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면 같은 곳에서 사진을 몇장씩 찍는다.
애기 한장 나 한장 애기 두장 나 두장
1275봉을 오르는 그 중간쯤에 오른쪽에 있는 길을 통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아주 끝내주는 장소로 간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뒤로 보이는 그 광경이 정말 환상이다.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없기에 어렵게 어렵게 아주 어렵게 카메라를 잘 설치하고 조심스럽게 미소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얼마후에 들려오는 정다운 소리...찰칵...10초후에 한번 더 찰칵...
방향을 돌려 천화대와 범봉을 담아 본다.
둘째형님은 저 범봉 중간에서 자일을 타고 이리저리 빙빙돌며 그 뭔가를 찾았다는데...
여기가 어디메뇨.
사진이 아닌 내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그리고 이 멋잇는 풍경을 애기와 함께 볼 수 있어서 정말 무척이나 행복하고 기분 좋다.
다시 범봉을 배경으로...
한발 삐긋하면 바로 어딘가로 가야한다.
때문에 애기는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애기야...걱정하지마...
이제 내가 책임지고 함께 해야 할 미소가 있기에 나도 절대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아...알지.
그렇게 한참을 사진놀이에 열중하다가 드디어 1275봉에 오른다.
예전에는 1275봉 정상에 올라서 발 아래로 펼쳐지는 기막힌 조망을 만끽했었지만 오늘은 참는다.
애기와 함께 올라 보고 싶지만 담력과 자신감이 없으면 매우 위험하기에...
이제 슬슬 배가 고프니깐 밥을 먹고 가자.
바위가 손바닥만한 그늘을 만드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깔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다.
뭐...반찬은 별것 없지만 꿀 보다 달콤하고 맛있다.
허걱...벌써 시간이 12시30분.
아침 8시에 희운각에서 출발했으니깐 지금까지 4시간30분이 걸렸네.
말 그대로 띵까띵까 룰루랄라 너무 널널하게 산행을 했나 보다.
하지만 뭐 어때...오늘 안으로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걸...흠
지나 온 1275봉을 배경으로 한장 남긴다.
잘 보면 바위와 숲의 경계면에 등산로가 보인다.
여기가 어디쯤이지...기억이 잘 안 나네...
허락하는 시간속에 천천히 걸었지만 그래도, 저 멀리 까마득하게만 보이던 마등령에 늦지않게 도착한다.
이제 부터는 오직 내리막길이니깐 좀 편할거야.
웬걸, 편하기는 개뿔.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에 경사는 왜 그리도 심한지.
사실 비선대에서 마등령까지의 길이 이렇게 경사가 심하고 힘든 길인 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비선대에서 마등령방향으로 오를때도...
여명이 눈뜨기 전, 어스름한 새벽에만 올라서 그런가.
암튼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길에 저 멀리 계곡이 보인는듯 착각인듯 하면서 한참을 더 내려오니 드디어 금강굴 이정표가 나온다.
한겨울 공릉능선을 타려고 이곳까지 왔다가 몸을 날려 버릴듯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던 곳이다.
완전 급경사의 너덜길에 우리에게 마저 뒤쳐지는 연인인듯 한 두 사람중 한 사람에게서는 투덜투덜 볼맨소리가 나온다.
그네들을 뒤로하고 걸으니 이제 계곡물 소리가 완연하게 들리기 시작하고 얼마후에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던 비선대가 나온다...반갑다...
이틀전에는 그냥 쉬어 가기만 했던 비선대에서 오늘은 출출한 배도 달랠겸 잔치국수 한그릇씩을 아주아주 맛나게 먹어 본다.
가격은 잘 생각나지 않는데 암튼 양 만큼은 푸짐했다...물론 맛도 아주 좋았다.
이제 부터는 편안한 숲속길을 아주 가뿐하게 두손을 잡고 걸으며 서로에게 마음을 전한다.
애기야...정말 고생했어...
오빠...오빠가 더 고생했지.
이런 고생이라면 아무리 많이해도 싫지 않다.
아니 언제든 기분 좋고 행복하게 맞아주리라.
조금씩 어둠으로 물들어 가는 길을 걸어 주차장에 도착하니 삼일동안 외롭게 혼자 서 있던 나의 차가 저 멀리서 어서 오라며 눈짓을 보내는 것 같다.
설악아...이제 안녕.
잘 있어...다음에 꼭 다시올께.
다음에 다시 설악을 오면 그때는 12선탕을 가고 싶다.
이제 2박3일동안 힘들게 고생한 몸을 풀어주기 위해 양평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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