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30분인가 45분인가에 신기항에서 출항하는 금오도 여천행 첫 배를 타기 위해서 동이 트기전에 일어나 이른 아침을 먹는다.
뭐...대충 하는것 같았느는데 아침이 아주 꿀맛이다.
그리고 산에서 먹을 점심 도시락도 간단하게 준비한다.
숙소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신기항으로 향해 달리는 길에 바닷 바람에 실려오는 새벽 공기의 신선함이 좋다.
요즘 부쩍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금오도하고도 비렁길.
그리고 더군다나 3일 연휴라.
때문에 조금이라도 덜 복잡하게 움직이기 위해 첫배를 탄다.
신기항에 도착하니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선박에 차를 싣고 승선을 하느냐고 분주하다.
바닷 바람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날씨가 훨씬 더 춥다.
날씨를 깔보고 어설프게 복장을 준비한 관계로 많이 추워라 하는 미소가 임시 방편으로 차량에서 무릎 담요를 챙긴다.
그리고 예비로 준비했던 옷들도 아예 처음부터 입고 출발한다.
배에 승선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추운 방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창밖을 지그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첫 배라서 아직 난방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흐미 추운거.
나와 미소는 창 밖으로 밀리는 듯 스쳐 지나가는 섬과 풍경들을 바라보며 금오도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꿈꾼다.
돌산도 신기항에서 바로 코 앞에 보이는 금오도 여천항까지의 소요시간은 20여분.
배가 여천항에 도착하자 마자 사람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오늘은 사람들이 많아서 임시편까지 운항한다.
사전 지식으로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배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가 운행한다고 했는데.....헐.
버스 무슨 버스....얼어죽을.
그 많은 사람들이 버스는 아예 구경도 못 하고 서로 어떻게 할까 이리저리 돌아 다니며 망설이고 있다.
급기야 성격 급한 사람들은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간다.
금오도에서 부부가 운영한다는 딱 두대밖에 없다는 택시...믿거나 말거나.
지금 불러도 언제 올지 모른다.
왜...금오도 어띠쯤에서 출발해서 올지 모르니깐.
가만....생각 해 보자...어떻게 할까.
매표소에 물어보니 마을버스는 언제 올지 자기들도 잘 모른단다...기사 마음이겠지 뭐...
그렇다고 택시를 부르자니...이게 또 언제 올지도 모르겠고.
또 그냥 무작정 택시를 부르자니 여기저기서 택시를 부르고 예약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언제 내 차례가 올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음....고민이네.
금오도에서의 계획은 여천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함구미까지 가서 비렁길 1코스를 걸은 후에 두포에서 대부산을 등산하고 다시 여천항으로 내려오는 것인데...
그런데...처음부터 영 어렵네.
나름 고민을 하며 망설이고 있는데 미소가 대부산을 먼저 등산하는 것이 어떻겠는냐고 물어 본다.
뭐....그래...좋은 생각이다.
여기에서 함구미까지 1시간 이상 걸어가는 것도 아닌것 같다.
그래서 여천항에서 지척에 있는 대부산 등산로를 찾아 간다.
그리고 계획은 변경하여 대부산을 먼저 등산하고 정상부근에서 두포로 내려가는 길을 찾으면 그리로 가고 아니면 그냥 함구미로 내려갔다가 그 곳에서 두포로...
여천항에서 경사로 길을 올라 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왼편으로 100여미터 가니 대부산 안내 표지판이 있다.
간단하게 산행 준비를 하고 저 뒤로 보이는 능선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배에서 내린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산행길에는 오로지 우리 둘뿐이다.
한적한 마을 뒷길같은 길을 아주 편하고 여유롭게 오른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을까봐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단 둘이서 오붓한 산행을 할줄이야...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하는 듯한 기분으로 조금씩 오르다 뒤 돌아보니 어느덧 발 아래로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아주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기분이 상쾌하다.
능선의 칼이봉 이정표에 도착해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얼마를 걸었을까...
등산로 양쪽으로 울창한 숲 때문에 전망이 꽝이였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며 암반 지대가 나타난다.
야호...그래 바로 이거야.
애기야...좋지.
저 멀리...올망졸망 작은 산들과 푸른 바다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미소와 나는 좋아라 하며 이방향 저방향으로 돌려가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숙소에서 아침먹고 그냥 편하게 배 타고 와서 잠깐 등산을 했을 뿐인데 벌써 배가 고프다...
뭘 푸짐하게 했다고 배가 고픈지 모르겠다....참...신기하지.
사실은 능선에 도착했을 때부터 배가 고팠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여기까지 참고 왔다는 거...
여기에 도착해서 바람 한점없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펴고 맛난 점심을 먹는다.
오가는 사람 한명 없는 가운데 눈 앞으로는 그림처렴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밥맛이 완전 꿀맛이다.
저 앞에 능선 바로 밑 암반에서 휴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우리를 보고 있겠지...
발 아래...
아침에 출발했던 신기항이 보이고 돌산도와 백야도를 연결하기 위해 건설중인 연륙교도 보인다.
그리고 금오도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선박들이 쉴새없이 물살을 가르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밥을 먹은 장소와는 달리 여기에서 부는 바람은 완전 태풍 수준이다...
문바위에서 바라 본 풍경.
첫 배로 금오도를 왔기 때문에 시간이 완전 널널하다.
그래서 등산을 하면서 아예 시간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쉬고 싶으면 아무곳에서나 그냥 쉬고 그러다 다시 가고 싶으면 또 발길 옮겨지는 곳으로 걷고...
그러는 사이에 저 만큼 멀리서 뒤 따라 오던 중년의 부부가 느림보 우리를 앞질러 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우리 방식 그대로 완전 띵까띵까 룰루랄라....
문바위를 지나 조금 더 걸으니 이전의 풍경보다 더 멋진 경치가 눈앞에 펼쳐지며 순간 나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을 연발하게 된다.
사진이 역광이든 뭐든 일단 담고 보자...
저 멀리 보이는 바다가 마치 얼음이 얼은것 처럼 보인다.
다음에 다시 금오도를 찾으면 칼이봉에서 저 작은 봉우리들을 넘으며 안도까지 가 봐야지...
곳곳에 펼쳐지는 경치를 구경하며 오솔길 같은 편한 길을 걷는다.
그러던 어느순간 저 멀리 꼭꼭 숨어있던 대부산의 팔각정이 눈에 들어 온다.
음....조금 멀어 보기는 하네.
하지만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덧 팔각정에 와 있다.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끝내준다고 했던가...
그러나
몸을 날려 버릿듯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잠시 잠깐 서 있기도 힘들다.
에라...모르겠다...경치고 뭐고 그냥 가자...후다닥...
함구미 방향으로 100미터나 150미터 정도 내려가다 보니 왼편으로 갈라지는 길이 보이고 저 멀리에 리본도 보이다.
아싸...요 길이 바로 두포로 내려가는 길이겠지.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서는 두포에서 올라 오는 길만 확인했는데 용케도 내려가는 길을 찾았으니 이 어찌 아니 좋으리오...음하하하.
내심 좋아라 하며 미소에게 자랑스럽게 말을 한다.
나나 하니깐 이렇게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을 가는거라고...
요때가 아마도 11시 20분경이라...
좋았다...길도 기분도.
그러나 10분도 못 갔다.
아니...개뿔 10분은 무슨 10분...아마...5분도 못 갔을거다...
좋은 길도 좋은 기분도...깨겡.
아....문제의 구간.
그런데 걷다 보니 길이 아랫쪽으로 향하는게 아니라 웬지 느낌도 묘하게 계속 다시 산 정상쪽으로 향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일단 계속 걸어보자...
조금 더 가니 왼쪽의 확실한 길과 달리 오른쪽에는 그냥 길의 흔적이 어렴품이 보일뿐이다.
음...그래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니깐 길이 이렇겠지.
뭐...길의 흔적이라도 있으니깐 그냥 따라가면 되겠지...
썩을...누구맘대로...
앙...
그 희미한 흔적도 잠시뿐.
곧이어 길 같지 않은 길의 흔적도 완전히 사라지고 이제부터는 말 그대로 그냥 가고 싶은데로 아무데나 막 가는거다.
아...여기까지 와서 오지산행을 할 줄이야...
그래도 다행인것은, 아무리 오지산행이라고 해도 작고 낮은 산이라서 조금만 내려가면 되기 때문에 마음은 편안하다.
그리고 뒤에서 열심히 따라오는 미소의 모습에서도 싫은 기색대신 여유있게 즐기고 있는 표정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타난 너덜지대.
허걱...길이 없어 그냥 어떻게 걷다보니 이 너널지대를 저 위에서 왼쪽으로 횡단했다가 산속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또 어떻게 하다보니
이번에는 너널지대를 다시 오른쪽으로 횡단을 한다...
허걱....너 지금 뭐하니.
미소는 뱀이 나 올까봐 살 짝 겁이난다고...
그리고 요렇게 사진을 찍고 아무 생각없이 몇 발자국 걸었을까...
푸른 하늘을 보며 무슨무슨 생각을 하다가...어라.
흐미...썬그라스를 놓고 왔네...켁.
멀리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안경 가져오고 또 다시 산속의 잡목과 나무를 헤치며 아주 제대로 오지탐험을 한다.
그렇게 얼마을 걸었을까...고로쇠 채취를 위한 하얀 호스들이 보인다.
음...방풍나물만 있는 줄 알았는데 금오도에서도 고로쇠을 채취하는구나...
가시덤불을 피해가며 이리저리 한참을 걷다 어느 지점에 왔는데 살짝 길 비슷한 느낌이 나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음...암튼 다행히 숲속에서는 빠져 나온것 같고 이제부터는 바위들로 이루어진 길 같지 않은 길을 걷는다.
마음은 한결 편안해지며 살짝 여유을 부려보기도 한다.
길도 없는 숲속에서 단 둘이 다정하게 걷고 있는데 저 멀리...
뜬금없이 사람이 보인다...뭐지 이건.
좀 더 내려가서 보니 남자 둘이서 고로쇠 채취을 하기위해 열심히 무슨 작업을 하고있다.
그러면서 우리를 발견하고 하는 첫 말이...
여기 길도 없는데 어디서 내려와요...
길을 잘못 들었구만...
그 길을 따라가다 개울을 건너서 오른쪽으로 가요...
그러면서 길이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이건 대화라기 보다 그냥 혼자하는 넋두리 같은 말이다...
그런 말 말고...고로쇠 수액이나 한모금 마시라고 줬으면 더 없이 좋아라 하며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를 했을텐데...
에이....인심한번...그냥 그렇다는...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개울을 건너라는 건지...
중간중간 길이 있다 없다...(어 이건 노래 제목인데)
암튼 개울을 건너기는 건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길의 모습이 확연하고 옆으로 보이는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계곡의 모습이 정말 깨끗하고 아름답다.
중간에 동백꽃에 취해 한참을 사진 놀이에 열중하고 몇걸음 더 내려오니 밭에서 일을 하시는 할머니가 보이고 곧이어 블로그에서 봤던 그 다리가 보인다.
바로 요 다리...
등산로는 이 다리를 건너 중앙에 보이는 길로 올라서야 한다.
그리고 아마도 내 생각에...
이 길로 얼마간 올라가다 보면 한쪽은 사면이고 한쪽인 계곡길인 Y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 길이 정상적인 등산로 같다.
왜...숲속에서 방황하던 내가 오른쪽 길에서 내려왔으니깐...
오지탐험을 한 산의 흔적을 찾아 한번쯤 뒤 돌아보고 몇 발짝 걸어오니 드디어 비렁길 1코스의 종점인 두포마을 무슨 휴계소 앞이다...휴
슈퍼에는 비렁길을 걷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어떤이는 짜증을 내며 소리를 지르고...음...아니지 싶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
보통이라면 3시간이면 충분할 시간을 4시간 이상이나 산행을 했네.
멀리 바다 건너 금오도 대부산까지 와서 오지산행을 한 미소.
짜증한번 내지 않고 싫은 기색 한번없이 항상 밝은 얼굴로 함께 해 줘서 정말 고맙고 행복한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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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계소에서 간단하게 아이스구리무 하나씩 먹고
비렁길을 걸으면서 먹을 캔맥주 하나와 간식 거리도 조금 사 가지고 이제부터는 비렁길 1코스를 걸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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