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를 약 15년만에 다시 찾는다.
그때는 뭐하고 보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새벽5시에 집을 나와 굴러가기 힘들어 하는 차를 잘 달래가며 8시에 울릉도 출발지인 묵호항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런 황당 우라질...
8시30분 출발인데 파도가 심해서 11시 30분에 출항한단다...우짤꼬.
지연된 3시간이면 울릉도에 도착할 시간인데...이씨
우선 가까운 곳에서 아침을 먹고 그냥 무작정 차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4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출발도 하기 전부터 지치기 시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떤이들은 돗자리 펴고 자는 사람들,
시내에 나갔다가 오는 사람들,
또 차에서 자는 사람들 등등...
그래도 기다리면 시간은 흘러 간다.
11시30분에 드디어 배가 출발한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겁주기 막말인가.
파도가 심해서 배의 요동이 심할 수 있으니 조심하란다...
아닌게 아니라 출발하고 얼마후부터 이건 완전 바이킹을 타는 기분이다.
얼라들은 소리 지르며 좋아라 한다...
그러나 거기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이건 뭐 놀러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완전 정신 줄 놓고
어디 피난가는 모습이거나 전쟁 패잔병의 모습들이다.
복도에 시체처럼 누워있는 사람들,
위생봉투가지고 씨름하는 사람들,
화장실을 안방처럼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보이는 것은 오직 바다와 하늘뿐인 방방대해을 달려 3시간30분만인 3시에 드디어 울릉도에 도착한다...
도동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왜캐 많은거야...
이유인즉 파랑주의보로 인해 3일동안 인가 암튼 배가 안 떴단다.
고생들했다.
누군가는 좋아라 했을테고
누군가는 죽을맛이였을 테고.
그렇다.
누군가가 좋으면 또 누군가는 싫은 것.
누군가에게 유리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불리하다.
가장 좋은것이 어떤 것인지 다 알지만 서로의 마음이 다를 뿐이다...개뿔
* 전망대에서 바라 본 도동항의 모습 *
고생한 만큼의 보람이 있길 바라며 민박집에 여정을 푼다.
굶주린 배에 따개비칼국수를 넣어 준다...그런데 별 반응이 없다.
맛이 없다는 건지, 양이 부족하다는 건지...켁.
일정을 변경하여 가장 가까운 독도전망대를 올라 가기로 한다.
가능하면 동쪽끝의 우리땅 독도를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게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올랐으나
그런데 독도는 커녕 바로 눈앞의 바다도 흐리게 보인다...썩을.
다음에 또 오라는 얘기겠지......그래 알았다 알았어.
* 전망대에서 바라 본 도동 ~ 저동간 둘레길 *
멀리서 보이는 푸른 바다와 눅색의 나무들 그리고 해안 산책로의 모습이 그림이다.
* 무슨 바위 *
해안 전망대에서 보이는 멋있는 바위인데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있기는 한가.
독도도 안 보이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암튼 폼 잡는 건 참으로 좋아라 한다.
날씨가 좋은 날은 육안으로도 보인다고 하는데
육안의 커녕 심안으로도 안 보이고 망원경으로는 더 안 보이고 그냥 상상으로만 본 다...
육안으로는 그 모습이 보여도 그 속 마음을 못 보는 경우도 많다.
나는 너를 보고 있는데 너는 다른 누구를 보고 있는지..
네가 내 마음을 알 면 정말 좋을 텐데...
동굴처럼 깊게 파인 해안가의 모습
둘레길의 일부분
기암절벽과 터널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으로 이루어진 연인끼로 걷기 좋은 길이다.
그러나 연인이 아닌 나는 그래서 조금 걷다가 안 걷는다...우웩
걷기를 포기하고 그냥 폼 한번 잡아 본다.
금방이라도 떨어저 내릴것 같은 바위들.
해안가 곳곳이 이러한 바위들이다.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 하고 저녁은 울릉도 특산물인 약소고기를 먹는다.
각종 약초를 먹고 자란 소라서 약소고기란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냥 그런줄 알면서 먹는다.
다 그 놈이 그 놈같다...맛에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차갑게 목을 타고 넘어 가는 한잔 술이 마음을 뜨겁게 한다.
마음은 뜨겁지만 차가운 현실에 한잔 한잔 술은 잘도 넘어 간다.
노랫말이 떠오른다.
네가 생각나서 한잔 술을 하고 한잔 술을 하면 네가 더 생각나고...
너를 잊어야 술을 멀리할 수 있을까,
술을 멀리 해야 너를 잊을 수 있을까.
둘째날
울릉도에 온 목적이기도 한 성인봉 등산이다.
민박집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8시에 산행길에 오른다.
민박집에서 길을 물어 30여분만에 산행기점인 대원사에 도착한다...흐미 힘들다.
그런데 이게 뭐다냐.
대원사부터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겁나게 심한 비탈길을 따라 오른다.
이건 뭐...산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다리도 아프고 힘들어 죽을 판이다.
그렇게 심한 비탈길을 따라 비지땀을 흘리며 30분을 힘들게 오르니 그제서야 숲속으로 살짝 등산로가 그 모습을 나타낸다.
이제 비로소 등산다운 등산을 할 수 있겠지...에고에고
도로를 벗어난 한적한 등산로는 우거진 숲으로 인해 더위를 느낄 수가 없다.
바람이 조금 만 불어 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