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주흘산은 빼고 부봉만 오르다...

산빛사랑 2012. 10. 29. 11:22

비가 안 오면 주말에는 주흘산을 오르고 일요일에는 조령산을 오르려고 했으나

웬걸...이건 뭐...내가 하늘에 죄를 지은것도 없는것 같은데...

암튼 주말에 비와 함께 천둥과 돌풍이 심술을 부린다고 하여 주말 산행을 포기하고

대신에 외갓집 모임이 있는 쌍곡계곡으로 가서 조금은 거하게 한잔을 한다.

 

예정에 없던 참석이라서 좀 늦게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분들이 너무나 반갑게 맞이 해주시니 참으로 좋다.

 

암튼 아침까지 맛나게 먹고 다른 친척분들은 바로 코앞에 있는 칠보산으로 등산을 가시고

나와 미소는 오지도 않는 부산의 후배 핑계를 대고 주흘산으로 향한다.

 

사실 부산의 후배는 처음부터 올 생각이 없었는데 내 작은 욕심에 미소와 함께 문경세재의 아름다운 길을 걷고 싶어서

죄송하지만 정말 너무 죄송하지만 어머님께 거짓말을 하고 단둘이서 뜻하지 않은 밀월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미소에게...

그냥 편하고 별로 멋은 없는 주흘산을 갈까....

아니면 좀 힘들어도 아주 멋있는 바위산을 갈까...

 

당연히 멋있는 산을 가야지...

그리하여 부봉을 그것고 동화원에서 시작하는 아주 짧은 코스를 선택한다.

 

조령산휴양림에서 부터 3관문입구까지 차를 몰고 간다.

뭐...그 길을 걷고있는 사람들의 어쩌면 따가운 또는 어쩌면 부러운 눈짓을 느낀다.

사실 이 길을 걷는것도 참으로 좋은데...

어쩌다 3관문앞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다는건 알아가지고...좋은건지 나쁜건지...

 

그렇게 도착한 3관문입구에서는 무슨 공사를 하는지 여기저기 땅 파고 돌 나르고 요란하다...

 

 

목적지를 부봉으로 정하고 나니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마음은 한결 가볍고 여유로워진다.

넓은 길을 버리고 좁은 옛길을 따라 동화원으로 가는 길에서...

 

세재길에는 가족과 함께 또는 연인끼리 산책을 나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다.

 

 

2시간이라...

이 정도면 마음도 가볍게 다녀올 수 있겠지.

 

산행이 일찍 끝나면 집에 가는 길에 지난번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갈대가 아름답다는 비내섬을 가야지...

 

 

동화원 부근에 있는 아주아주 멋있는 단풍을 만나 아주 감사하는 마음으로...

미소.....아주 예쁘고 멋있는 단풍 잘 봤지.

 

여기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조용한 숲속으로 들어간다.

숲속으로 들어가니 분위기는 단둘만의 산행으로 조용해진 숲속길이 평화롭다.

 

등산로는 산책로에 버금갈 만큼 걷기 좋고 어제의 비 때문인지 졸졸 흐르는 계곡물은 너무나 맑고 깨끗하다.

아무도 없는 길을 단 둘이서 룰루랄라 지금 등산을 하는건지 산책을 하는건지 모를 정도로 한발한발 딛는 발걸음이 너무나 한가롭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 휴식을 하고 있는 사이에 한무리의 등산객이 스쳐갈 뿐 동문까지는 이 산 전체가 마치 내것인듯 마음이 뿌듯했으나...

동문을 지나고 부봉삼거리에 도착하니 슬슬 사람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부봉에 오르는 로프구간에서는

언제 조용했는지 모를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오고 위험구간을 로프를 잡고 오르느냐고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부봉에 올라 미소에게 살짝 주변 풍경을 설명해 주고 증거자료 없이 바로 통과한다.

왜....

 단체로 안내산행을 온듯 사람들도 많고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개념없는 어느 일인이 의자삼아 부봉정상석에 앉아 있는것이 아닌가...헐...

 

 

자세히 아니 그냥 대충 보면 움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그 뭔가를 닮은듯도 한데...

 

 

로프구간에서 살짝 겁먹은 미소...

그냥 자기도 모르게 순간 울음이 나올뻔했다는 소문이...

 

3봉에 오르니 바람이 거세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옆에서 냄새를 솔솔 풍기며 라면을 맛나게 먹고있다.

나도 라면을 아주 맛있게 먹을 줄 아는데...

하지만 버너와 코벨을 가지고 오지는 않았다.

왜...산에서 화기사용은 금지니깐...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면 라면냄새는 참기 힘들다.

 

거세 바람을 둟고 올라 온 나이 지긋하신 부부의 대화가 다정한듯 싸우는듯 말투가 암튼 요상하다.

 

 

요기 절벽 바로 옆에서 사진 찍다가 잘못했으면 거센 바람에 그냥 바로 하산할뻔 했다....휴...

 

그렇게 바람이 거세게 부는데, 그 나이 지긋하신 분은 삼각대를 설치한다고 바쁘고, 부인은 이렇게 바람이 심하게 부는데 무슨 삼각대냐고 투덜 거리고...

급기야 바람에 날리는 삼각대커버를 미소가 가까스로 아니 어떨결에 잡아주고...

 

바람은 불지만 햇볕이 따뜻한 3봉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지체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출발...

 

 

가다보니 지난번에 못 봤던 새로운 길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우회길로 가지만 그 길이 궁금한 나는 참지 못하고 올라 가 본다.

 

음....여기 4봉이렸다.

불안해 하는 미소를 달래며 힘들게 한고비를 넘긴다.

이런 바위를 처음 타 보는 미소이기에 나름 걱정을 많이 했지만  불안한듯 하면서도 아주 잘 올라온다.

이제 바위 하나를 더 올라서야 진짜 4봉인데...음 만만찮네.

미소의 도움을 받으면서 바위에 바짝 붙어서 어렵게어렵게 드디어 4봉 정상에 오른다.

하......좋네...좋네.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하오리까...

그러나 미소는 끝네 안 올라오겠단다...음...

그래...여기까지 올라 온것만 해도 대단해....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올라 올 필요는 없지 뭐.

항상 그렇듯 올라 갈 때보다 내려 갈 때가 더 위험하고 힘든법이라...

내려올 때는 챙피하지만 계단 삼아서 미소의 무릅을 밝고 내렸온다...으으으...부끄부끄.

 

그래.

나는 미소를 지키고 미소는 나를 지키고.

힘들고 위험할때는 서로에게 계단도 되어 주고 험한 세상 다리도 되어 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그 무엇보다 든든한 생명줄이 되어주는 바로 그런것이 부부잖아... 

 

 

4봉에서 내려와서 보니 요런 글씨가...

헐...그럼 맞으편에도 붙여놔야지...음.

사진으로 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급경사에 자칫 잘못하면 최소한 중상이다.

 

요기를 내려올때 처음에는 나무뿌리가 마치 사다리 역활을 해줘서 큰 위험없이 내려올 수 있지만 마지막 부분에는 그것마저 사라지니

여자인 미소는 많이 무서워라 하며 한발한발 아주 조심조심 내려온다.

 

힘들게 내려와서 이 길을 뒤돌아 보며 미소가 하는 말...

내가 여기를 내렸왔다는 증거자료를 꼭 남기란다.

 

 

5봉에서 사진놀이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길이 위험한지 6봉을 향해 내려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소란스럽다.

그 소리가 잠잠해진 뒤에 우리도 슬슬 6봉을 향해 가는데...

에게...뭐...이 정도면 아무것도 아니네....

그런데 착각하셨네요.

 

위에서 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것 같아서 중간까지는 쉽게 내려오지만 마지막 부분에는 밟을곳이 아무것도 없는 그냥 미끄러운 바위뿐이다.

때문인지 지금까지 잘 하던 미소도 무서운지 자기도 모르게 바위에 무릅을 꿇으며 잠시 평정심을 잃는다.

하지만 믿는 사람이 있어서 일까...금방 용기를 내서 아무렇지 않게 잘 내려온다.

참 잘 했어요...

 

 

마지막 6봉에 오르니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

 

심하게 부는 바람에 힘겹게 맞서며 이리저리 증거자료를 남긴다.

사진을 찍는 중에도 저 멀리 5봉 하산길에서는 여인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에서 하산길 선택은 미소에게...

동화원으로 바로 갈지.....2관문으로 내려갈지...

2관문으로 하산 결정...

탁월한 선택을 하는 미소다.

 세재길을 따라 2관문에서 3관문까지 걷는 길도 꽤 좋고 낭만이 있는 길이되리라...

 

 

나름 있는 폼 없는 폼을 잡으며 나도 증거자료 한장.

 

작년 8월에 왔었는데 그때 기분과 지금은 뭔가 많이 다르다.

물론 그때도 기분은 좋았지만 행복까지는 아니였다...그냥 기분이 좋았을 뿐이지만...

미소와 함께한 오늘은 순간의 기분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하고 모든것이 다 좋다.

아...좋다...좋아.

 

하산길에 아주 넓은 바위에 앉아

미소가 신기해 하는 버너도 코펠도 필요없는 발열물질을 이용해 즉석국도 끓여서 아주 맛나게 점심을 먹는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살방살방 내려오면서 가끔씩 뒤 돌아보는 6봉의 모습이 정말 장엄하고 멋있다.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며 둘만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겁게 내려오다 보니 어느순간 눈앞에 2관문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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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세재길을 다정하게 걷는다.

그냥 이 자체로 너무나 좋다.

 

산행을 너무 여유롭게 했나.

시간이 벌써....4시40분.

하지만 시간에 상관없이 주변의 경치에 다정한 눈짓을 보내면서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리고 어둠이 짙어지기 전에 3관문에 도착해서 외롭게 서 있는 애마를 몰아 집으로 향하는 마음은 더 없는 행복이다.

 

비내섬은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