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형 안 일어나요...하며 깨운다.
조금 더 누워있을까 하다가 어차피 잠도 안 오고해서 일찍 일어 나기로 한다.
햇반으로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 놓고 또 햇반과 라면으로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후배는 샘에서 물을 떠 오고 그때까지 이불속에 있던 후배도 내려온다.
잠간의 시간을 이용해 구름과자를 먹으려고 밖에 나갈려고 했는데 사람을 날려버릴듯한
칼바람의 기세에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래 내가 참는다. 참어.
그런데 그 시간에 무시무시한 칼바람과 어둠을 뚫고 삿갓재 방향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무박산행으로 영각사에서 이른 새벽에 등산을 시작한 사람들이리라.
음.....정말 용감하고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야할지...
아님.....정말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걱정을 해야할지.
아침식사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증거자료를 남긴다.
대피소의 온도게를 보니 영하20도 정도다...흐미.
여기에 칼바람의 체감온도는 얼마일까...
앞으로 능선에서 바람이 더 세차게 불고 날이 추우면 사진도 찍을 수 없으리라.
일행중 한 사람은 무릅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여기서 바로 하산을 하기로 한다.
음.....여기까지 와서 바로 하산을 한다고 하니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
이런날 무리하게 산행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 한 불상사가 발행할 수도 있는 일.
아쉬움을 뒤로 하면서 서로에게 안전을 당부하며 산행후에 다시 만나기로 한다.
7시30분이 조금 넘은 시간.
드디어 살점이 떨어질듯한 칼바람과 강추위 속으로의 산행을 시작한다.
약 1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한 무룡산.
어쩔 수 없이 완전 중무장을 했으나 눈섭에도 얼음이 얼고 그냥 서 있기에도 힘겨워
그냥 증거자료 한장만 남기고 쉬지도 않고 바로 출발한다.
대피소에서 무룡산까지는 오름막 길이라서 조금 힘이든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눈도 제법있고 해서 완전 얼음판이다.
무룡산에서 약 1시간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동엽령.
무룡산에서 여기까지는 다른 산에서는 거의 보기힘든 평지수준이다.
날씨만 좋으면 쉬엄쉬엄 사진도 찍으면서 여유있게 경치를 구경하며 왔을텐데
산의 모습은 아주 가끔만 그 모습을 보여줄뿐 자욱한 안개와 눈뜨기도 힘든 칼바람에
날리는 눈 때문에 전망이라고는 하나도 볼 수가 없다.
그나마 동엽령에 도착하니 조금이나마 덕유산의 능선들을 볼 수가 있다.
칼바람과 추위는 그 위력을 더해 가지만 용기내어 맨 얼굴로.
그런데 얼굴이 왜케 동그란지 모르겠다.
저 뒤로 보이는 것이 아마도 향적봉 같은데 어두운 시야와 강한 바람때문에 자세하게 볼 생각도 안 한다.
원래는 이 곳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였으나 포기한다.
점심 먹다가 얼어죽는것 보다는 차라리 굶는것이 낫겠다.
동엽령에서 바라 본 병곡리 방향.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간만에 여유를 부려 본다.
그리는 사이 한 등산객이 이정표를 보며 발길을 재촉한다.
날씨 탓인지 토요일인데도 등산객이 많지도 않지만 그 적은 사람들이
모두 무슨 특수단체에서 동계 극기훈련을 나온듯 모두가 눈만 빼고 중무장을 하고 있다.
간혹 보이는 맨 얼굴의 민간인들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동상의 위험이 상당하리라.
하늘에는 검은 구름, 땅에는 하얀 눈과 안개.
그리고 그 사이에는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생각하기도 힘든 무시무시한 칼바람.
잠깐 사이에 구름이 몰려 왔다 가고 안개도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30분 정도 휴식을 한다. 그러나 더 쉬고 싶어도 이제 추워서 더 이상 쉴수도 없다.
그래서 따뜻한 숭늉과 가루로 변해버린 빅파이 하나로 식사를 대신하고 출발한다.
동엽령에서 1시간 정도만에 도착한 백암봉(송계삼거리)
오늘의 목적지 송계사 까지는 이제 3시간정도다.
생각 같으면 신풍령(빼재)까지 마저 가고 싶은 마음 굴뚝이지만
칼바람을 동반한 강추위와 배고픔에 굶주린 내장기관들의 불만 가득한 원성 때문에
아쉬움은 남지만 그냥 송계사로 하산 하기로 하며 나중을 기약한다.
희미하게나마 지나온 덕유산의 능선들이 보인다.
동엽령에서 백암봉까지는 꾸준한 오름길이라 많이 힘들다.
그리고 계단에서는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비틀비틀 거리는 몸의
중심을 잡으며 오르느라 더 정신이 없었던것 같다.
여기에서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까지는 약 40여분이면 갈 수 있을것 같다.
앞으로 가야 할 백두대간의 능선길이다.
저기 어디쯤에 갈림길인 횡경재가 있으리라.
아마도 이쪽 방향의 등산로는 다른 등산로 보다는 사람들이 없을것 같다.
출발하기 앞선 아쉬움에 다시 돌아 본 능선들.
더 많은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카메라 건전지가 이 추위에 왜케 혹사를 시키느냐며
자기 임무에 파업을 선언하는 바람에 더 이상의 증거자료는 확보 불가능하다.
백암봉에서 횡경재까지 쉬지 않고 걸으니 1시간 만에 도착한다.
백두대간 길이 유혹하지만 그냥 눈길한번 주고 뿌리친다.
여기에서 쉬고 싶으나 바람이 너무 불어서 조금 더 내려가 쉬면서
차가운 햄 덩어리 한 입과 숭늉으로 굶주린 배에 약간의 위로를 보낸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하니 2시30분이다.
송계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부실한 몸 때문에 대피소에서 바로 하산한
후배가 추운데 고생했다면 반갑게 맞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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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때문에 거의 쉬지도 않고 점심도 안 먹고 했는데도 꼬박 7시간이나 걸렸다.
아마도 날씨 좋은 날에 경치 감사하고 증거자료 남기며 산행을 하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것 같다.
비록 반갑지 않은 날씨 때문에 내가 원하는 룰루랄라 산행과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 하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참으로 좋은 산행을 했다...아마도 이 날씨에 그 누군가가 돈 준다고 가라고 하면 안 갔으리라.
누가 가라고 등 떠밀어서 간 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 좋아서 한 산행이며 또한 어느정도의 추위는
예상했던 산행이라서 충분히 만족한다...그리고 이런것이 겨울산행의 참맛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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