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 일어나 보니 온다 던 비는 안 오고 하늘의 날씨는 맑음이다.
오늘의 계획은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등산을 하는거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관음사를 출발해서 성판악으로 가는 길.
고도를 조금씩 높일수록 슬슬 날씨가 이상해지는듯 하더니 급기야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한다...이런
뭐..안개비 정도야...그런데 우라질.
성판악에 도착할 무렵부터는 아예 빗줄기가 굵어져서 산행을 포기해야 했다.
물론 이 비를 맞고 올라가는 등산객들도 많지만 우리는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채 성판악을 떠난다.
굳이 올라간다면 못 올라갈 이유는 없지만 이런 날에 정상에 올라가 봐야 아무것도 안 보일텐데 뭐.
나의 작은 욕심이 아니였다면 어제와 같이 맑은 날에 미소에게 그 보기 힘들다는 백록담을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그 위치를 확인하는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쯔쯔
미소에게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든다.
미안해...애기
이해해줘.
그런데 성판악을 떠나서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애기...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여기저기...
그러다 섭지코지와 협재중에서 협재해수욕장으로 가기로 정하고 오는 비를 맞으며 도로를 달린다.
그런데...어어...어라.
산능선을 벗어나자 비가 안 내린다.
나.....다시 가자...
미소.....지금 거기에는 비 와.
이렇게하기를 몇번이였을까.
차는 협재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마음은 한라산에 가 있다.
돈내코에서 협재를 가기위해 달리는 길은 차도 없고 거의 직선에 가까워 시원하고 아주 좋다.
그 좋은 길을 달리다 다시 한라산을 바라보며 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억지 아닌 억지를 부려 보기도 한다.
그래, 미소의 말처럼 이런날에 올라가 봐야 아무것도 안 보일텐데 그냥 깔끔하게 마음을 비우자.
그렇게 도착한 협재해수욕장.
그러나 우리는 산행준비외에는 아무것도 준비를 한게 없다.
때문에 그냥 한바퀴 둘러 보고 갈 생각으로 어설프게 차에서 내렸는데...
아프다...아퍼...속이 쓰리다.
이런...썩을, 얼어죽을, 개뿔, 속으로AC8, 황당함, 자책, 미안.
뭐 순간 이런저런 내 자신에게 많은 후회와 자책의 마음이, 그리고 미소에게는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하다.
순간 일시적으로 즐거움이 사라진다.
그러나 미소의 마음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위로의 말 덕분에 다시 기분을 추스리고 계획을 급수정해서 이번에는 우도를 향해...
완전 극과극을 왔다갔다 해야겠군.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뿐.
우도를 향해 달리다 병원이 보여서 아픈곳을 치료하려면 치료비가 얼마며 시간은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니...
다행히 생각보다 시간이나 요금이 비싸지 않다.
좋다. 그냥 마음 편하게 치료하자.
그래도 둘은 뭐가 그리 좋은지...암튼 마음을 비우고 나니 다시 모든게 즐거움이요 행복한 시간이다.
그래서 미련없이 병원에 남겨두고 이제는 올레길을 찾아 나선다.
띵까띵까 손잡고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도 올레길은 깨뿔...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래서 밭에서 일을 하시는 아주머니께 길을 물어 보고 조금 더 오르니깐 뭐 이상한 그림이 나 오는데 그게 바로 올레길 알림판이다.
처음에는 뭐 길 같지도 않은 길 같아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정말 신비로운 숲, 도새기숲길이 나 온다.
안 가봤기 때문에 다른 올레길은 사람들도 많고 길도 좋은지 모르겠지만 이 길은 아니올씨다다.
사람들이 다닌 길의 흔적만 있을 뿐 사람들은 단 한명도 없고 가는 길에는 곳곳에서 거미줄이 나를 막고있다.
바로 동네 뒷산인데도 나무들은 마치 무슨 정글속에 들어온것 처럼 울창하다.
전혀 사람의 손을 타지않고 몇년 동안이나 이렇게 자랐을까.
그것도 바로 동네 뒷산이데 말이다.
마치 무슨 영화더라...반지의 제왕인가 아닌가...
암튼 어딘가 나오는 나무들처럼 커다란 나무들을 타고 올라가며 자라는 넝쿨식물들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울창한 나무들이 햇빛은 다 가려주고 힘든것도 없는데 습하기 때문인지 땀이 흐른다.
저 나무는 거미줄제거 전용막대기.
곧 끝날 것 같은 미로같은 길이 이리구불 저리구불 한참을 이어진다.
아니.....깊은 산도 아니고 그리고 사람들이 사는 동네 바로 뒷산인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이유는.....땔깜으로 사용을 안 해서...믿거나 말거나.
미로같은 길을 벗어나니 취나물을 기르는 밭이 나 온다.
오늘 병원에서 부터 지금까지 걷는 길 주변에 있는 밭이라는 밭은 거의 모두 온통 취나물을 기르고 있다.
이때쯤부터 빗망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피할곳은 없는데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그러나 비가 내리는 길을 우산없이 터벅터벅 걸으면서도
이 꽃은 어쩌구저쩌구...
이건 뭐구 저건 뭐구...
올레 표지판 머리는 이러쿵저렇쿵...
사정없이 내릴 것 같던 비가 그치고 이제 다시 해안으로...
지금도 저 멀리 한라산은 흰구름속에...
투벅투벅 걷다보니 항구가 나오고 그 한편에 정자가 우릴 보고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한다.
한라산에서 먹을 도시락을 저 정자에서 먹자.
그리고 반주도 한잔...캬...좋지.
회센타에서 뭔지 이름이 잘 생각이 안 나는데 1kg도 아닌 애기로 한마리만 살려고 하니깐 주인장의 표정이 아주 떨떨름한 표정이다.
그런데.......헐
이걸 어쩌쓰까나.....주머니에 현금이 한푼도 없다는 사실.
구멍가게 같이 생긴 곳이라서 카드도 안 되고 결국 회는 못 먹고 침만 삼키다가 말았다.
죄송합니다.
그래서 어쩔수없이 슈퍼에서 이슬만 한병 사서 해안가에 있는 정자에 편하게 앉아서 마치 동네 주민인양 도시락에 낯술을 한잔 한다.
아아아...확실히 낯술은 빨리 올라온다.
동네 한바퀴 돌아보고 경찰서에도 한번 들어 가 보고 막다른 길에도 가 보고 이렇게저렇게 시간을 보내고
병원에 도착해서 보니 아픈곳이 언제 그랬냐는듯 아주 멀쩡하다.
이제 우도를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고 어디를 갈까 하다가...
이번에는 공항하고 비교적 가까운 절물휴양림을 향해 달린다.
저지대에서는 멀쩡한던 날씨가 고도를 조금 높이니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뭐 어때...맞으면 돼.
이번 여행은 무슨무슨 관광지는 한군데도 안 가고 계속 걷기만 하는구나.
삼나무 숲속에 데크를 잘 만들어 놓은 산책를 따라 걷는다.
비가 와서 삼각대를 안 가자고 왔기에 어느 마음씨 좋아보이는 분에게 부탁을 해서 증거자료 한장 찰칵.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장생이숲길과 절물오름의 갈림길에 다다랐을때...헐
"오늘은 우천으로 인해서 노면이 미끄러운 관계로 출입을 금합니다"
뭐나...이건...
그럼 매표를 할때 얘기를 해 주던지...이런 팍.
장생이숲길을 가려고 왔는데 이러면 안되지.
안되기는 안 되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장생이숲길은 다음에 친구들 하고 왔을 때 가기로 하자.
그래. 그럼 길도 많은데 그냥 다른길을 가자.
생이소리 길 입구에 있는 절물약수
왼쪽에 많이 떨어지는 약수도 있지만 저 약수터 표지판 밑에 있는 작은 웅덩이에서 쫄쫄 흘러 나오는 약수가 더 시원하고 맛있는 것 같다.
뭐냐...덩치 큰 어른이 과자봉지에서 계속 과자를 꺼내 먹으면 다닌다...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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