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기 서운해서 나도 증거자료 한장.
뒤에 저 밑으로 보이는 넓은 주차장에는 뜨거운 태양아래 내 차 한대만이 덩그러니...외롭겠구나.
여기는 또 어디쯤이야...
이제 좀 편안하심니까...
오늘은 산행같지 않게 아주 편안하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느긋하게 걷는 이유도 있겠지만 구병산이 곳곳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고 좋은 경치를 선물해 주는 즐거움이 꽤 크다.
요거이 853봉인가.
지금까지의 능선길 중에 많은 우회길이 있었지만 하나도 우회하지 않고 모두 능선 정상으로 다녔다.
와이프도 믿는 사람이 있어 그런지 하나도 무서워 하지 않고 잘 따라 왔다.
그런데...여기에서는
왠지 자신이 없다며 두렵단다.
그래...그러면 그냥 우회을 하자.
자신감이 있으면 어려운 길도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지만
두려운 마음이 있으면 쉬운길도 무섭고 어려워 보이는 것.
때로는 아주 두렵고 많이 힘들게 지나온 것 같은 길도 막상 지나고 보면
에게.....뭐야.....내가 이런 길을 이렇게 힘들고 무섭게 지나왔단 말야...헉
드디어 저 멀리 구병산 정상이 보인다.
보기에는 두 봉우리 중에 오른쪽 봉우리가 높게 보이지만 의외로 정상은 낫게 보이는 왼쪽 봉우리다.
눈 크게 뜨고 보면 왼쪽 봉우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일려나...
뒷 돌아 본 신선대 방향의 지나 온 능선들...
보이는 것 보다 능선길이 아기자기 하고 멋있는 풍경을 많이 만난다.
날씨는 맑은 듯 한데 불량한 것은 식품뿐이 아니라 오늘의 시계도 불랑해서 저 멀리 속리산의 주능선이 잘 안 보인다.
나의 맑은 눈으로는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도 보이는 듯 하고 문장대도 보이고 다음에 갈려고 하는 묘봉과 상학봉도 보인다.
묘봉과 상학봉 구간은 옛날 옛적의 그 어느날인가에
둘째형님이 어머님을 모시고 7시간 정도 산행을 했던 곳이라며 추억을 더듬어 보시는 곳이다.
산행시작 5시간 10여분만에 드디어 구병산 정상이다.
중간에 지나가는 몇 사람을 만나기는 했지만 텅빈 주차장의 모습처럼 생각보다 등산객들이 별로 없었다.
853봉 전에서 봤던 정상의 많은 사람들도 이제는 떠나고 정상석만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예전부터 왜인지는 몰라도 구병산을 꼭 와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소원을 풀었다.
그것도 와이프와 단둘이서 아주 행복한 산행을 하면서...
정상에서의 탐구생활도 아주 즐겁다.
나뭇가지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속리산을 탐구하고 여기서는 아주 조그맣게 보이는 위성기지국을 탐구하고
지나 온 능선들을 탐구하고 뼈만 남은 노송을 탐구하고...
인간의 탐구생활은 순간순간 언제나 끝이 없으리라...
간만에 정상주를 마시고 싶었으나 그늘이 없는 정상에 태양이 얼굴을 붉이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아직은 견딜만한지 뱃속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기에 맛난 도시락과 이슬이는 하산길에 만나게 되는
계곡에서 먹기로 하고 증거자료를 남기고 출발한다.
정상에 있는 "돌아가는 길이라" 이라는 의미는 나중에 알았다.
서원리방향으로 만 가는 길인 줄 알았는데 그냥...말 그대로 돌아서 가는 길이다.
정상에서 위성기지국으로 하산 하는 길은 엄청 나다.
코가 땅에 닿을 듯 수직에 가까운 경사에 등산로는 어쩔 수 없이 지그재그로 어렵게 나 있는데 또한 그 길이가 장난이 아니다.
문득 지난번 노고단에서 화엄사로 하산했던 길이 생각난다.
그리고 만나는 꼭 무슨 협곡지대인듯 계곡 가운데로 너덜지대가 이어지는데 아마도 장마철이면 그 물줄기가 장난이 아닐것 같다.
그 협곡의 가운데로 등산로가 있는데 비가 많이 내릴때라면 이 길은 피하는게 좋을것 같다.
드디어 물 소리가 들리고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도시락을 먹는 시간이다.
우선 신발을 벗고 시원하게 발을 계곡에 담근다.
"아 차가워"
이 얼마만에 계곡에서 느껴보는 즐거움인가.
모든 피로를 잊을 만큼 시원한 계곡에 앉아서 맛나게 도시락을 먹고 아주 간만에 이슬이도 함께 한다.
도시락을 다 먹을 때쯤 늦은 등산객이 몇사람 내려 가고 이제 우리도 마지막 하산길에 오른다.
아직 많은 남은 줄 알았던 하산길인데 얼마 후 능선에서 애기 접시처럼 보이던 것 과는 달리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 위성 안테나가 보이고
농사일로 바쁜 일손을 뒤로 하고 농로를 따라 조금 걸으니 5시에 주차장에 도착한다.
오늘 산행 시간은 9시20분 부터 17시 까지 아주 널널하게 7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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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봉이나 신선대 갈림길로 직접 올랐으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겠지만 한적하게 능선길로 오르니깐 훨씬 더 여유롭고 좋다.
그리고 산에서 맛보는 조용함과 그 무엇에도 신경쓰지 않는 편안함이 좋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속리산의 아름다운 주능선을 시원스럽게 볼 수가 없어 조금의 미련이 남는다고나 할까.
가을쯤에 충북알프스의 반대편 구간인 묘봉과 상학봉 구간을 다시 한번 가 보기로 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안 좋은 몸으로 불평 한마디 없이 끝까지 함께해준 와이프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다.
이제 다음 산행은 한달뒤인 6월에 설악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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