 몸을 간지럽히듯 살랑살랑 불어 주고 하늘의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지만 그리 덥지는 않다.

그리고 울산바위 정도면은 뭐...

 

소공원에서 목이 마르다는 미소의 말을 가볍게 모른척 하고 조금만 가면 휴계소가 있으니깐 거기에서 사 주마 했다.

그러나 계속 목이 마른다는 미소...그냥 넘길일이 아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걷는데 신흥사에 "무슨약수"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 온다.

어라...미소가 못 봤을일이 없는데 아무 소리가 없다.

때문에 나도 약간의 장난기가 일어서 역시 그냥 모른척 하고 통과한다.

 

아뿔싸...

중간에 휴계속가 나올때까지...미소는...

가끔 귀여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오뭇하게 산길을 걷는다.

산행인듯 산책인듯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농담도 주고 받으며 룰루랄라...

행여 누가 뭐래도 그리고 주변의 그 누구 한사람 알아 주지 않아도 미소와 나는 신혼여행중 !!!!!

 

불어주는 바람도, 스쳐지나가는 나무들도, 두사람에게 무관심한 다람쥐들도, 향긋한 나무내음도,

이 모두 다 우리 두사람만을 위한 자연의 특별한 선물인듯 싶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존중하고, 더 많이 아껴주며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으라고...

고맙습니다.

 

휴계소에서 지금 이순간 미소에게 가장 필요한 물 한병을 사서 꿀맛보다 더 달콤한 시원한 물 한모금을 마시고 다시 울산바위를 향해...

울산바위를 오르는 길이 위험하고 지체와 정체가 너무 심해서 등산로를 새롭게 정비을 했다고 했는데...어떻게 변했을까.

 

뭐...예전의 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우선 깔끔하게 정비된 나무데크가 보인다.

그렇게 잘 정비된 길을 얼마을 걸었을까, 저 멀리서만 보이던 울산바위가 눈앞에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며 어서 오라며 반긴다.

 

예전 보기만 해도 아찔했던 철계단을 좀 더 넓은 것으로 교체를 했고 왠지 경사도 조금 더 완만해진듯 하다.

그래도 뒤돌아 보면 아찔하다...여기에서 구르면...아아.

산책인듯 등산인듯 쉽지않게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는 먼저 오른 등산인들이 주변 전망을 만끽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등산인들을 상대로 즉석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가장 반갑게 맞이한다.

헉.....요즘에도 즉석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있나...의외다.

그리고 즉석사진이 아니더라도 등산객들에게 친절하게 단체사진도 찍어주니 참으로 좋은일을 하시는 거다.

 

암튼 덕분에 요렇게 둘이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다.

울산바위에서 바라보는 대청봉과 중청 그리고 공릉능선의 조망.

 

이제 몇시간 후면  저 산속에서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겠구나.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암튼 요즘 보기 드물게 어린 남학생 둘이 등산을 하는 모습을 보니 왠일이지 내가 다 뿌듯하다.

좋은데...애들아 그래도 물은 좀 챙겨오지 그랬어.

정상밑에 있는 또 다른 조망처에서 단 둘이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그 어린 학생들이 온다.

그래서 불쌍한 어린 중생들에게 얼음생수 한병을 주고는 우리가 착해일을 했다며 서로의 얼굴을 보며 행복한 한다.

 

그리고 하산길.

언제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었던 내 손수건이 아주 잘 보이게 철계단 난간에 걸려있다.

음...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다.

 

소공원을 지나 다시 주차장까지 걸어 간다.

원래는 신흥사 옆에다 주차를 할려고 했으나 무슨무슨 행사가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소공원에 주차를 했다.

신흥사 옆에다 주차를 했으면 약간의 고생도 덜 수 있고 시간도 조금 더 여유가 있었을 텐데...흠.

 

이제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묵직한 배낭을 둘러맨다.

어깨와 등에서 전해지는 무게가 조금은 무겁지만 뭐 이정도면 얼마든지 견딜만 하다.

 

산채비빔밥전문...

이라는 간판을 보더니 미소가 저기에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무조건 콜...

맛난 점심을 먹고 식수를 보충하고

자...이제 슬슬 출발 해 볼까.

 

평일이라서 그런지 간혹 행랑객들만 보일뿐 등산객들의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들다.

울산바위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이번에는 걸음을 좀 빨리한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30여분이 가장 힘들다...평지에서도.

 

신혼여행 어디로 가고 싶어?

음...설악산!

 

그래서 미소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찾은 설악산.

그러나 속으로 더 좋아했던 사람은 미소가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미소보다 내가 더 원했던 것이 산행이였으니깐.

 

그 기쁨과 행복속에 무거운 배낭의 무게도 사라진다.

그리고 미소와 나누는 행복한 대화 덕분에 배낭의 무게를 느낄 수 조차 없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니 어느덧 비선대다.

뭐...먹을 거냐는 종업원의 말에 그냥 조금 쉬었다 갈게요.

오래 머무르지 않고 물한모금 마시고 출발한다.

비선대야...이틀후에 다시 만나자.

비선대를 지나면서 부터는 행랑객들은 이제 없다.

오로지 진정한 등산인들이 있을 뿐이다.

 

아직 적응의 시간이 부족했는지 발걸음이 힘겨워 진다.

힘겹게 귀면암을 오르니 9시 뉴스에도 나왔던 그 악몽같았던 옛 기억이 떠오른다.

단풍철도 아니였는데 희운각에서 소공원까지 6시간인가 몇시간인가...

암튼 명절때 밀리는 차들로 인해 주차장이된 고속도로도 아니고, 등산을 하면서 이런 경험을 하다니...

내 살다살다 참으로 별 이상한 경험을 다 했다.

때문에 일행중 그 누군가는 화가 났는지 얼굴이 벌게져서 내려 오고...

그 날 이후로 그 누군가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없었다는 전설이...

 

귀면암을 지나 얼마을 걸었을까...

걱정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내심 걱정했던 미소가 아니라 살짝 걱정했던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거...헉

 

무릅의 통증이 심해서 스프레이파스를 뿌린다.

미소에게는.....살짝 뿌끄뿌끄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크게 걱정은 안 한다.

어제 오늘일도 아닌데 뭐.

조금 쉬고 나니 언제 그랬나는듯이 쌩쌩해지고 다시 한걸음 한걸음 한적한 산길을 걷는다.

 

어쩌다 한두명의 사람이 스쳐 지나갈뿐 아주 한적하고 적막처럼 조용한 산속.

이 느낌, 이 기분

바로 이거다.

 

중간에 다시 한번 스프레이파스의 효과를 경험하고 계곡물에 땀을 씻기도 하고 미소만 알 수 있는 미소의 힘도 빌린다.

 

그리고 나타나는 양폭산장...헉.

불에 소실되어 "이용불가" 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어찌 이리 흔적이 하나도 없을까.

예전 산장의 흔적은 하나도 없고 이제 새로 지으려고 터만 닦아 놓은 상태인듯 싶다.

식수를 여기에서 보충하려고 했는데 그렇다고 식수조차 없는 건 뭐람...흠.

그래서 할 수 없이 계곡물을 마시고 그 물로 식수를 보충하고...

 

예전 그러니깐 위에서 말 한 겨울의 그 어느 날.

이 양폭산장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면서 내심 사람도 없으니깐 당연히 그렇게 하라고 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우라질...텅빈 산장 안에서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느냐고 했더니 웬걸...썩을

단 1초도 생각하지 않고 아주아주 매정하게....안돼요...와...이걸 그냥...팍

 

그래서 밖에서 라면을 먹는데...그런데

펄펄 끓던 라면이 먹는 순간 거짓말 조금 보태서 금방 얼어 버리고 손은 오들오들...그냥 옛 생각이 나서.

 

먼저 도착해서 쉬고있던 중년의 남성들이 떠나고 잠시후에 나와 미소도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철계단 밑으로 쏟아지는 폭포를 보며...여기에서 쉴걸 하며 약간은 아쉬운 마음을 가져 본다.

지금까지의 길은 오르막이지만 그래도 편한 길이였다.

하지만 양폭을 지나면서 부터 얘기는 달라진다.

언제 보아도 항상 경외감을 갖게 만드는 설악산...그리고 천불동계곡.

눈에 보이는 그 모든것이 예술품이요 조각품이며 아름다움이다.

 

얼마을 걸었을까.

이제 이 깊은 산속에 오직 미소와 나 둘만 남은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마디로 말하면 기분 좋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두사람이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며 함께하는 기분을 만끽한다.

 

지금까지는 그래도...띵까띵까 룰루랄라

이제 부터는 아니네요.

 

무너미고개까지의 마지막 오름길이 장난이 아니다.

지금까지 전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던 미소도 여기에서는 조금 힘겨운지 들려오는 숨 소리가 거칠다.

 

나도 마지막 힘을 다해 오르면서 힘겨워하는 미소에게 이제 다 왔으니 조금만 참으라며 밝은 웃음으로 용기와 희망을 전해준다.

 

그렇게 도착한 무너미고개.

애기야 이제 다 왔다.

편하게 좀 쉬자.

 

희운각가기 전에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망대가 있기에 올라가서 그림과도 같은 천불동을 감상하고 희운각대피소로 간다.

허걱...이건 무슨 표정

 

희운각산장을 예전의 콘크리트 건물로 생각하고 왔는데 언제인지 싹 바뀌었다.

내가 설악산에 온 게 이렇게 오랜만인가...

 

대피소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벌써 맛난 식사를 하고 있다.

 

미소와 나도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아주아주 맛난 식사 준비를 한다.

나는 밥 아니...해 놓은 밥 데우고 찌게 역시 만들어 놓은 찌게를 데우고

애기는 상추를 씻고...

 

애기야...자 한잔.

나도 한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서로의 마음을 전하며...

"건배" 

고생했어 애기.

그리고 자랑스러워.

애기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아내라는 사실이.

불판 위에서는 마늘과 김치에 어우러진 돼지가 익어 간다.

어서 나를 맛나게 먹으라며...지글지글...아우성이다.

 

옆 테이블에 있는 중년의 아저씨들은 가끔씩 우리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헤...우리 둘이 나누는 말들이 그렇게 달콤했나.

나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나 보다 더 이슬을 사랑하지 미소.

딱 내 스타일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미소가 산행을 잘 못 하면 어쩌나 하고 괜히 혼자 걱정을 했었는데, 걱정은 웬걸...

아주아주 기대 그 이상으로 산행을 아주 잘 한다...나 보다도 더.

그래서 딱 내 스타일 더하기에 나와 미소는

안성맞춤, 천생연풍, 천상의 부부다.

 

준비한 이슬과 맛난 식사가 끝나고 이제 산중의 밤이 깊어간다.

테이블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배정받은 2의 침상으로 올란간다.

평일이라 대피소는 한산하다.

 

애기야...

오늘 고생 많았어.

피곤하지...푹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