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신풍령에서 부항령까지 - 2

산빛사랑 2012. 9. 24. 18:02

아침에 일어나 어제의 흔적을 정리하고 아침 준비를 한다.

간편하게 밥과 찌게를 준비 해 놓고 미소를 깨워 간단하지만 배부르게 아침을 먹는다.

 

미소에게 다리가 괜찮으냐고 물으니 혹시라도 아프거나 그럴줄 알았는데 전혀 아프지도 않고 괜찮단다...다행이다...정말.

우리 세 사람이 머물렀던 흔적을 흔적도 없이 지우고 8시에 소사마을을 향해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밭을 통과하고 도로에 내려와 "슈퍼50M" 라는 이정표를 따라오니 요런 슈퍼가 나 온다.

아마 어제 저녁에 후배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물을 찾아 여기까지 왔으면 정말 생각만 해도 엄청난 고생을 했지 싶다.

 

슈퍼에서 볼일도 보고 부족한 물도 사서 보충하고 시원한 켄맥주도 한잔하면서 슈퍼 주인 아저씨와 짧은 대화를 나눠 본다.

예전보다 대간의 산꾼들이 훨씬 많아졌다고...

 

그런데 소사마을의 높이가 해발 680M이라는데 전혀 그래 보이지가 않는다.

이상하지...

그리고 하루종일 뻥뻥하며 귀를 괴롭히던 소리는 새를 쫓기위한 총인지 대포인지 암튼 그 소리라고...

 

이제 물도 보충하고 힘도 보충했으니 9시 정각에 삼도봉(초점산)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한다.

소사마을을 통과하면서 뒤 돌아 본 삼봉산의 모습.

삼봉산 정상은 보이는 능선상의 왼쪽이다.

이렇게 바라봐도 소사마을로 내려서는 사면의 경사가 정말 심하다.

저 능선의 오른쪽 어디쯤에선가 급경사를 타고 내려와 왼쪽으로 넓게 보이는 밭이 끝나는 지점의 그 위쪽 소나무숲속 어디에선가 야영을 했다.

그리고 그 밭의 옆길을 따라 내려오면 소사마을이...

슈퍼에서 삼도봉을 향해 백두대간상에 올라서면 중간중간 묘도 많이 지나고 농로도 지나고 고랭지 배추밭도 많이 지난다.

중간에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살짝 길을 잃기도 했지만 큰 어려움없이 마을과 배추밭을 통과할 수 있다.

피부로 느낄수는 없지만 해발680M이라는 높이가 말해주듯이 마을 곳곳에 배추밭이 무척이다 많다.

그리고 그 배추를 수확하는 아주머니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부보님들은 자식들을 위해 저렇게 힘들게 뼈 빠지게 고생을 하시는데.....

젊은 것들은 취미라며 이렇게 놀러만 다니고 있는것은 아닌지...

 

때문일까 일을 하시는 아주머니들의 옆을 지날때는 어마마마 생각에 잠시 얼굴이 붉어지기도...

배추밭을 다 지나고 이제 본격적인 삼도봉 오름길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제부터는 농로를 버리고 산행다운 산행인 오름막길이다.

초반의 계단과 경사길을 오르고 난뒤 간식을 먹으며 잠깐의 휴식시간을 갖고 있는데 불현듯 사람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얼마 후 이내 등산객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중년의 산객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한다.

지금부터는 조용하고 한적한 산행을 기대할수는 없겠구나 싶다.

뭐...어쩔수없지.

이 산은 나 혼자 즐기는 산이 아니라 모두에게 허락된 산이니깐...

 

그 산객들중에 일부는 우리를 자기네들의 동행으로 착각하고 아주 편안하게 말을 걸어 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중에 어느 한 사람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는 우리를 보며.....

산에서 잘것도 아니면서 무슨 배낭을 저렇게 큰걸 메고 다니는지 모르겠네...라며 혼잣말을 한다.

다 들리는데...헐.

그리고 어제 산에서 잤는데...알지도 못하면서...개뿔.

 

가끔은 나도 혼자 생각만으로 모든 걸 판단할때가 있다.

흔한말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것 같지만 모르는게 더 많고 또 때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할때도 있다.

 

"모르는게 약인지 아는게 힘인지"

멀리만 보이던 삼도봉(초점산)에 도착하니 11시다.

앞선 도착한 사람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잠시 멀리 지나 온 삼봉산을 조망해 본다.

 

미소가 무릅 때문에 고생을 하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아무 탈없이 아주 잘 올라와줘서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다.

 

어제 조금만 서둘러서 이곳 삼도봉 정상에서 야영을 했으면 더 없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쉽다.

애기야...다음에는 어디일지 모르지만 꼭 정상에서 야영을 하자.

밤하늘에 빛나는 밝은 달도 반짝이는 별도 따 줄께...

그리고 새벽에는 힘차게 솟아 오르는 붉은 태양을 서로의 손을 꼭잡고 바라보자...

저 뒤로 구름아래의 덕유산과 지나 온 삼봉산 그리고 소사마을을 배경으로...

1254M의 삼봉산에서 680M의 소사마을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1249M의 삼도봉까지 올라야 한다.

 

이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약 한시간 거리에 있는 대덕산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에도 후배는 우리를 기다리지 못하고 저만치 앞서서 혼자 걸어간다.

아니면 단둘이 다정한 시간을 보내라고 일부러 그러는것인지...모를일이다.

 

삼도봉에서 대덕산에 이르는 길은 초원지대를 통과하는 길이다.

처음에는 삼도봉에서 급격하게 내려가지만 대덕산 정상 오름길은 생각보다 수월하고 초원지대라서 막힘없는 조망덕분에 눈이 즐겁다.

약 50여분만에 어렵지 않게 대덕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의 넓은 공터에서는 단체로 산행을 온 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즐겨운 식사 시간을 갖고 있다.

햇볕이 제법 따갑게 느껴진다.

그래도 좋으리라...어린아이들 소풍온것 처럼 한없이 즐겁고 행복한 표정들이다.

 

그 한켠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미소....아....맛있겠다...얌얌.

아직 배는 안 고프지만 그래도 조금만 참아...애기야.

덕산재에 가서 아주아주 맛있는 라면 끓여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