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먼저 일찍 일어나 아침준비를 한다.
대충 준비를 끝내고 미소를 깨웠는데, 미소가 하는 말이...
밤새 무서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단다.
아니 왜...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야영을 하는데다 또 무슨넘의 개는 계속 짖어대고 해서 영 잠이 안 오더란다.
에구에구...불쌍한 애기.
암튼 아침을 먹고 이제 본격적인 한라산 등반을 위해서 차를 몰고 어리목으로 가면서 보는 한라산 주변의 풍경이 장관이다.
어리목에 도착하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매표요원에게 혹시 돈내코에서 어리목까지 택시비가 얼마정도 나오느냐고 물으니...3만원이상 나온다고...
아...비싸비싸...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시외버스 시간표를 받아 가긴 하지만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등산화 끈 조이고 애기의 장난감배낭을 메고 9시간 조금 넘은 시간에 드디어 한라산 등반을 시작한다.
오늘 어리목을 오르는 작은 목적은 지난 겨울에 실패한 그 위치가 어디쯤인지 꼭 확인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길 좋네.
처음은 산책로같은 길을 살방살방 걷는다.
하늘위의 햇볕은 뜨겁지만 등산로는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워줘서 더운 줄 모르고 아주 좋다.
등산로는 육지의 다른 산들에 비해 아주 순해서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고 또 중간중간 데크를 만들어 놓은 쉼터도 있어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엄마와 이모, 그리고 외할머니와 같은 온 듯한 대략 3,4세 되어 보이는 얼라도 엄마의 협박성 말을 들으며 잘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 가면서 발견한 아주 이상한 현상 한가지.
한여름인데도 등산을 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긴팔을 입었거나 혹은 토시를 하고 얼굴에는 위장까지 했다.
안 덥나...답답할텐데...
물론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겠지만 이해는 잘 안 간다.
그냥 썬크림을 바르고 산행하면 안 되는건가...
에이...몰라...경험에 의해서 자기 방식대로 알아서 잘 하고 다니겠지.
사제비약수
무슨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오르다 보니 갑자기 하늘이 열리면서 사제비약수에 도착한다.
어디...물 한모금 먹어볼까.
음...시원하고 아주 맛있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이제부터는 초원같은 길을 따라 태양을 온 몸으로 받으며 산행을 해야한다.
아.....끝내준다.
하늘도
땅도
주차장의 많은 차에서 나온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사람들이 아무도 안 보인다.
보이는 건 오직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그 위에 푸르른 하늘이다.
사제비약수부터 등산로는 등산이라기 보다는 그냥 돌이깔린 평지를 걷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구멍이 송송뚫린 돌을 밟으며 막힘없이 펼쳐진 초원에 감탄을 하며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감동을 맛 본다.
마치 초원위를 사뿐사뿐 걷는 듯한 기분이랄까...
걷다보니 왼편에 전망대가 보인다.
가 보자.
그래.
그런데 저 멀리서 부터 뒤따라 오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뭐가 그리 바쁜지 잠시 쉬지도 않고 그냥 윗세오름대피소로 바로 직진이다...헐.
전망대에서 당겨 본 윗세오름대피소
조금만 기다려라 금방 갈께.
아...지난 겨울 내 너를 찾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데 거기에 그렇게 꼭꼭 숨어 있었구나..반갑다.
아무도 없는 그리고 오지도 않는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한라산의 절벽도 보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보고 보고 또 보고...
어...아까 가던 사람은 벌써 저기 가고 있다...빠르다.
날씨가 청명하고 밝아서 저 멀리 한라산의 서북벽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지난번에 저 깊은 어디쯤에선가 발길을 돌렸겠지.
조금만 더 가면 그때 그 장소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그 곳을...흐흐흐.
그런데 검은 까마귀는 왜케 많은거야...
사람이 옆에 있어도 도망을 가지않고...도망은 커녕 까악까악 잘만 울어댄다.
시간은 많고 볼것도 많고 하고 싶은것도 많고...
주변의 경치에 취해 넋을 잃고 보면서 이리저리 한라산 주변의 풍경을 맘것 구경한다.
망원경으로 한라산을 바라 보다가 갑자기 이상한 화면이 눈앞에 나타나서 갑작 놀라기도...
내가 보기에는, 지금 걷고 있는 몇몇의 사람들은 그냥 오로지 대피소를 향해 무작정 걷는 다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왔던 길을 다시하면 바라 보노라면
저 뒤로 융단을 깔아놓은 듯 푸르른 초원과 흰구름과 파아란 하늘의 아름다움을...
여기가 아마 오름약수.
시원하게 물 한모금 마시고 또 띵까띵까 룰루랄라
마음은 행복하고 가슴은 시원하다.
만약 미소가 없이 혼자 왔으면 기분이 어땠을까.
하...좋다...그러면서도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개뿔.
뭐...이런 비슷한 생각을 했겠지...ㅋㅋㅋ
미소와 같이 저 푸른 초원에 누워보고 싶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어쩌구저쩌구...
뭐, 어떻게 표현을 할 수 없을 만큼 그냥 한없이 좋다.
등산로는 보이는것 처럼 시원한 초원을 산책하듯 걸으면 되는거다.
다만 그늘이 없으니깐 그거는 잘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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