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저수령에서 묘적령까지 가고 싶었으나.....중간에서 탈출

산빛사랑 2012. 12. 24. 10:35

 

이번 겨울의 첫 산행은 백두대간인 저수령에서 묘적령까지 가기로 한다.

 

새벽 5시30분경에 출발해서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려 단양휴계소에서 아침을 먹는다.

주변에 보이는 산들에 눈이 보인다.

어제 남부의 일부 지방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되기도 했지만 정작 내가 갈려고 하는 소백산부근에는 눈 소식이 없어 많이 아쉬웠는데

그래도 지난번에 내린 눈들이 녹지 않고있어 아쉽지만 그래도 눈을 밟으며 겨울산행다운 산행을 할 수 있을것 같아서 다행이다.

 

밥을 다 먹고 출발을 하려는데 부산에서 출발한 후배에게서 전화가 온다.

자기는 사동유원지에 도착했으니 빨리 오라고...

 

눈이 그대로 있는 시골길을 조심스럽게 달려 후배가 기다리고 있는 사동유원지에 도착하니 8시30분.

그런데...후배왈...차로 올라 갈 수 있는데 까지 올라 가 본다며 임도를 오른다.

다행히 지나번 초입에 내려져있던 차단막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눈길을 조심스럽게 올라가서 도솔봉 등산로 입구에 차 한대를 주차하고 다시 차가 한대도 보이지 않는 구불구불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올라서 저수령에 도착하니 이건 뭐 휑하니 휴계소는 문을 닫고 주차장에는 하이얀 눈만 가득하다.

 

그런데 아뿔싸....

나는 오늘 야영하면서 먹을 고기를 집 냉장고에 잘 모셔놓고 그냥 오고 후배는 사동리에 주차한 자기 차에서 가장 중요한 등산화을 안 가지고 왔다.

아니 어찌 이런 얼어죽을 실수를...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후배가 싣고있는 신발이 어렵지만 그래도 등산이 가능한 신발이라서 그냥 강행을 하기로 한다.

그래서 출발을 하면서 스패츠를 착용하고 출발한다.

 

기상청의 오늘  날씨는 화창하다는 말은 어디가고 짙은 안개속에 찬 바람만이 불어 온다.

증거자료 한장 남기고 출발이다.

 

초입부터 오늘 산행의 예감이 심상치 않다.

등로에는 희미하게 발자국의 흔적만 있을뿐 최소한 일주일 정도는 아무도 가지 않는듯한 길이다.

푸른 하늘의 맑음이 아닌 자욱한 안개 덕분에 모든 나무 하나하나에는 예쁜 꽃들이 만발하다.

9시30분경에 저수령을 출발해서 아무도 가지 않은 뽀얀 눈을 밝으며 오르는 기분이 참으로 좋다.

비록 어제는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동안 내린 눈 때문에 초반부터 눈이 발목까지 빠지는 것이 이게바로 겨울 산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그렇듯 첫 시작의 힘듬을 느끼며 30여분 오르고 나서 달콤한 휴식을 만끽한다.

아직은 도도가 낮아서 상고대가 조금은 어설프지만 그래도 올 겨울 처음으로 보는 모습이라서 그 자체로도 너무나 황홀하다.

50여분 만에 촛대봉에 도착하니 눈 앞에 꿈에 그리던 그 모습이 나타난다.

모든것을 벗어 버린 나무들이 이번에는 순백의 옷으로 갈아입고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여는때 보다 더 

아름답고 순수한 환상의 모습으로 힘들게 산을 오른 우리에게 더 없는 기쁨을 안겨준다.

이제 겨우 한시간 정도 올라 왔는데 눈이 많은곳은 허벅지까지 올라 온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먼데 벌써부터 이정도라면 대부분의 길을 러셀을 하며 오른다고 생각할때 지체되는 시간과 체력소모가 상당하리라 생각 해 본다.

뭐...그래도 그건 나중의 일이고 지금 이 순간은 그냥 한없이 좋을뿐이다.

겨울산행 다운 산행을 처음으로 도전하는 미소.

산행실력은 이미 잘 알고 있기에 걱정은 없지만 다른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처음으로 느껴보게 될 산속에서의 추위다.

그리고 오늘 날씨가 웬지 수상하고 요상하다.

자욱한 안개속에 보이는 것은 없고 포근하리란 예상과는 달리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 온도가 무척 낮다.

투구봉 내리막길에서...

 

하지만 단단하게 무장을 한 덕분일까...

내가 걱정했던것 처럼 미소가 추워하거나 힘들어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대신 눈길가는 곳마다 보이는 상고대와 눈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움과 황홀경에 감탄을 하며 얼굴에 기쁨의 미소가 가득하다.

아............

정말이지 이 정도까지일줄은 미쳐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분명 능선에 있어야 할 등산로에 발길의 흔적은 아예 보이지도 않고 대신 깊이를 모를 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등산로는 북서쪽 사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눈을 쌓고 또 쌓고 그 위에 또 눈을 쌓아 놓아서 이제부터는 내가 가는 길이 등산로의 시작이다.

김구선생님인지 사명대사님의 말씀인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암튼 언듯 생각나는 한마디...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뒤에 오는 누군가의 길이 될 것이니 눈길을 함부로 걷지마라"...

그러나 지금은 그냥 발 옮겨지는 대로 걸을 수 밖에 없다.

 

때로는 정면돌파로 허벅지까지 빠지며 러셀을 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사면으로 길을 만들며 걷기도 한다.

나름 그래도 백두대간이니깐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길은 잘 나 있으리라 생각을 했었는데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하긴 백두대간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무슨무슨 산이라는 거창한 이름도 없이 그냥 무슨무슨 봉이라는 이름뿐인 산을 찾지는 않겠지.

 

하지만 러셀이 그렇게 부담될 정도까지는 아니여서 다행이다.

우리외에는 아무도 없는 이 산에...

정말이지 모든 나무들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너무나도 아름답고 깨끗한 모습이다.

다른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바로 이런 맛 때문에 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겨울산을 찾는것이 아닐까...

 

암튼 투구봉을 지나서 1048봉 정상까지 몇구간을 빼고는 길이 아닌 길을 걷고 허벅지까지 빠지며 후배와 교대로 러셀을 하며 걷다 보니

그나마 체력은 괜찮은데 느끼지도 생각지도 못 하는 사이에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었다.

 

몇시에 1048봉을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후배가 바람을 피해 점심을 먹을 장소을 찾기위해 먼저 내려간다.

미소와 나는 여유있게 꿈속같은 길을 걸으며 행복함에 빠져든다.

그리고 어떻게 올랐는지 모르게 어느덧 1048봉을 지나 급격한 내리막 길을 한참 내려오니 야목 갈림길인 배재가 나 온다.

 

이런 우라질...

그 나마 살살불던 바람이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깐 강풍으로 변하며 주변의 눈들을 밥상으로 몰고온다.

으으...추워...몸은 오들오들...맛있는 라면은 보글보글...

시린 손을 호호불며 따뜻한 라면을 먹고 1시10분경에 다시 묘적령을 향해 출발한다.

 

그런데...

지도을 보며 시간을 비교해 보니 뭔가 영 이상하다.

비록 길이 없어 러셀을 하기는 했지만 많이 쉬지도 않았고 특별하게 지체한 일도 없는데 벌써 시간이 1시를 넘었다니...

그것도 이제 겨우 배재밖에 안 왔는데....헐...이게 말이 되는가...

 

때문에 마음은 바빠지지만 마음처럼 몸이 따라 주지는 않는다.

그런거다.....한두번도 아니면서 뭘 그래...

눈에 보이는 모습들은 변함없이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카메라에 담지는 않는다.

그렇다.....눈에 보이는 모습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의 안정이다.

마음이 편안해야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바라 볼 수 있지 마음이 불안하면 아름다움이 사치로 보일수도 있으리라...

 

가야 할 거리와 현재 시간을 비교해서 생각을 해 보니 과연 오늘 정상적으로 묘적령을 거쳐 사동리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건 아무런 힘든 표정없이 잘 따라오던 미소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는 거다.

 

왜 맨날 이렇게 길게 산행을 하느냐...

다음부터는 오빠 따라서 산행을 안 한다....

몇시간 이상 산행을 안 한다며 왜 거짓말만 하느냐.....

 

미소의 불만에 할 말이 없다.

왜....내 계산에 심각한 착오가 있었기에...

내가 검색해 본 산행기는 모두다 겨울철이 아닌 산행기였는데 나는 그냥 다른 사람들이 걸린 시간을 단순하게 참고하는 실수를 했다.

그대로라면 여유있게 산행을 해도 5시전에는 사동리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켁.

그리고 힘들게 눈속을 걸을 미소의 체력을....

 

하지만 마음도 착한 미소...

금방 마음이 풀어지고 다시 맑게 웃는 모습에 나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그래도 멋있는 곳에서 사진한장 하면....가볍게 손을 흔들며 사양한다.

얼마나 힘들고 지치면...

 

한참을 걷다보니 단양온천 방향으로 길 같지 않은 길이 보인다.

시간으로 보아 여기에서 과감하게 탈출을 하고 싶지만 대체 우리가 지금 어디쯤을 걷고 있는지를 모르겠다.

 

후배와 애기를 하길...

흙목에서 한참을 왔으니깐 뱀재는 이미 지났을테고 아마도 조금만 더 가면 솔봉이 나오지 않을까...

그러면 늦어도 5시30분까지는 사동리에 도착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우라질...뭐냐 이건.

( 요 사진 한장은 퍼 온 사진 )

 

대체 둘이서 무슨 근거하에 그런 판단을 했는지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나...참....하도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다.

 

뱀재는 이미 지났고 조금만 더 가면 솔봉이 나올거라는 상상을 하며 남은 힘을 다해 힘차게 걷고 있는데....에고에고...켁.

불쑥 나타난 이정표는 이제서야 뱀재의 헬기장임을 알려준다.

시계는 벌써 4시을 향해가고 있는데...

아니 우째 이런일이...어찌하오리까.

 

여기에서 사동리로 계속 진행을 한다면 7km 이상의 거리에 아무리 빨라야 7시에나 도착할 수 있으려나...

그렇다고 가장 가까운 초항리로 하산을 하면 차량을 회수하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래...다행히 아까 본 길이있다...지도에는 없지만...

그 길이 단양온천으로 내려가는 길이면 다행이고 혹시 아니라면 그냥 치고 내려가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올 때는 금방인것 같더니 왔던 길을 다시 갈려니깐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우쒸.

다시 발길을 돌려 뱀재에서 약 7~8분 거리인 갈림길까지 와서 한숨 돌린다.

그리고 일찍 하산을 하면 할려고 했던 야영을 포기하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알아 두웠던

민박집에 전화을 해서 방좀 지글지글 열라 따뜻하게 해 놓으라 부탁을 한다.

 

처음에는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흔적도 없던 길을 잘 살피며 걷노라니 다행히도 온천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참으로 간사한게 사람의 마음일까...

길을 확인하고 나니 이제부터는 마음도 편안해 지고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이 길은 정말 발길의 흔적이 하나도 없는 길이다.

그래서일까 다져지지 않은 눈을 밟으며 걸으니 걷기도 훨씬 편하고 발걸음도 빨라진다.

 

안도하는 마음속에 농담을 하며 한참을 내려오니 어느덧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5시30분경에 드디어 남조리 마을회관 앞에 도착한다.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산속마을은 고요함속에 아무말이 없다.

암튼 하산은 했는데 이제 차량회수가 문제로구나...문제야.

한대는 사동리 저 깊은곳에...한대는 저수령 정상에...

 

1시간 가까이 걸려서 사동리까지 걸어가기는 힘들고 뭐...방법있나...

이럴때 사용하라고 택시가 있는거 아니겠어.

대강면소재지에서 택시를 끌고 온 분은 성격도 시원시원한 아주머니...

임도 저 안쪽까지 가자고 했더니...

뭐...이런저런 생각도 안 하고...단숨에 그래요 갈때까지 가 보자고요...하신다....거 시원하네.

 

덕분에 어려움 없이 후배차를 끌고 어두운 길을 달려  다시 저수령까지 가서 내 차을 끌고

대강면에서 돼지사고 민박집이 있는 사인암까지 와서 아주 거하게 한잔을 한 후에

비몽사몽 꿈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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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산행때도 느낀거지만 이제 마음은 굴뚝인데 체력이 안 따라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행자의 마음까지도 잘 살필 줄 알아야겠다.

이렇게 오늘 산행에서 또 한가지의 교훈을 얻으며 산행을 정리하고

이번에 가지못한 코스는 다음에 짧게하거나 아니면 아예 산중에서 1박을 하며 죽령까지 가기로...

 

그리고 송년산행은 미소를 위해 태백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