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신풍령에서 부항령까지 - 3

산빛사랑 2012. 9. 24. 18:15

 

이제 내리막 길을 3.5km 시간상으로는 약 1시간30분만 가면 덕산재다.

덕산재에 도착하면 오늘의 산행도 얼마남지 않으리라.

 

그리고 라면을 먹을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덕산재를 향해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긴다.

대덕산 정상에서 30여분 내려오다 보면 바로 길옆에 있는 대덕산얼음골약수터.

갈수기에는 물이 말라서 큰 기대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은 아주 맑은 물이 넉넉하게 고여있다.

그리고 한방울 한방울 똑똑 떨어지는 물이 아니라 바닥에서 샘솟는 물이라서 그런지 아주 시원하고 그 물맛이 과연 일품이다.

 

그 꿀물같은 물을 아주 맛나게 마시고 각자의 수통에도 보충을 하니 웬지 모르게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분이다.

지그재그 길을 따라 덕산재에 도착하니 1시 40분인가....암튼

 

길옆 작은 소로에 자리를 잡고 라면을 끓인다.

잠시 후.....그 어떤 라면보다 맛있는 라면을 먹으며 후배가 부항령 도착시간을 어림잡아 보더니 대략 5시쯤이란다...울랄라.

 

계산 착오도 이런 착오가 없다...어떡하지.

어제 삼도봉에서 자고 오늘 부항령에 도착하면 대략3시쯤.....뭐 요렇게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허걱.

 

그냥 가려고 하다가 기념으로 증거자료를 남기려고 한장 찰칵....

지금 시간이 2시20분...부항령까지 남은 거리는 5.2km

뭐...어려워도 다섯시 전에는 도착할 수 있겠지...당연하지...누구 맘대로...

 

한참을 쉼없이 오르는데 중간중간 포도 껍질이 눈에 보인다.

포도를 참으로 좋아라 하는 미소....그 껍질만 보고도 침이 꼴깍꼴깍 넘어 간다.

그러면서 둘이 또 이런저런 농담을 하며 걷는다...남들은 전혀 모르는...

 

그렇게 한참을 오르니 의자가 있는 갈림길에 3시에 도착을 한다.

가 보지 않은 길이라 잘은 모르겠으나 이제부터는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그냥 편하고 편한 능선길이라 생각 해 본다...착각.

갈림길에서 부터 아주 수월한 길을 걷노라니 이 길을 걷고있는 사람이 우리 세명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좋다 좋아...길은 띵까띵까요...작은 소음도 들리는지 않는 고요함속을 걷는 기분이 참으로 좋다.

그러나 아뿔싸....그것도 잠깐.

산책길이 끝나고 사람없는 숲속을 걸으며 가야 할 능선을 바라보니 으아악.....오르막이다...그것도 한참 오르막이다.

 

앞선 간 후배는 그림자는 커녕 말소리도 들리지 않을만큼 멀리 사라져 버리고 없다...

둘이서 마지막 있는힘을 다해 오르막을 한참을 오른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그렇게 한참을 오느다가 함께 산행을 하기 시작후 처음으로 미소가 쉬었다 가자고 한다.

에구에구....애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런 말을.

하긴 나도 너무 힘이 들어서 이 상태로 조금만 더 갔으면 쓰러질뻔했다.

 

물 한모금 마시고 기력 보충해서 조금은 느리지만 뚜벅뚜벅 한발한발 걸어서 힘겹게 오르니 저 앞에서 쉬고있는 후배의 모습이 보인다.

헥헥...그냥 편안한 능선은 무슨 얼어죽을...에고에고 왜케 힘든거야.

 

그래도 지나 온 만큼 가야 할 거리가 줄었으니 마음도 가볍게 걸어 보자.

오르막에서 많이 지쳐 보이던 미소의 표정도 괜찮아 보인다.

 

조금 걷다보니 의자가 있는 833봉에 도착한다.

이런 우라질레이션...몇 미터앞에 의자가 있다고 이정표를 만들어 놔야할거 아냐...응.

괘씸해서 그냥 통과.

이제 얼마남지 않아서 금방 나올 줄 알았던 부항령은 가도 가도 나오지 않고

앞에 보이는 능선만 넘으면 나오겠지....아니네.

이제 정말 저 능선만 넘으면 나오겠지....또 아니네..

아 이제 진짜진짜 저 능선만 넘으면 나오겠지.....이런 또 아니네...

이 산이 아닌게벼...울고 싶다.

정말...

마지막 목적지인 부항령을 향해 가고 있는데 뜬금없이 853봉이 나타나네...헐.

아까 본 833봉을 853봉이라고 부르는거겠지 하며 혼자 착각을 했네...썩을.

가야 할 부항령은 아직도 1.7km나 남았네....어찌하오리까.

 

산 넘어 산이고 보여야 할 부항령은 보이지 않아도 기분은 좋다.

왜...걷다보면 부항령도 곧 나타날테고 그리고 그 무엇보다 미소와 함께걷는 길이라 그냥 한없이 좋다.

그래서 남들은 모르지만 힘들게 걸으면서도 나름의 즐거운 시간을 만들며 즐겁게 걷는 둘만의 방법이 있다.

무슨 방법이냐고 물으신다면.....비밀이라고 말씀드리오리다.

아...정말 이렇게 눈물나게 반가울수가...

 

오늘중으로 그 모습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을것 같던 부항령에 도착하니 후배의 예상처럼 정말 5시다.

애기야.....정말정말 고생 많이했다.

집에 도착해서 맛난거랑 이슬한잔 하자.

 

소로를 따라 삼도봉터널 입구에 도착하니 후배가 정자에 큰대자로 누워있다가 일어난다.

 

이제 다시 늙은 나의 애마를 이용해 신풍령으로 가기위해 오두재를 힘겹게 넘는데 나의 애마에서 뭔가 타는듯한 냄새도 나고 영 기분이 이상하다...

뭐...약간의 어려움은 있었으나 신풍령에 잘 도착해서 후배와 안녕을 하며 10월에는 속리산의 상학봉이나 조령산을 등산하기로 약속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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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후배가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해서 확인한 바로는 신풍령에서 부항령까지 길게 잡아도 10시간 정도.

그런데 우리는 1박2일에 소요시간은 13시간이나...

그래서 후배와 나는 다음 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산행시간에 최소한 1.5배를 더 한 시간을 우리의 산행시간으로 정하기로 한다.

 

그리고 또 아무리 짧은 산행시간이라고 해도 산행코스와 몸의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우리의 산행시간이 길어질 수 있음을 다시한번 생각 해 본다.

 

그리고 또 한가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산행기는 말 그대로 그 사람의 산행기일뿐

나 자신이 그 산속에 들어 가 보기 전에는 절대로 그 산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직접 산을 찾기전에는 자만을 해서도 혹은 두려움을 먼저 갖을 필요도 없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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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05)

그 무슨 말을 할 수도 없는 가슴이 너무나 아프고 답답하다.

마치 심장에 진한 먹물이 쏟아진 듯한 어두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