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렁길 1코스를 역으로 걷기 시작한다.
오지탐험을 하며 즐거운 산행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한결 더 여유롭게 비렁길을 걸어 볼까나...
그 시작과 함께 처음으로 만나는 산죽터널.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서 사진 한장씩은 다 찍었으리라 생각되는 장소다.
사진으로는 꽤나 길어 보이지만 사실 그리 길지는 않다.
그러나 짧아도 제법 운치있는 풍경이다.
비렁길 1코스는 인위적인 것이 없이 해안을 따라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그런데 뭐야 이건...
두포에서 함구미 방향으로 걷는 사람은 나와 미소 그리고 중년의 한 여성...딸랑 3명 정도.
그러나 함구미 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은 왕창 또 왕창 좀 있다가 또 왕창...우쒸.
코스를 역으로 걷다 보니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을 피하기가 바쁘다.
그리고 등산을 하고 왔는데 마치 또 등산을 하는것 처럼 왜케 오르막이 많은거야.
하지만 이게 어디 오르막에 낄 자격이나 있나.
눈 앞으로 펼쳐진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걷는 길은 그냥 한없이 좋다.
중간중간 지평선을 바라보고 담소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얼마 후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고 비렁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신선대에 도착을 한다.
신선대에 도착해서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서로가 아무말 없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본다.
음......좋다...좋아.
둘이 앉아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신선대를 왔다간다.
가족끼리...연인끼리...끼리끼리...
어떤이들은 사진을 찍고 또 어떤 이들은 주변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또 문제의 어떤 사람은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앉아있던 그 위치 그 자세 그대로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래...좋을때다...좋을때야...
바다건너 오른쪽 저 멀리 외나로도가 보인다.
그리고 심안의 눈으로 잘 보면 위성 발사대의 모습도 볼 수 있겠지...
비렁길을 걷는 도중에 대략 6~70 L 쯤으로 보이는 대형 배낭을 메고 지나가는 일행들이 있다.
음....보아하니 방파제나 그 어디에서 야영을 할 생각이겠지.
그 모습을 본 미소.
우리도 다음에는 텐트을 가지고 와서 야영을 하며 오늘 못 다한 대부산 등산과 비렁길 나머지 코스를 한번에 다 돌아 보자고 한다.
음...그래...아주 좋은 생각이야.
저 멀리 비렁길 2코스의 해안절벽이 마치 무슨 발톱처럼 보인다.
두포에서 보이는 2코스는 처음에는 시멘트 포장길인데 그 나머지 길은 안 가 봐서 모르겠다.
그냥 귀에 들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중에...
어떤 사람은 이제 그만 걷고 여기서 그냥 돌아 가자고 한다.
신선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나머지 비렁길을 걷는다.
여기까지 걸어온 길에 비하면 지금부터 걷는 길은 아주 순하고 편하다고해야할까...
비탈길도 없이 길도 더 넓고 걷기에 아주 편안하다.
함구미 선착장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대부산의 팔각정을 올려다 보며 우리가 어디쯤에서 부터 길을 잘 못 들었나 그냥 한번 생각 해 본다.
초분을 지나서 잠깐 왔는데 어떤 사람이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뭐...특별할 것도 없는거 같은데...
그래도 어디 한번...
뭐 돈 드는것도 아니고.
아...사진 좋네....좋아.
이제는 마을 주변이라서 가끔씩 밭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벌써.
정말 잠깐이네.
지난 겨울이 아무리 춥고 눈이 많이 왔어도 벌써 봄이라네.
데크가 있는 길에는 그 모습도 아찔하게 바위 하나가 굴러 데크 한 가운데에 박혀있다.
만약에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끔찍하다.
바위가 굴렀으면 빨리 치우지 뭐 하고 있는거야...
걷는데 지장은 없지만 좀 그렇잖아.
미역널방에서 바라 본 외나로도.
이제 함구미가 멀지 않은 미역널방에 도착한다.
미역널방에는 무슨 조형물과 함께 망원경이 있어 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해 놨다.
망원경속에 외나로도와 고흥 팔영산을 담아 본다.
이제 가자.
잠시 후 함구미의 버스 승강장에 도착한다.
자...이제 부터가 또 문제로구나....문제야.
승강장에 몇몇 사람들이 모여있다.
버스 시간을 보는 사람...
택시를 부르는 사람...
어떻게 해야하나 나처럼 망설이는 사람...
택시를 탈까...아니면 그냥 걸어갈까.
택시를 부르자니 언제올지 모르겠고 걸어 가자니 1시간 이상 포장길을 걸어야 하고...
아아아아아....고민이네.
미소에게 의견을 구하며 몸 상태을 물어보니 걸어도 괜찮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그냥 걸어 가는것도 좋을 것 같다고...
그래...그러면 그냥 띵까띵까 걸어볼까.
저 앞에도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네.
약 20여분 걸었을까...
혹시나 하고 히치하이킹을 하기위해 지나가는 트럭을 향해 손을 들었는데 단번에 태워준다.
아.......금오도 인심....진짜 좋네.
그런데....어라....여천항까지 차로도 한~~~참 을 간다.
미소와 나.....여기까지 걸어 왔으면 정말 큰일날뻔 했다며 서로의 얼굴을 보고 살짝 미소를 보낸다.
그런데.......헐.
여천항까지 다 와서 내릴려고 하는데....
뒷 좌석에 있던 두 분이 내릴려고 하면서 하는 말...
얼마 드리면 되죠...엥...뭐야 이건.
내가 너무 순진했나...헐.
아니....그럼 처음부터 공짜가 아니라 돈을 받는다고 말을 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안 그래.
나름 정말 고마워서 슈퍼에서 막걸리라도 한통 사 드릴까 아니면 음료수라도 사 드릴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미소는 한술 더 떠서 그냥 일만원을 드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데...
암튼
얼마 드리면 되죠....네...만원요.
얼떨결에 우리도 거금 일만원을 지불하고 뭔가 이상한 그리고 한편으로는 왠지 속은듯한 기분으로 내린다.
뭐...하지만 편하게 잘 왔다.
만약 지금도 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면.....상상만 해도....음....정말 끔찍하다....끔찍해.
미소왈...
걸어 오면서 아까 그 트럭이 지나가는 걸 봤단다.
그러면서 혼자 들은 생각이....할아버지가 트럭으로 알바를 하시는 것 같다고....
그러고 보니 그냥 태워 주시는 거면 그냥 아무데나 태워 주시면 되는건데...
어쩐지 아까 태워 달라고 손을 흔들던 사람들을 안 태워주더라니...
왜...화물칸에 태우고 돈을 받을수는 없으니깐...
암튼 그 할아버지 덕분에 잘 왔으면서 너무 많이 떠들었네....아...실수.
할아버지...감사합니다.
덕분에 편하게 잘 왔어요.
여천항...
금오도 여기저기에서 나온 사람들로 시끌버끌.
또 차들도 엄청 많이.
급기야 서로 먼저 차을 싣겠다고 약간의 소란도 오고가고
길게 늘어선 표를 사기위한 줄을 웬지 줄지도 않고...
우리는 막 달려서 10초 차이로 배를 놓치고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며 허망하게 발길을 돌리고...뭐야이게...좀만 기다리지...
발길을 옮겨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다음 배가 들어와서 이제 하루를 알차고 행복하게 보낸 금오도를 떠난다.
금오도야 안녕...
대부산도 좋았고 비렁길도 좋았고 다 좋았다.
오늘 하루 정말정말 더 없이 즐겁고 행복했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배에서...
묵찌바...하나빼기...엄지들어 올리기...
정말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프도록 빼꼽 빠지게 웃었다.
이유는....
나와 미소...둘만 알지요.
다시 신기항에 도착해서 순천을 향해 가는 도중에 해안에서는 낙조가 멋진 노을을 선물해 준다.
잠시 그 노을을 보며 밤길을 달려 오늘의 숙소인 낙안읍성에 도착한다.
낙안읍성 정문에 도착해서 예약한 민박집인 이방집에 전화을 하니 친절하게 직접 마중을 나오신다.
그리하여 낙안읍성 안으로 차를 가지고 들어간다.
저녁에 고기와 함께 맛나게 먹을 야채는 파는데가 없어 못 샀다.
뭐...그냥 김치하고 먹어도 얼마든지 맛있다.
왜...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한거잖아.
가장 중요한건 푸짐한 상차림이 아니라
서로의 따뜻한 마음과 가슴으로 느껴지는 충만한 행복이리라...
이방집 8호실.
오늘 만큼은 우리방.
방은 작지만 없을 건 없고 있을 건 다 있다.
미소는 저녁을 준비하고 나는 잠시 마당을 거닐며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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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시간까지 오늘 하루 참으로 알차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저녁을 먹고 내일 조계산 등산을 위해 자자.
저녁은 방안에 냄새을 걱정하는 주인장과 쌀쌀한 날씨로 인해 불타는 목살대신 보글보글 찌게를 끓여 먹는다.
음...............맛나다.
내일은 아침일찍 안 일어나도 되니깐 그냥 맘것 푹 자자...
중간에 살짝 깨어보니 듣는 사람도 없는데 티브가 혼자 뭐라뭐라 열심히 떠들고 있다.
다시....쿨~~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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