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황악산 기슭에 어둠이 찾아오다...

산빛사랑 2012. 12. 31. 10:42

송년산행으로

태백산을 가려고 했으나 부산에서 당일 산행으로는 너무나 먼 거리와 뜻하지 않은 폭설때문에 계획을 변경하여

백두대간의 우두령에서 괘방령까지 진행하기로 잠정합의를 한다.

기대반...걱정반속에...

 

기대하는 마음은...

정말 눈이 많이 왔으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이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다.

정말이지 아주 간만에 허리까지 빠지면서 힘들게 산행 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레이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리고 걱정하는 마음은...

눈이 많이 왔다...그렇다면 과연 우두령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느냐...

괘방령쪽은 어렵지 않을것 같은데 우두령은 웬지 불길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러셀을 하면서 간다고 가정할때 괘방령까지 가능할것인가...

 

그리하여 만약 가능하다면 괘방령까지 가고 아니면 직지사로 하산을 하기 위하여 차 한대는 직지사에 주차를 한다.

8시 30분에 다시 차를 몰아 구불구불 제설 작업을 전혀 안 한 눈 쌓인 길을 조심스럽게 달려 우두령으로 향한다.

아....그런데...혹시나가 역시나인가...

 

생각보다 양호한 도로상태 덕분에 기대를 하며 우두령을 향해 가는데...

엥....부항 갈림길에서 부터는 이건 뭐 완전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고 제설 작업은 꿈에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것 같다.

어려워도 그냥 도전을 해 보았으나 차가 씩씩 거리며 열만 받을뿐 바퀴는 그 자리에서 맴돌기만 할 뿐이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뭐냐이건...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하지만 뭐 별수있나...부항령 정상을 5km 앞에두고 눈물을 머금으며 발길을 돌린다.

그냥 걸어 오를까 생각도 해 보았으나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리하여 다시 계획을 변경하여 역으로 진행을 하기로 하고 왔던 길을 다시 그대로 달려 이번에는 괘방령에 도착한다.

괘방령은 차도 많이 다니고 고도가 낮기 때문인지 별 어려움없이 오른다.

충북과 경북의 경계지점인 괘방령 정상에 주차를 하고 처음으로 가는 길을 바라보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단단하게 등산 준비를 한다.

등산로 초입의 모습인데 사람들의 발자국이 하나도 없이 아주 깨끗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들뜬다.

갔다 왔다 길 위에서 2시간을 그냥 보내고 늦어도 한참 늦은 10시 40분...

자...이제부터 슬슬 올라볼까...

 

초입의 완만한 길을 걷는데도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벌써부터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후

코가 땅에 땋을듯한 사면의 급경사 길을 끝도 없이 오른다.

눈은 발목까지 깊은곳은 무릅까지 푹푹 빠지지 길은 미끄럽지 진도는 안 나가지 땀은 비오듯하지....휴

에고에고 힘들어.

벌써부터 이렇게 힘들어서 어찌하오리까...

이제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뒤 따라오는 미소의 숨소리가 힘겹게 느껴진다.

그렇게 얼마를 올라을까...대략 45분정도

이제 사면을 벗어나 능선에 도착해서 숨 한번 고르고 이제부터는 걷기도 편한 능선길을 걸으니 발걸음도 한결 여유롭고 마음도 가뿐하다.

뽀드득 뽀드득 그 소리도 아름답다.

 

순백의 길을 걷고 있노라니 마음도 행복하고 순수해지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미소가 좋아라 한다.

지난주 산행때도 눈이 있었지만 지금의 눈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뭔가의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지난주 산행때는 힘들어 하던 미소도 오늘은 아주아주 행복한 얼굴이다.

 

급경사 길을 벗어나면서 부터는 부드러운 능선길을 살방살방 걸으니 어느덧 11시 50분에 여시골산 정상에 도착한다.

그런데 허걱....1.5km 거리에 한시간도 더 걸렸네...그럴수도있지 뭐.

오늘 계획은 짧게는 운수봉에서 바로 직지사로 하산을 하거나 좀 더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황악산 정상부근에서 직지사로 하산이다.

가려서 안 보이는 뒤의 여우굴은 생각보다 꽤 깊다.

 

등산은 이제 겨우 1시간30분정도 했을 뿐인데 뭘 푸짐하게 했다고...음...암튼...그래도 배는 고프다.

조금 더 진행을 하다가 의자 두개가 있는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그런데....한참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뜨금없이 웬 사람들의 모습이...흐미..놀래라.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의 모습을 못 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올씨다나.

버스로 안내산행을 왔는지 끝도없이 계속해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순간 살짝 기분이 안 좋아진다.

왜...왜냐하면

이제부터 걷는 길은 순백이라도 같은 순백의 길이 아니기에...

조금 힘들긴 해도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걷는 기분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을만큼 정말 좋은데...

 

뭐 어떻게 하겠어.

산은 내 산도 아니요 네 산도 아니며 우리 모두의 산인것을...

순간순간 변하는 모습에 따라 내 마음도 변할게 아니라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야하겠지...

맛난 점심을 먹고 이제부터는 푹푹 빠지는 눈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지나 가서 맨들맨들 미끄러운 길을 걷는다.

 

평화롭던 날씨가 갑자기 변화을 부리기 시작한다.

짙은 안개가 밀려오는 듯 하더니 햇빛이 반짝이고 다시 안개속에 어두워지기도 하고...

저 멀리 보이는 것 같은 황악산 정상은 안개속에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

 

처음에는 한 사람도 안 보이던 등산객들의 모습이 황악산 정상이 가까워 올 수록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하긴 그래도 이름있는 산이니깐...

 

운수봉에 도착하니 1시40분.

이제 또 다른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바로 하산을 하느냐...아니면 조금 더 진행을 해서 정상까지 가느냐...

 

후배와 미소의 의견을 종합한다.

후배는 바로 하산을 하자고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미소의 의견이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미소...

그래 아직 시간도 이르고 하니깐 정상까지 가자...

아싸...얼씨구나 절씨구....좋다...좋아.

 

그렇게 결정을 하고나니 지금까지는 널널했던 시간이지만 이제부터는 그렇게 여유를 부릴만한 시간이 없다.

빠르면 3시경에 늦어도 4시 전에는 정상에 도착하겠지...

순간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자욱한 안개가 밀려온다.

오후에 눈이 온다는 예보인데....정말 눈이 올려나.

음....그래 눈 와도 좋다.

 

우리의 더닌 발걸음에 후배는 저만치 혼자서 앞서 가더니 이제는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정상을 얼마 안 남겨놓은 나름의 전망대에서 증거자료를 남겼는데 왜케 추워보이지...이상하네.

암튼 그건 그렇고 전망대에서 바라 본 경치는 과연 절경이다.

마음으로만....뭐가 보여야 감탄을 하던지 말던지하지...켁.

 

끝없는 오르막 길에 서로에게 격려의 힘을 전하며 걷다 보니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드디어 그 모습을 안개속에 숨기고 있던 황악산 정상이 눈에 들어 온다.

먼저 온 후배는 바람부는 정상에서 벗어나 휴식중이라나 뭐라나...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빠른 3시10분경에 정상에 도착한다.

하지만 주변 경치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증거자료를 남기고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젊은 남녀 한쌍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후배의 말에 의하면 벌써 몇십분째 저러고 있단다.

정상에서 한참 있다가 다시 헬기장에서 한참 있다가 다시 정상으로...다시 헬기장으로...정상...헬기장...

하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다른게 아니라 언제 하산을 하려고 저러나...그게 걱정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날도 어두워지고 날씨도 더 추워질텐데...

백두대간...

보다 더 체계적으로 한구간 한구간 진행을 하면 좋겠지만 지금처럼 서로의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상황에 맞춰 진행을 하는것도 뭐 괜찮다.

 

황악산...세번째

그 첫번째 때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니 황당하게도 직지사가 아닌 웬 도로가 나왔는데...헐...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는 이정표가 없어서 망봉을 넘어 그 어딘가로 하산을 했던것 같다.

 

그런데 이건 또 뭐냐.

정상 부근에서 바로 있어야 할 직지사 방향의 하산로가 없다.

지도에는 분명 있는데...

그래...그럼 좀 더 가서 형제봉에서 하산을 하지 뭐...

누구 맘대로...

우쒸...얼어죽을...그 길에는 보기좋게 출입금지라는 낯설은 글씨가 보인다.

 

정말 너무하네....그럼 어쩔 수 없이 신선봉을 경유에서 직지사로 가는 수 밖에...

음....어디보자...어둠기전에 내려갈 수 있을까...

 

형제봉을 지나 4시경에 신선봉 갈림길에 도착해서 우두령 방향을 보니 이쪽으로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만약 아침에 우두령에서 산행을 시작을 했으면 지금쯤 우리 세명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그냥 상상을 해 본다.

아직도 헥헥 거리며 눈과 씨름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황악산 부근이나 직지사 어디쯤에 있을까...

삼거리에서 우두령은 다음에 꼭 가리라 마음 다짐을 하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후배는 배낭커버를 이용해서 아주 잠깐 눈 썰매를 타며 혼자 신나서 좋아라 한다.

저 멀리 아직은 기울기 전인 해를 보며 어렵지 않게 신선봉에 도착하니 4시30여분...

 그렇다면 남은 거리가 3km 라고 해도 하산길이니깐 잘 하면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을 할 수 있겠지.

1시간30분 정도 잡으면...에고에고 그래도 6시네...헐.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난구간이 있었으니...

 

어둠기 전에 하산을 하려고 발길을 조금 빨리 하면서 걷는데 이건 완전 빙판에 급경사 길이다.

나와 후배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길이지만 미소에게는 얘기가 틀려진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눈길...

 

아이젠을 하고서도 미끄려져 넘어질까봐 한발한발 무척이나 불안불안해 하며 더 없이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내가 뭘 어떻게 해 줄 수도 없으니 옆에서 지켜보는 이 마음도 안타깝다.

 

신발이 발과 따로 놀아서 더 불편한가 보다.

내려가면 당장 바꿔야지...

 

마음이 불안하니 긴장은 더 많이 할 수밖에...

그래서일까...내리막길인데도 온 몸이 땀으로 얼룩진다.

하지만 저번처럼 짜증을 내는 얼굴이 아닌 긴장되고 불안해 하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조심조심...한발 두발...조금 만 더 참아...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지만 그 모습이 너무 안스러워서 마음 같아서는 업고서 내려오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미소가 누구인가.

넘어지지도 않고 잘 참으며 한발한발 걸으니

아.............드디어 5시 30분에 망봉 삼거리에 도착한다.

에구에구....고생했어.

 

이미 날은 어둠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정표에는 아직도 갈 길이 1.4km나 남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용한듯한...

이정표에는 없지만 바로 저 이정표 뒤로 직지사로 하산하는 길이 있어 망봉을 거치지 않고 여기에서 바로 직지사로 하산을 한다.

 

조금씩 조금씩 짙어지던 어둠이 어느순간 산기슭에 무겁게 내려 앉는다.

하지만 하얗 눈 덕분에 랜턴을 켤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서로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빨라진다.

 

저 멀리서 은은하게 종 소리가 들려오고 짙은 어둠속에 불을 밝힌 산사의 모습이 아름답다.

시간이 없으니깐 직지사는 다음에 보자...

 

조용한 어둠속을 걸어 주차장에 도착하니 6시20분.

다시 괘방령에 올라 후배와 다음을 기약하며 안녕을 하며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8시간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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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때로는 실패를 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초과 달성을 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문제들 때문에 중간에 포기를 하기도 하고...

 

그래....물론 계획이니깐 실천을 해야겠지...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계획했던 것을 다 실천했다고 가정해 보면...

이건 말이 안 되지...

 

정말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 한 사람도 없이 모두가 재벌이고 부자일것이며...

모두가 공부 잘 하고 키 크고 날씨하고 예쁘고 멋있고 능력 있을테고...

너도나도 의사, 변호사, 판사...여기도 사장 저기도 사장일텐데...

이게 말이 돼.

뭐 한두가지겠어...

말 하자면 그렇다는 얘기지...뭐 다른뜻은 없다.

 

오늘도 이렇게 처음의 계획과는 다른 산행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큰일이 나거나 문제가 될 일도 전혀없다.

계획이 틀린게 아니라 그냥 그 상황에 맞게 수정을 하면 되는거다.

아무 문제없다.

 

음..........

내년 신년 산행계획은 어떻게 잡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