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신풍령(빼재)에서 부항령(삼도봉터널)까지 - 1

산빛사랑 2012. 9. 24. 17:41

간만에 하는 이번 산행은 백두대간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 코스는 신풍령에서 부항령까지로 길지 않게 잡아 본다.

 

나와 미소는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무풍면소재지에서 아침을 먹고 후배가 기디리고 있는 부항령으로 간다.

부항령에 도착해서 반가운 얼굴과 인사를 나누고 신풍령으로 가는 길...

중간에 오두재를 넘는데 이건 뭐 길 같지 않은 길이다.

산행이 끝난 후에는 나의 오래된 애마로 넘어야 하는데 아무탈 없이 잘 넘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이건 뭐 길이 영 아니올씨다다.

 

담소를 나누며 신풍령에 도착해서 보니 고갯마루에 있는 무슨 휴계소는 문을 닫은지 오래인지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다.

그리하여 정상에 있는 정자에서 간단하게 짐을 나누고 산행준비를 한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12시20분에 백두대간에 올라선다.

엥...그런데 어찌된일인지 카메라의 시간이 15분정도 빠르네...사진의 시간은 무시...

지난번 우두령에서 덕산재까지 산행을 했으면 좀 더 여유로운 산행을 할텐데 무슨무슨 핑계로 부항령에서 끝내는 바람에 생각보다 긴 산행을

하게 됐지만 그래도 1박2일의 시간이니 나름 널널한 산행을 하리라 생각 해 본다.

 

짧지만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어느덧 대간의 능선에 오른다.

길은 부드럽고 유순하며 마치 산책을 하는 듯 평화롭다.

그리고 우리 세명외에는 산행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혀 볼 수가 없어 조용하게 걷는 이 길이 너무나 좋다.

 

그런데 간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예전의 모습답지 않게 미소가 초반부터 약간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역하다.

때문에 저 만큼 앞서가는 후배는 나 몰라라 하며 뒤에서 오는 미소에게 발걸음을 맞추며 천천히 걷는다.

 

언제나 그렇듯 미소가 눈에 들어와야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에...

걷다보니 왼쪽으로 보이는 능선으로 붙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백두대간은 그 능선과는 아무 상관없이 직선방향으로 연결된다.

얼마를 걷다 보니 한눈에도 딱 알아볼 수 있는 봉우리 세개의 삼봉산이 저 앞에 보인다.

오른쪽부터 왼쪽까지 봉우리가 세개있고 그 맨 왼쪽에 또 봉우리 세개가 보인다.

그리하여 미소와 나는 그 중에 어느산이 삼봉산 정상일까 서로 생각을 달리 해 보기도 한다.

 

어느 지점에서 인가부터 오른쪽 경사면으로 아주 멋있는 암자가 하나 보이기 시작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금봉암이라...

1시 56분에 호절골재를 지나 금봉암 갈림길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봉우리의 맨 오늘쪽에 있는 삼봉산 정상에 도착하니 2시 45분이다.

저 멀리만 보이던 삼봉산이 한발한발 걷다보니 어느덧 나와 함께 서있다.

 

정상이기는 하지만 전망도 불량하고 식사를 하기에도 불편해서 증거자료만 남기고 전망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기위해 바로 출발이다.

앞서간 후배간 적당한 자리를 찾는 동안에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덕유산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가시거리가 좋지 않아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왼쪽의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과 그 오른쪽에 리조트장에서 곤도라를 타고

올라와 아주 편하게 향적봉을 오르는 길목인 설천봉의 모습이 보인다.

 

덕유산의 설화가 아름답게 피는 겨울철에는 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려고 몇시간씩 기다려야 한다는 소문이...

웬일인지 덕유산 정상을 검은 구름이 뒤덮고 있다.

그냥 잠시 타고 넘어가는 구름인 줄 알았는데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서 멈출듯한 생각이다.

 

아...그러고 보니

아주아주 먼 옛날 한겨울에 친구와 단 둘이서 올라 코펠에 뜨거운 커피를 끓여 마시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회상에 젖어 미소와 덕유산을 감상하고 있는데 저 앞에서 후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형...여기서 식사 하게요...

후배가 불러서 가 보니 능선에 작지만 셋이서 식사하기에 알맞은 자리를 잡아 놓고 쉬고 있다.

시간을 보니 벌써 3시가 넘은 시간이라.....

 

건너편으로는 가야 할 삼도봉과 대덕산이 코 앞에 보이는데...

그리고 오늘의 목적지는 저어기 보이는 삼도봉인데...그런데

신풍령에서 여기까지 걸어 온 시간과 비례해서 삼도봉 도착 예정시간을 계산해 보니 헐....어둠이 내려 앉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식사를 하는 장소에서는 앞으로는 덕유산이 그리고 뒷쪽으로는 가야할 대덕산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후배와 함께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다가 일단 식사를 마치고 가는데까지 진행 해 보기로 한다.

다른 사람들의 산행기를 보면 5시간이면 도착하던데...헐.

하긴 서둘러 밥을 먹고 출발하면 가능할듯도 하다...

그래 한번 가 보자.

오늘 아니 어쩌면 내일 가야 할 오른쪽의 삼도봉과 왼쪽에 대덕산 능선.

 

그리고 그 앞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문제의 소사마을.

소사마을을 가로질러 올라야 하는 삼도봉의 모습이 그리 힘들어 보이지는 않는다.

 

식사를 하고 소사마을 향해 내려가던 도중에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능선을 따라 계속 진행할 줄 알고 있던 길인데 능선상에 "소사" 라는 이정표에 도착했는데 이건 어찌된일인지 능선을 버리고 사면을 향해 길이 나있다.

울랄라....뭐냐 이건.

 

이정표를 무시하고 능선으로 살짝 진행해 보았으나 길의 흔적이 희미하다...아닌가.

그렇다고 대간길이 이렇게 갑자기 느닷없이 능선을 버리고 사면으로 향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허허.

잠시 망설이다 지도를 살펴보니 능선을 따라 계속진행을 하면 오전에 넘어왔던 오두재로 가는 길이로구나...아싸.

웬지 모르게 어딘가 미심쩍은 마음도 있으나 다른 길이 없기에 이정표상의 소사마을 향해 힘차게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런데...이런 헐...우라질...썩을.

 

능선에서 소사마을로 떨어지는 경사면의 등산로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완전 급경사에 길은 습하고 잘못하면 한방에 바로 저 아래까지 직행을 해야 한다.

뒤에서 조심조심 따라오는 미소의 상태을 보니 힘들어 하는것 같다.

그래도 싫은 내색 한번 안 하고 잘 따라 오니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며 한편으로는 고맙다.

 

하지만 지리산 노고단의 깔딱고개를 내려올때 보다 힘들다고 하는 말에서 느낄 수 있는듯이 힘들기는 정말 힘든가 보다.

그래서 중간중간 괜찮으냐고 몇번 물어 봤지만 그냥 얼굴에 살짝 미소만 지을뿐이다.

그러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다리가 너무 아파서 정말인지 힘들었다고...

아이구 애기....많이 힘들었구나.

다음 부터는 그냥 꾸욱 참지 말고 힘들면 바로바로 말해...알았지.

 

앞서 내려가는 후배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후배도 없는 급경사의 비탈길을 미소와 둘이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오손도손 알콩달콩 걷는다.

 

한참을 걷다 보니 인터넷에서 보았던 그 울타리가 나오고 계곡물 소리도 들린다.

휴...........애기야....이제 다 내려왔다.

고생했지.

울타리를 지나 얼마 안 가니 후배가 배낭을 풀고 쉬고 있다.

시간은 대략 다섯시쯤일까...

 

삼도봉을 향해 더 진행을 해야할지 아니면 여기에서 멈춰야할지...

이제는 정말 결정을 해야 할 시간이다.

 

삼도봉까지 진행을 하면 날은 어두워지겠지만 정상에서 야영을 하면 밤하늘의 둥근달과 쏟아질듯 많은 별과 아침에 붉게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무엇보다 달과 별과 태양의 그 눈부신 아름다움을 미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번 산행을 계획했다.

 

삼도봉을 향해 더 갈것인지 지금 이 자리에서 야영을 할 것인지 모든 권한은 미소에게...

 

애기야.....힘들면 쉬고 괜찮으면 가자...어떻게할래.

오빠야.....무릅이 많이 아프다...여기 좋네...그냥 여기에서 자자.

O.K

 

투덜이 후배가 사서 고생이다.

물을 충분하게 가지고 오자고 했더니 소사고개에 물이 있다며 마실 물만 가지고 왔다.

그래서 후배 혼자서 야영에 필요한 물을 구하러 소사마을을 향해 내려간다.

그렇게 큰 소리 떵떵 치더니 고생이 많다.

그런데....켁.

한참만에 올라오는 후배의 손에는 내려갈때 가지고 갔던 물통에는 물이 없고 그냥 투덜투덜 거리며 올라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

마을까지 갔다 올려면 한시간은 더 걸릴것 같다며 아까 오면서 들었던 계곡에서 물을 떠 오마 한다.

그렇게 뒤돌아 가서 한참만에야 물을 떠 오고 이제부터 맛난 저녁시간이다.

 

후배는 비박 준비를 하고 나와 미소는 야영을 위해 텐트를 설치한다.

이른 초저녁부터 시작한 지글지글 돼지와 맑은 이슬의 파티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즐거움의 깊이를 더해가고

소나무 숲에 가린 밤하늘은 짙은 어둠속에 말없이 잠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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